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는 살아 계십니다", 길지만 구체 언급은 부족

교회는 젊은 신자들의 비판에 더 귀를 기울여야만 하고, “어떤 것들은 구체적으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새 교황권고 문서에서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4월 2일 교황권고 ‘그리스도는 살아 계십니다’(Christus Vivit)를 발표했다. 2018년 10월에 있었던 청년에 관한 세계주교시노드의 후속 문헌으로, 거의 3만 3000단어에 이르는 긴 문서다.

하지만 그는 정확히 무엇이 변해야 하고, 교회의 가르침이나 제도가 낡았다고 보는 젊은이들에게 교회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별로 자세히 말하지 않았다.

또한 당시 시노드 최종문서에서는 남성만으로 이뤄진 교회의 의사결정제도에 여성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전례 없는 제안을 내 놓았지만, 이번 교황권고는 이 문제도 다루지 않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 내부에 “남성 권위주의(와) 지배가 상당히 강하다”고 인정하면서도, 시노드에서 가톨릭교회 조직의 “모든 차원에서” 여성을 포함시킬 “정의의 의무”라고 부른 것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이 문서는 청년에 관한 시노드에서 성 정체성과 지향에 관한 교회의 가르침이 일부 청년에게는 “몰이해의 원인”(cause of incomprehension)이라고 우려했던 것을 강조하지만, 교회는 이런 문제들에 관해 더 깊은 신학적, 인류학적 연구를 수행해야 한다고 시노드에서 촉구했던 것은 언급하지 않는다.

사실, 이 문서는 동성애자에 관해 하나만 언급한다. 시노드 최종문서에서 청년들은 “남성 정체성과 여성 정체성 간의 차이에 관한 문제들, 남성과 여성, 그리고 동성애 간의 상호관계에 관한 문제들을 토론하고자 하는 명시적 욕구”를 밝히고 있다고 한 부분을 인용해서다.

이번 교황권고의 원문은 스페인어로 쓰였지만 6가지 다른 언어로도 번역돼 있다. 모두 9장, 299항으로 돼 있다.

이 문서는 때로는 청년 문제를 직접 다루고 때로는 전체 교회 일반을 향해 말하기도 하는데, 제1장과 2장에서 구약과 신약에 나오는 젊은이들의 이야기와 예수의 젊은 시절에 관한 이야기들을 다루면서 시작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예수의 젊은 시절을 살피면서, 교회는 “지나치게 교회 내부에 몰두”하지 않음으로써 예수를 닮아야만 한다고 말한다."

“이는 어떤 것들은 구체적으로 변할 필요가 있다고 겸손하게 인정한다는 뜻이고, 이렇게 인정할 수 있으려면, 교회는 젊은이들의 비전뿐 아니라 비판도 감사히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교황은 이어 시노드 최종문서에서 “상당히 많은 청년은.... 교회를 자신의 삶에 의미 있다고 보지 않기 때문에 교회에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다”고 한 부분을 인용한다.

그는 일부 젊은이들은 “더 귀를 기울이는 교회, 단순히 세상을 단죄하는 이상의 무언가를 하는 교회”를 원한다고 말한다.

“젊은이들에게 신뢰받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것에서 교회 자신이 복음을 더 잘 이해하게 돕는 일정한 빛을 얻을 수 있음을 인정하면서 (교회가) 겸손함을 되찾고, 정말 귀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는 때가 있다.”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어 교회 내부 여성의 지위 문제를 다루면서, “너무 두려워하고 (현재의) 조직구조(의 유지)에 매인 교회는 여성의 권리를 옹호하는 노력들에 변화 없이 비판적일 수 있다”면서 일반적 용어로만 말한다.

그는 “살아 있는 교회는 더 큰 정의와 평등을 추구하는 이들 여성의 합법적 주장들을 경청함으로써 반응할 수 있다.”고 한 뒤 이어서 이렇게 말한다. “살아 있는 교회라면 역사를 되돌아보고 남성 권위주의, 지배, 다양한 형태의 노예화, 학대, 성차별주의적 폭력이 상당히 강함을 인정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교회는, 일부 페미니즘 단체들이 제안하는 모든 것에 동의하지 않으면서도, 여성의 권리를 존중하라는 요청을 지지할 수 있고 남성들과 여성들 간의 호혜성을 키우자고 확신을 갖고 지원할 수 있다.”

