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속풀이 - 박종인]

백색 무늬 비단 어깨보 앞과 뒤. (이미지 출처 = 가톨릭대학교 전례박물관 홈페이지)

성당에서 자주 성가 반주 봉사를 하는 후배가 물었습니다. 어깨보가 뭣에 쓰는 물건인지 잘 모르겠다고요. 그 후배에겐 그 천이 어째 거추장스럽게 보였는지 모르겠습니다. 언뜻 엄청 부풀려 놓은 머플러 같기도 하거든요. 아무튼 예전에는 보통 황금색으로 제작되었고 금실로 무늬도 들어갔다고 합니다. 

어깨보는 자주 볼 수 있는 전례복장이 아니라 미사만 다니시는 분들은 잘 모르실 듯합니다. 반면, 성체강복 등의 전례에 참여해 본 분들은 어깨보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아실 겁니다. 폭은 약 90센티미터, 길이는 거의 2.8미터 정도가 되는 긴 직사각형의 천이고, 가운데 부분에 후크 같은 것으로 천을 어께애 걸어 고정시킬 수 있습니다.

어깨보는 성광이나 성합을 들어 신자들에게 강복을 할 때 사용됩니다. 즉, 그 거룩한 성물에 담겨진 그리스도의 성체를 직접 손으로 잡지 않기 위해 고안된 것이 어깨보인 것입니다. 사제는 어깨보 끝부분의 천을 가지고 성광이나 성합을 감싸서 들어 올립니다. 즉, 성광(혹은 성합)과 사제의 손 사이에 천이 있어서 직접 주님의 몸을 만지지 않을 정도로 존경을 표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점은, 거룩한 주님의 현존을 알리는 성광이나 성합이 사제의 손에 직접 닿지 않은 채 들어 올려지는 것이 주님의 백성을 강복하는 이가 사제가 아니라 바로 그리스도 자신이시라는 의미입니다. 

성시간같이 성체강복을 경험할 수 있는 전례에 참석해서 유심히 보시면, 사제가 성광을 들어 올리려 제단에 올라가기 전에 어깨보를 걸치는 장면을 보게 될 겁니다. 이어서 제단에 올라 제대에 놓여진 성광을 들어 올리기 전에 어깨보의 천으로 그것을 감싸는 이유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처럼 어깨보는 성체강복 때나 성체를 들고 행진을 해야 할 때 그 장엄함을 돋보여 준다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시각적으로 어깨보와 한 세트처럼 보이는 전례복이 있으니…. 그것이 깝바(cope)입니다. 깝바는 사제가 행렬과 성체강복 등 미사를 제외한 전례를 집행할 때 입는 망또 같은 긴 옷입니다.(가톨릭 대사전 참조) 형태는 단추가 없이 앞이 트여 있습니다. 

그러니까 성체강복이 있다면 사제는 깝바를 입고 나와서 기도하고 나서 마지막 부분에 강복할 때 어깨보를 그 위에 한 겹 더 얹게 되는 것입니다. 저처럼 몸집이 작은 사람들은 제 사이즈에 맞게 맞춰야 할 의상으로 보입니다. 안 그러면 장엄한 전례에 신자분들이 분심 들게 만드는 장면을 연출할 테니까요.

궁금하시면, 성시간 전례에 한 번 참여해 보시길 권합니다.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운영실무.
서강대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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