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식의 포토에세이]

2007년 7월입니다. 국내 1위였고, 세계 3위 악기회사였던 (주)콜텍은 국내 공장의 물량을 인도네시아와 중국으로 넘기고 국내 공장을 폐쇄합니다. 노동자 250명은 졸지에 정리해고되었습니다.

2009년 11월, 서울고등법원은 “회사 전체의 경영 사정을 종합 검토해 정리해고 당시 경영상 큰 어려움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라고 판결했습니다. 그러나 2014년 6월 양승태 대법원은 “미래 대비 정리해고가 정당하다”라는 어처구니없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2019년 3월 12일, 해고노동자 임재춘 조합원이 정리해고 사과와 정년이 되기 전 명예복직, 해고기간 보상을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습니다. 2019년 4월 3일, 환갑을 맞은 해고노동자 김경봉 조합원은 환갑잔치상 대신 콜텍 본사 옥상 점거 농성 2일차를 맞습니다.

환갑을 맞은 김경봉 조합원은 잔치상 대신 콜텍 본사 옥상에서 농성 2일차를 맞고 있었다. ⓒ장영식
어느 주교는 "지붕이 없는 곳에서 미사를 드릴 수 없다"는 지침을 내려 거리미사를 못하게 했다고 하지만, 사순절을 맞아 하늘이 지붕이고 땅이 성전이며 사람이 교회임을 더 깊이 더 넓게 묵상하게 된다. ⓒ장영식

노동자들이 곡기를 끊고, 하늘로 올라가야 하는 상황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4월 3일 서울과 인천교구의 노동사목에서 주관하는 ‘기운팍팍’ 거리미사에서 전화로 연결된 김경봉 조합원은 “지금까지 소위 말하는 민주정부라는 정부에서 노동개악은 이루어졌다”라며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을 강력하게 규탄하였습니다. 환갑을 맞은 김경봉 조합원은 “박영호 사장이 진전된 안으로 직접 교섭하겠다고 약속해야 내려오겠다”라며 결의를 다졌습니다.

콜텍 본사 앞의 밤바람은 차가웠습니다. 단식 23일차였던 임재춘 조합원은 가슴에 “나를 위로하는 말”이라는 이해인 수녀의 시를 품고 있었습니다. 그는 “이 시를 읽으면 위로가 된다”고 말합니다. 그는 기타 장인으로서의 30년 세월과 거리 투쟁의 13년 세월을 보듬고 품으면서 스스로에게 먼저 위로를 주고 싶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환갑을 맞은 김경봉 조합원과 단식 농성 중인 임재춘 조합원에게 ‘조금은 계면쩍지만 따뜻하고 너그러워지는’ 위로의 말을 하고 싶었지만, 차마 한 마디도 못하고 농성장을 빠져나와야 했습니다. 하느님의 평화를 빕니다.

임재춘 조합원이 '기운팍팍' 거리미사에서 이해인 수녀의 '나를 위로하는 말'이라는 시를 낭송하고 있다. ⓒ장영식
빈손으로 협상장에 나온 박영호 사장의 무책임한 태도에 맞서 단식농성 23일차를 맞고 있는 임재춘 조합원. ⓒ장영식

장영식(라파엘로)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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