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법, 조비오 신부 명예훼손 첫 재판

조비오 신부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전두환 씨가 11일 광주지법원에 출두해 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기총 소사는 없었다”고 일관되게 주장했다.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조비오 신부’로 더 잘 알려진 조철현 몬시뇰(비오, 1938-2016)은 1969년 사제품을 받았고, 5.18 당시 광주 계림동 성당 주임신부였다. 조비오 신부는 1989년에 처음으로 국회에서 당시 군 헬기가 시민을 향해 기관총을 쐈다고 증언했다. 

고소인이자 고 조비오 신부의 조카인 광주대교구 조영대 신부에 따르면, 전두환 씨 측은 재판 내내 “자신은 그런 만행을 저지르지 않았고, 헬기 기총소사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조영대 신부는 11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와 한 통화에서, “전 씨 측은 광주 법정에서 재판을 받는 것도 잘못됐으며, 사자명예훼손이라고 하는 것도 사실은 재판에서 범죄로 다룰 사안이 아니라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조 신부에 따르면, 변호인이 헬기 기총소사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근거를 제시하면서 온갖 궤변을 늘어놓았”으며, “사자명예훼손은 추상적 명예훼손으로 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조 신부는 “담당 판사가 추상적 명예훼손은 추상범죄라는 규정의 본뜻에 따라, 그럴 경우에라도 그것은 폭넓게 죄로 다뤄야 한다는 취지에서 변호인이 조항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짚어 주었다”고 말했다.

조 신부는 이어 “5.18이 있은 지 39년 만에 드디어 주범인 전두환 씨가 법정에 서게 됐다. 이는 참으로 중요한 역사적 일이다”라며 “물론 그는 줄곧 자기가 그런 만행을 저지르지 않았고, 헬기 기총소사는 없었다면서 계속 자기 죄를 뉘우치지 않고 회피하고 자기 죄를 부정했다”고 말했다.

조 신부는 이날 재판에서 전 씨 측의 변론을 충분히 들은 만큼, 앞으로 재판 과정에서 검찰이 그동안 모은 수많은 증거자료와 보강수사를 바탕으로 “변호인들의 그런 어설픈 궤변과 관련해 충분히 반박하고 죄상을 밝히기 위해 노력해 나갈 것"으로 내다봤다.

11일 광주지방법원에서는 전두환 씨의 고 조비오 신부 명예훼손에 대한 재판이 열렸다. (사진 출처 = 광주지방법원 홈페이지)

전두환 씨는 지난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 “광주사태 당시 헬기의 기총소사는 없었으므로 조비오 신부가 헬기사격을 목격하였다는 것은 왜곡된 악의적 주장”이며 “조비오 신부는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다”라고 써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

전 씨 측은 “헬기 기총소사”를 부인하는 근거로, 1995년 당시 국방부 조사결과에는 헬기사격이 없었다는 점, 헬기사격을 봤다는 조비오 신부의 증언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 사자명예훼손은 추상범죄로 죄로 성립되기 어렵다는 점 등을 들었다.

이에 조영대 신부를 비롯한 5.18관련 단체들은 2017년 4월 전 씨를 광주지검에 고소했다. 이날 재판은 전 씨가 2018년 5월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지 10개월 만에 열렸다. 전 씨는 그간 관할법정 이전신청, 알츠하이머 병 등을 이유로 재판을 두 번 미뤘다.

당시 광주지검은 전 씨를 불구속 기소하면서 “헬기사격 목격자 진술, 국방부 5.18특조위 조사에서 헬기사격 사실 인정, 주한미국대사관 비밀전문과 국과수 전일빌딩 감정결과 등 회고록 발간 당시까지 헬기사격을 입증하는 자료가 여럿임에도 전 씨가 이를 외면하고 고 조비오 신부를 원색적으로 비난”했다고 밝혔다.

조철현 몬시뇰. (사진 제공 = 광주대교구)

조비오 신부는 당시 시민수습위원회에 천주교 대표로 참여해, 시민군의 무기회수, 계엄군의 무력진압 반대와 평화적 수습을 위해 활동했다.

그는 1989년 국회 청문회에서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헬기사격을 목격했다고 처음 증언했다. 이어 5.18기념재단 이사장, 광주가톨릭대 사무국장, 가톨릭평생교육원장을 지내고 광주 풍암동 성당 주임신부를 끝으로 2006년에 은퇴, 2008년 몬시뇰에 서임됐다.

그는 1980년 5월 21일 평화 수습책을 논의하고 도청으로 나가려고 결의하기 위해 호남동 성당에 신부들이 모인 상황에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

그는 “5.18의 기억과 역사5”(5.18기념재단, 2013)에서 다음과 같이 회고했다.

“성당 밖으로 나오니까 헬리콥터가 남쪽에서 날아와서 불로동 쪽으로 가는데 불로교 쯤에서 올라오는데 높지도 않고 사람이 내려다보는 것이 보여요. 그렇게 가면서 “피익 드르르륵” 쏘는 거라. .... 그 쏘는 것을 이영수 요한 신부님도 본 거야.”

“그때가 1시 반부터 2시 반 그 사이 내가 역력히 기억하거든요. 공중에서도 발포한 불빛과 소리가 났어요.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총소리가 (불빛이) 났는데....”

그는 5.18 당시 지명수배돼 수감됐다가 풀려났으며, 국회 증언 뒤에는 육군본부와 민정당 등에 고발당했다.

그는 이 책에서 수많은 목격과 증거에도 군인이 헬기 발포를 끝까지 부인하는 것은 “군인이 민간인을 향해 총을 발사했고 그것이 역사적 기록으로 남는 것은 군의 무력폭력이라는 점에서 불명예”이기 때문에 “우리는 자위권을 발동했다. 우리는 정당방위를 했다”고 주장하며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5.18관련 단체들은 성명서를 내고 “오늘의 재판은 단순히 사자명예훼손에 대한 것만이 아니며 광주학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한 출발”이라면서 “전두환의 학살책임 인정과 사죄, 회고록 폐기, 전두환을 강력 처벌”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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