[교회상식 속풀이 - 박종인]

묵주반지 ⓒ왕기리 기자

어떤 분이 묵주반지를 선물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선물하신 분이 좀 성급하셨던 모양입니다. 선물 받을 사람의 손가락 굵기를 감안하지도 않고 얼추 맞겠다 싶으니까 사제의 축복까지 받아서 선물을 했던 것이지요. 

막상 고맙게 받고 손가락에 끼었는데 좀 헐렁하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래서 선물해 주신 분에게 물어서 반지를 산 성물판매소를 알아냈습니다. 구매한 지 몇 시간도 지나지 않은 상황이라 찾아가서 좀 더 작은 묵주로 바꾸려 했습니다. 그런데 판매소에서는 그것이 이미 축복받은 것임을 알고 교환이 어렵겠다고 하더랍니다. 이럴 땐 어쩌죠?

오늘 질문이 제기된 배경 상황입니다. 우선, 제가 성물판매소의 직원이라도 머뭇거릴 듯합니다. 축복받은 성물을 판매하는 행위가 어째 불경스럽게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교회법에도 “봉헌이나 축복으로써 하느님 경배를 위하여 지정된 거룩한 물건들을 존경스럽게 다루어야 하며, 개인 소유인 경우에도 속되거나 부적당한 용도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제1171조)고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어차피 성물판매소 직원이 저지른 실수도 아니고 수입을 올리려는 의도도 없다면 그 물품을 교환해 드려도 문제 없어 보입니다. 나중에 그것을 사 가실 분은 다시 축복을 받으실 겁니다. 축복을 남용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개인이 좀 더 진지하게 신앙생활을 하고자 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야 축복은 여러 번 받을 수 있겠습니다. 게다가 그걸 구매하시는 분은 그 묵주에 얽힌 사연을 아실 리도 없습니다.  

현실로 돌아와서, 판매소의 직원이 꽉 막혀서 도저히 교환이 안 된다면 그냥 잘 보관하셨다가 마땅한 분에게 선물해 주는 방법도 있겠습니다. 묵주반지가 없어서 기도를 못할 상황은 아니시겠죠? 그걸 교환하지 못해서 못내 아쉽다거나 그래서 그 판매소의 직원이 밉다거나 하는 감정에 끌려다니는 것이 더 안 좋은 상황을 제공할 것입니다. 뜻밖에 받은 선물에 감사하고 그것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전해질 수 있으니 마음이 넉넉해짐을 느끼는 게 훨씬 바람직합니다. 

참고로 예전에 다뤘던 기사 “교황축성 묵주를 살 수 있다고요?”도 읽어 보시길 권합니다. 그리고 오늘 속풀이와는 다른 상황이지만, 교회법에는 “성직 성물 매매 행위로써 성사를 거행하거나 받는 자는 금지 제재나 정직 제재로 처벌되어야 한다”는 규정(제1380조)도 있네요.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운영실무.
서강대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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