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비평 - 박병상]

‘맘부격차’. 처음 듣는 말이다. 미세먼지를 걱정한 엄마가 공기가 깨끗한 국가로 한동안 떠난다는 소문이 만든 신조어라고 한다. 엄마의 발언권이 아빠에 우선한다는 건 요즘 새삼스럽지 않은데, 미세먼지를 피해 뉴질랜드나 캐나다로 떠날 수 없는 가족은 위화감을 느끼겠다.

대한문 앞이나 서울광장을 점거하는 ‘태극기 부대’가 으레 “멸공”과 “탈원전 반대”를 외쳐 왔는데, 최근 “미세먼지”를 앞세운다고 한다. 충분한 검토를 거쳤다기보다 자신들을 미덥게 여기는 세력의 주장에 초점을 맞춘 느낌이 드는데, 미세먼지를 줄이려면 탈원전이나 멸공보다 내연기관의 가동을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사실을 얼마나 인식하고 광장에 나서는지 궁금하다. 매연이 심한 장소에 모인 노인 중에 적합한 마스크를 착용한 이는 몹시 드물다.

마스크 착용이 필수라는 기상캐스터의 예보가 계속되자 엉터리 제품이 소비자를 기만하는 모양이다. 미세먼지로 인한 경제 손실이 4조 원에 육박한다니 그런 부작용을 부르나 본데, 언론은 작년 870건의 허위광고가 적발되었다고 보도한다. 작년보다 미세먼지가 심각해진 올해는 어떨까? 100여 제조업체가 500종류 이상의 마스크를 제조 판매한다고 언론은 덧붙인다.

어떤 업체는 인기 높은 배우를 모델로 내세운다는 소식이 들린다. 아직 그 광고를 볼 기회가 없었지만 깨끗한 인상을 가졌다 평가되는 그 배우가 광고하는 제품이 잘 팔린다면 뒤를 이을 배우는 누구일까? 시장을 선점했다 여겼는지 그 회사는 발랄한 이미지의 배우를 추가하겠다고 기염을 토하는데, 8가지 색상의 제품을 선보이겠다고 벼른다.

수천 원에서 수만 원에 이르는 미세먼지용 마스크는 일회용이다. 생존을 위한 마스크까지 배우를 동원하며 광고해야 하는지 많은 네티즌이 어이없어 하는데, 지난해 11월, 한 국회의원이 마스크 구입을 지원하는 제도를 발의했다. 구입액의 15퍼센트, 최대 25만 원을 세금에서 공제하겠다는 그 법안은 국회를 통과했을까? 민생보다 정쟁에 바쁜 국회의 상황이 바뀌지 않았다. 주권자들은 국회를 미덥게 생각하지 않는데 지방자치단체는 방법을 찾겠다고 약속한다.

공기청정기 (이미지 출처 = commons.wikimedia.org)

공기정화기를 설치한 초등학교 교실에 이산화탄소의 양이 주의해야 할 정도로 늘어난다는 보도가 나왔다. 공기정화기가 가동되는 상황에서 창문을 꼭 닫기 때문일 텐데, 쉬는 시간이라도 아이들은 교실에서 뛰지 못하겠지. 공기정화기는 어린이집에 완비되었을까? 한유총은 국가의 지원을 바랄지 모르는데, 아직 중학교와 고등학교 교실은 설치된 비율이 낮다고 한다. 대학은 어떨까? 교육당국의 지원이 없어서인지, 설치된 교실이 현재 거의 없다.

요즘 공기정화기 제조업체는 휴일은 물론 밤낮도 없을 듯하다. 수요를 맞출 수 없을 정도로 공장설비가 바쁘게 돌아가는 와중에 불량품도 생길 것이다. 공기정화기 설치 뒤 고장이 나면 수선할 사람도 시간도 부족할 거 같은데, 미세먼지는 에어컨 수요를 급증하게 했나 보다. 작년 폭염을 기억하는 소비자는 미세먼지까지 거르는 에어컨을 찾는다고 언론은 전한다. 아직 여름이 멀었어도 매출이 131퍼센트 늘었다는 게 아닌가. 마스크에서 에어컨까지. 맘부격차의 양상이 다채로워지려나 보다.

공기정화기의 설치와 관리를 알리는 프로그램을 특별 편성하는 텔레비전 방송은 베란다 새시의 방충망에서 미세먼지를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는 점을 귀띔한다. 관련 비용은 덧붙이지 않던데, 망에 붙는 미세먼지는 어떻게 제거해야 할까? 나중에 대충 털어 낸다면 이웃집에 민폐를 끼칠 수 있다. 관리 전문가에게 지불하는 비용을 추가하겠지.

미세먼지가 극심한 날 태극기 집회에 모이는 노인만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게 아니다. 종로3가 탑골공원에 마실 나오거나 소일거리를 찾아 경로당을 찾는 노인 대부분의 사정도 비슷한데, 경로당의 3/4에 공기정화기가 없다고 한다. 마스크의 유효성은 이 글에서 논외로 하고, 어느새 공기마저 돈으로 사는 자산이 되었다. 나이 들어가는 처지에, 폐가 약한 노인의 건강을 염려하게 되지만 한창 바깥에서 뛰어놀아야 할 아이들이 걱정이다. 이러니 어떤 젊은이가 결혼해 아이 낳고 싶겠는가?

 
 

박병상 

인천 도시생태, 환경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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