청년시노드의 최종문서에서는 청년들은 “교회 내부에서 여성의 역할과 조건에 대해” “큰 힘을 기울여” 성찰하기를 요청하고 있다고 인정했었다. 이는 가톨릭교회가 (개별 인물이 아닌) 기관 차원에서는 처음으로 이 문제를 인정한 것이었다.

이 문서는 덧붙여 다음과 같이 말했다. “특별히 중요한 한 영역은 교회 조직의 모든 차원에서 여성의 존재(참석, presence)의 영역이다. 여기에는 책임성이 있는 역할들 안에서, 그리고 교회의 의사결정 절차들 안에서 여성의 참여의 영역이다.”

새 교황권고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로렌초 발디세리 추기경은 시노드에서는 의사결정 역할들에 여성을 포함시키자는 제안을 했는데 왜 프란치스코 교황은 (시노드 후속문서인) 이번 교황권고에서 이에 대해 언급하지 않기로 결정했느냐는 질문에 대해, 교황은 “(교황권고에서) 그 문서에 담긴 모든 내용에 대해 쓸 수 없다”고 답변했다.

그는 “그 조항은 그 최종문서에 (그대로) 남아 있다”면서 “당신은 (필요하면) 그 문서의 문장을 참조하면 된다”고 했다.

2018년 10월, 청년에 관한 시노드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주교들과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출처 = NCR)

학대 사제들에 맞서기

이번 교황권고에서는 제3장에서 현재 계속되고 있는 성직자 성학대 위기 문제를 다뤘는데, 오늘날 젊은이들이 마주하는 독특한 현실들의 일부에 초점을 두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시노드 최종문서에서 이 문제와 관련한 부분을 길게 인용한다. 이 부분은 학대 피해자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들지는 않지만, 공개적으로 나서서 “자신들이 겪은 악을 알린”이들에게 감사하고, “이들은 교회가 무엇이 일어났고 단호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음을 인정하도록 도움을 줬다”고 했다.

이어 그는 “이런 무서운 범죄들을 저지른 이들이 사제들의 대다수가 아니고, 대다수 사제들은 자신의 직무를 충실하고 관대하게 수행하고 있음”에 하느님께 감사드린다.

그는 젊은이들에게 “이런 거대한 다수(사제들)를 보고 영감을 얻도록”하라고 말하면서, 나아가 만약 “위험한 상황의 사제를 보면” “그가 하느님과 신자들에게 한 약속을 되새겨 주고, 복음을 되새겨 주며, 그의 길을 벗어나지 말라고 촉구”하라고 요청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여러분은 뭔가 근본적인 것에 크게 기여하게 된다. 즉 이런 악행들이 반복되는 것을 예방하는 것이다.”

안락의자 행복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권고의 한 장을 교회의 청년 사목의 모습과 전망에 대해, 그리고 젊은이들이 삶 속에서 자신의 소명을 어떻게 식별할 것인가 조언하는 데 길게 이야기했다.

그는 한 젊은 사람이 자신의 성소를 판단하기 위해 나서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한 사람이 하느님에게서 받은 성소는 자기가 무엇을 할 것인가에 관한 것만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당신의 성소는 그 이상이다. 즉, (성소란) 당신이 다른 이에게 봉사하기 위해 할 많은 노력과 행동을 인도하는 길이다.” “그러니 성소를 식별할 때는 사회에 대한 그 구체적 봉사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능력들이 자신 안에 있다고 보는지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여러분이 하는 모든 일에 더 큰 가치를 붙여 준다.” “여러분이 하는 일은 이제 그저 돈을 버는 일, 계속 바쁘게 지내거나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해 주는 일에 그치지 않게 된다. 여러분이 하는 일은 여러분은 그 일을 하도록 부름받았기 때문에 여러분의 성소가 된다. 즉, 그저 한 가지 실제적 결정 이상의 무언가 더인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젊은이들에게 자신의 젊음을 최대한 이용하라고, 위험이나 실수를 겁내지 말라고 호소한다.

“삶을 발코니에서 지켜보지 말라.” “행복을 안락의자와 혼동하지 말라. 또한 자신의 삶을 칸막이 뒤에서 살지 말라.”

“여러분이 무엇을 하든, 내버려진 자동차의 딱한 모습이 되지 말라!” “주차된 차가 되지 말고, 자유롭게 꿈꾸고 좋은 결정들을 내려라.”

기사 원문: https://www.ncronline.org/news/vatican/francis-youth-exhortation-says-catholic-church-must-change-offers-few-proposa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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