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춘 씨 23일 단식, 환갑 맞은 김경봉 씨의 옥상 농성 곁에

콜텍 해고노동자 임재춘 조합원이 단식을 시작한 지 23일, 김경봉 조합원이 본사 옥상에서 농성을 시작한 지 2일째. 서울 등촌동 콜텍 본사 앞에서 해고자들과 함께하는 미사가 봉헌됐다.

이날은 김경봉 조합원이 환갑을 맞은 날로, 미사에 앞서 ‘길 위의 환갑잔치’가 열리기도 했다.

서울대교구와 인천교구 노동사목위원회가 주관하는 이 미사는 그동안 매월 첫 목요일에 진행됐지만, 임재춘 조합원이 단식농성을 시작하면서 3월 14일 미사 뒤 매주 수요일에 봉헌되고 있다.

서울대교구 노사위원장 이주형 신부는 강론에서 “콜트 현장은 지극히 성사적 현장”이라며, “돈에 미친 현실, 아무도 그 현실을 책임지지 않는 현실을 고발하고 함께 회개하는 의미심장한 표징”이라고 말했다.

이 신부는 “노동은 누구에게나 힘들지만 또한 나눔과 베풂, 사랑이기도 하다. 그러나 오늘 우리가 사는 이 시대에 노동은 물론, 나름의 가치와 철학을 가진 자본주의도 변질되고 자본이 모든 것을 먹어치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치와 윤리, 책임이 사라지고 더욱 안타까운 것은 그것에 책임을 져야 할 이들이 없다는 것이다. 이 사태가 어떻게 갈지 너무나 난감하다”며, “책임질 수 없는 이들이 마주하고 연대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느냐는 절망과 답답함, 안타까움이 있지만 그럼에도 기도하고 연대하고 고민하는 이 길 위에서 우리 모두 함께 힘을 내고 격려하자”고 말했다.

미사에 참석한 임재춘 조합원. 현재 그는 혈압이 떨어지고 불면증을 겪는 등 건강이 악화된 상태다. ⓒ정현진 기자

이날 23일간 단식을 이어온 임재춘 씨도 미사에 참석했다. 임 씨는 3월 7일 박영호 사장과 처음으로 교섭을 진행했지만 박 사장이 정리해고가 정당했다고 주장하며 해고자들의 사과와 명예복직, 해고기간 보상 요구를 거부하자 3월 12일 무기한 단식 농성을 시작했다.

사측은 해고자들에 대한 사과와 복직은 불가능하며, 다만 13년 전 희망퇴직 당시 정해진 위로금만 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임 씨는 사측의 태도는 ‘콜트’라는 브랜드 가치를 스스로 버리고 있는 것이라며, “단식을 하면서 스스로도 반성하고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임 씨의 단식 농성을 걱정해 4월 2일 본사 옥상 농성을 시작한 김경봉 조합원은 미사 뒤 전화통화에서 “올해는 정말 집으로 돌아가 일상을 찾고 싶었고, 그래서 끝장투쟁을 각오했다”며, “지난 13년간 망가질 대로 망가진 몸으로 단식을 하는 임재춘 동지가 죽을 것 같았다. 그래서 옥상에 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설마 했던 문재인 정부도 탄력근무제라는 이름으로 자본과 한통속으로 노동자들의 모든 것을 자본가에게 바치려 한다”며, “농성과 단식을 풀고 이야기하자는 사측에 더 이상 속을 수 없다. 이곳에 올라온 이상 끝장을 보고 일상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콜텍 조합원들은 박영호 사장이 진전된 안으로 교섭하겠다고 약속한다면 농성을 멈추겠다는 입장이다.

4월 3일 서울과 인천교구 노사위가 진행하는 콜트 해고자들을 위한 미사가 봉헌됐다. ⓒ정현진 기자

한편 이날 오전에는 시민사회가 연대 단식을 시작하는 기자회견도 열렸다. 이들은 콜텍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연대 단식에 지속적으로 참여한다고 밝혔으며, 천주교도 동참한다.

‘콜텍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기자회견에서 “4445일이라는 끔찍하고 처절한 숫자는 멈춰야 하고, 13년 동안 파괴된 일상을 되찾아야 한다”며, “돈보다 사람이 소중하다는 것을 위해 뚜벅뚜벅 걸어온 노동자들의 투쟁에 함께한다”고 했다.

콜트 해고자들을 위한 거리미사는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당분간 매주 수요일 저녁 7시 30분, 서울 등촌동 본사 앞에서 계속된다.

4월 3일은 옥상에서 농성 중인 김경봉 씨의 환갑이었다. 미사 뒤 김경봉 씨는 잠시 내려와 축하 꽃다발을 건네 받았다. ⓒ서경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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