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개신교 청원으로 국회 논의 중

국회가 그러잖아도 느슨한 종교인의 과세에서 퇴직금 대부분을 제외하려는 개정안을 논의 중이다. 

이번 개정안은 종교인 퇴직소득에 대해 종교인과세가 시행된 2018년 1월 1월 이후부터만 과세하겠다는 내용으로, 4일 법사위에 넘겨졌으나 논란 끝에 본회의에 회부되지 못했다.

1968년 이낙선 초대 국세청장이 종교인 소득에 과세해야 한다고 한 지 50년 만인 2018년 1월 1일부터 시행된 종교인과세가 불과 1년 남짓 만에 완화된다는 비판과 함께 일반 국민의 조세 부담과 형평에 맞지 않다는 지적에서다.

종교인의 퇴직금 과세 범위를 줄이는 이번 개정안은 지난해 11월 한기총 등 보수 개신교계가 한 청원에 따라, 정성호 기재위원장(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기재위의 ‘조세관련 법률안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기존 시행령은 종교인 퇴직소득에 대한 명시 규정이 없는데, 종교인소득 과세 시행 전인 2017년 이전 기간에 대한 퇴직금은 빼고 2018년 1월 1일 이후 근로에 대한 부분만 과세하자는 것이다.

10년을 목사로 일하고 2018년 12월 31일에 퇴직했으면, 10년분 전체가 아닌 2018년 1년분 퇴직금에 대해서만 세금을 내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강성일 세무사(플로리아노)는 “퇴직소득은 근로소득이나 기타소득과는 별개의 소득인데, 똑같이 2018년 1월 1일 이후 발생분만 과세하겠다는 것은 일반 노동자들과 차별되는 것으로 종교 활동과 무관한 소득에 특혜를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종교인소득은 종교활동에 대해 종교단체에서 받는 것이므로 근로소득이나 기타소득으로 본다고 하지만, 퇴직금 자체가 과연 종교활동과 관련 있는가”라며 “과세기준을 (2018년부터 과세하기 시작한 종교인 소득과) 똑같이 하는 것은 일부 특정 고소득 종교인들에 대한 특혜”이며 “2017년도까지의 퇴직소득에 대해서는 세금을 하나도 물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종교자유정책연구원 박광서 대표도 이번 개정안은 일반인에 비춰 조세 형평성이 전혀 없다고 비판했다.

박 대표는 “종교인 소득은 숨겨지는 게 많을 뿐 아니라 드러나도 명목에 따라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부분이 많은 반면, 일반인은 똑같이 벌어도 유리알 지갑처럼 다 보여서 그대로 내야 하는데 이것은 조세 형평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국회가 안 그래도 느슨한 종교인 과세에서 퇴직금 대부분을 제외하려는 개정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미지 출처 = 연합뉴스가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 갈무리)

현재 소득세법 시행령에 따르면, 종교인은 (일반인과 달리) 소속된 종교단체에서 받는 소득만 과세 대상이며, 다른 종교단체로부터 받는 각종 명목의 수입에 대해서는 과세할 수 없도록 돼 있다. 또한 종교인은 자기 소득을 근로소득이 아닌 기타소득으로도 유리한 쪽을 선택해 신고할 수 있다.

2017년 기획재정부의 ‘종교인소득 간이세액표’에 따르면, 기타소득으로 신고할 경우 월 167만 원을 받는 1인 가구 세금은 월 1000원이고, 2-4인 가구는 세금을 내지 않는다. 월 333만 원을 받으면, 1인 가구 8만 3830원, 월 417만 원을 받으면 1인 가구 세금이 16만 3230원이다.

이에 비해 같은 금액을 받는 일반 근로자의 근로소득세는 각기 1만 2430원, 12만 210원, 23만 3600원으로 더 많다.

박 대표는 “과세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누구나 낸다는 것, 다음으로 그 비율은 누구나 똑같이 적용돼야 하는 형평성”이며 “종교인들은 내지 않는 것도 많고, 낸다고 해도 일반인과 엄청 차이가 나므로 이들에게 '세금을 걷는다'고 말할 수도 없을 지경”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종교인 과세에 대해 그간 적극 반대해 왔던 보수 개신교 쪽이 이번 개정안 청원을 했다면서, “세금을 내는 사람들이 바보가 되”지 않도록 정치권은 원칙에 맞게 이번 사안에 대해 국민에게 먼저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천주교나 불교는 이번 논란과 상관이 없다. 천주교는 은퇴사제에게 퇴직금을 따로 지급하지 않고, 은퇴 사제들의 생활을 일부 지원한다. 불교도 퇴직금은 따로 없다. 다만 승려복지회가 있어 노후를 지원하며, 각 교구별로 지원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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