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속풀이 - 박종인]

2014년 5월, 대한문 앞에 세월호 희생자들 위한 노란 리본들이 곳곳에 걸려 있었다. ⓒ지금여기 자료사진

[독자분들께 용서를 구합니다. 원고를 서둘러 쓰다가 내용을 불분명하게 설명해 드렸습니다. 좀 더 자세한 설명과 함께 기사를 정정하여 올립니다.]

어쩌다 304명의 희생자들이 생긴 걸까요? 그 원인을 밝히지 못하고 있는 세월호 침몰사고의 가슴 아픈 사연은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올 4월 초에는 그날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희생자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한 편, '생일'이 개봉될 예정이라는데 많은 분들이 관람하시길 기대합니다.

2014년 4월 16일은 성주간 수요일이었고, 교회는 예수님의 생애에서 가장 의미심장한 시간이라 할 수 있는 성삼일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사건으로 인해 부활의 기쁨 없이 부활 대축일을 맞아야 했습니다. 그만큼 절망적이었던 그날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어느덧 다섯 해가 지났습니다. 올해에는 세월호 침몰사고가 터진 날이 성주간 화요일이라고 알려 준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성주간이라.... 세월호 5주기 미사를 이 전례기간 동안에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성주간은 교회 전례에서 아주 특별한 지위를 가지는 기간인지라 확인해야 했습니다. 아뿔사! 미사 지침을 보니 성주간 동안에는 그날 미사가 아닌 다른 모든 미사가 금지되고,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에만 장례 미사가 허용된다고 합니다.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부터 수난과 죽음에 이르는 여정이 진행되는 시기이기에 온전히 이 사건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풀어 설명하면, 성주간 내에는 미사경본에 정해져 있는 해당 요일의 독서, 복음, 고유기도문을 변경하여 미사를 거행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미사의 성격상 독서, 복음, 기도문이 다르지만 장례미사는 월, 화, 수요일에 한하여 허용된다는 뜻입니다. 성목요일, 성금요일, 성토요일에는 장례미사도 할 수 없습니다. 지침상, 미사에 정해져 있는 내용을 바꾸어 세월호 사고를 기념하는 미사는 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올해 세월호의 희생자와 그 유가족들을 위한다고 하더라도 미사의 내용을 바꾼 추모미사를 해야 한다면 성주간 전에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미사의 내용(독서, 복음, 정해진 기도문)을 바꾸지 않는다면 미사 중에 세월호의 희생자들과 그 유가족들을 위해 기억하는 추모미사는 얼마든지 봉헌할 수 있겠습니다. 오히려 세월호의 아픔은 그리스도의 수난을 묵상하고 이 아픔이 부활과 만나기를 바라는 우리의 바람과도 연결되어 있기에 더욱 의미있다고 하겠습니다.

기일은 물론 세월호 사고 이후, 날마다 그 희생자와 가족을 기억하며 기도하고 미사를 봉헌하는 이들이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그들은 제대로 원인이 규명되기까지, 그래서 유가족들이 조금이라도 납득할 수 있을 때까지 그런 마음의 연대를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운영실무.
서강대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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