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계총회, 성소수자 주제 연수도

오는 6월 25일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 공원에서 전국 규모의 한반도 평화 기원 미사가 봉헌된다. 세계 이민의 날을 프란치스코 교황의 발표에 따라 5월에서 9월로 옮겨 지내며, 2021년 제주교구에서 제5회 한국청년대회가 열린다.

28일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광주대교구장)가 주교회의 춘계 정기총회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6월 한반도 평화 기원 미사는 1995년부터 매주 화요일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가 명동대성당에서 봉헌해 온 민족화해를 위한 미사와 합동으로 봉헌된다.

이날 김희중 대주교는 6월 미사에 대해 “1995년 북한의 조선카톨릭교협회와 민족의 화해를 위해 남북 천주교가 함께 계속 기도하기로 한 약속을 지키는 의미”이며 “북측에서도 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대주교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가 우리가 기대했던 것과 다르게 보류된 상태에서 이때야말로 기도가 더 필요하다”면서 “아울러 교황께서 평양을 방문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지향도 담아서 기도하면 좋겠다는 민화위 주교님의 권고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그동안 해 온 기도활동을 더 적극적으로 펼치자면서 매일 밤 9시 민족화해를 위한 신자들의 기도와 사제의 강복을 이어 가고, 각 교구에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분과를 만드는 것도 계속 논의되고 있다고 했다.

이러한 결정에 대해 김 대주교는 그리스도인의 평화는 무력이 아닌 용서와 화해를 바탕으로 해야 진정한 평화이고, 이를 위해 기도 운동을 적극 펼치자는 의미라고 밝혔다.

그는 “6.25전쟁은 누구 탓이냐를 떠나 민족의 가장 큰 상처이고 무력으로 지키는 평화는 일시적 평화일 뿐 한계가 있다”며 “상처를 치유하고,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누구 탓이냐를 물을 것 없이 서로 화해하고 용서하면서 평화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무력 충돌이나 전쟁은 안 되며 무력 충돌이나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발언이나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 1년 동안 베트남에서 참전하면서 전쟁의 참상이 어떤 것인지 체험했고, 전쟁에서 이긴다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면서 한반도의 평화도 끝까지 대화로 풀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종교인평화회의 대표이기도 한 김 대주교는 4월 일본에서 열릴 아시아 종교인평화회의와 8월 독일에서 열릴 세계 종교인평화회의에도 한반도 평화를 위한 국제적 협력과 동참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주교회의는 3월 28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총회 결과를 발표했다. ⓒ김수나 기자

한편, 총회 첫날인 25일에는 ‘한국 사회 안에서 성소수자의 실태와 과제’를 주제로 주교 연수가 있었다. 주교들은 총회 때마다 특정한 주제를 놓고 연수를 하며 현안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주교끼리의 공감대를 넓혀 왔다. 

김 대주교는 이번 주제에 대해 “성소수자 자신이나 그 부모들이 느끼는 아픔과 상처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이번 기회에 그들의 상처와 처지에 대해 조금 더 가깝게 이해할 수 있었고,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목적 배려를 더 깊이 이해하고 깨달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성소수자의 정체성에 대해 교회가 흑백논리로 판단하기에 앞서 어떤 사람도 사목적 배려에서 제외될 수 없다는 원칙에 따라 그들을 충분히 배려해야 한다”면서 “특별히 상처받고 아프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더 가까이 가서 배려하고 함께하는 사목자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에서 주교들이 공감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알프레드 슈에레브 주한 교황대사는 총회 둘째 날 연설에서 평신도의 역할과 한국 순교자의 의미, 기도의 가치를 강조했다.

그는 지난 2016년 3월 교황이 한 말인 “우리는 모두 평신도로서 교회에 들어옵니다.... 어느 누구도 신부나 주교로 세례받지 않습니다. 우리는 평신도로 세례받았고, 이는 어느 누구도 없앨 수 없는 지워지지 않는 인호입니다”를 들어 평신도의 목소리에 사목자가 더욱 귀 기울이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김 대주교는 “교황 대사가 강조한 평신도의 역할은 이미 주교들이 충분히 인지하고 공감하는 내용이며, 사제들에게 평신도를 더 적극적으로 존중하고 배려하도록 노력하라는 이야기를 자주 하고 있다”면서 “평신도가 시작한 한국 교회의 전통적 가치를 다시금 되살리는 기회를 가지라는 의도로 본다”고 말했다.

주교들은 이 밖에도 성 바오로 6세 교황 선택 기념일 전례문 번역문을 심의, 승인했다. 또한 10월 특별 전교의 달 주제인 베네딕토 15세 교황의 교서 “가장 위대한 임무”를 번역해 배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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