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명동, 교동, 옥계 등 가옥 전소, 교구 지원 나서

강원 지역 산불 피해로 강릉, 고성, 동해, 속초, 인제가 특별재난지역이 된 가운데, 8일 현재 춘천교구 5개 본당 신자들도 큰 피해를 입었다.

춘천교구에 따르면, 피해 주민들은 속초시 동명동 본당과 교동 본당, 강릉시 옥계 본당, 동해시 묵호 본당의 신자들이며, 인제 지역은 현재 파악 중이다.

특히 동명동 본당 신자들이 피해가 가장 컸다. 13가구가 가옥 전체 및 일부, 자동차 등이 전소됐고, 본당이 관리하는 성모동산 묘지도 일부 탔다.

동명동 본당 김인자 사무장은 8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성당은 괜찮지만, 성당 관할 지역 신자들의 피해가 크다”며 “집이 완전히 타고, 차로 빠져 나오다 앞이 안 보여 나무에 부딪히면서 차가 뒤집어져 못 나와 죽을 고비를 넘긴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김 사무장은 “화재 당시 경찰이 피해가 너무 심하니까 진입을 못한다고 막았지만 자식들이 불을 뚫고 들어가 부모님을 모시고 나오기도 했다”며 “지역에서 돌아가신 분들을 모신 성모동산 일부도 불에 그슬렸고 자식들이 묘지 상태가 괜찮은지 전화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속초 시내로 불이 번지던 4일 밤부터 5일까지 긴급 상황에서 속초시의 요청으로 신자를 포함한 주민 30명이 동명동 본당 강당으로 대피했다. 5일 화재가 진압되자, 집이 괜찮은 이들은 귀가했고, 집이 다 타버린 이들은 체육관으로 옮겨 갔다.

지난 4일 밤 강원도에서 일어난 산불로 피해 입은 신자 가옥. (사진 제공 = 춘천교구 문화홍보국)
지난 4일 밤 강원도에서 일어난 산불로 피해 입은 신자 가옥. (사진 제공 = 춘천교구 문화홍보국)
지난 4일 밤 강원도에서 일어난 산불로 피해 입은 신자 가옥. (사진 제공 = 춘천교구 문화홍보국)
지난 4일 밤 강원도에서 일어난 산불로 피해 입은 신자 가옥. (사진 제공 = 춘천교구 문화홍보국)

한편, 속초시 교동 본당의 산불 피해 신자 가구는 모두 6곳으로 사업장, 가옥이 전소됐다.

강릉시 옥계 본당은 농사를 짓는 신자 가구 4곳이 피해를 입었다. 이들 가구는 집뿐 아니라 창고와 비닐하우스, 농기구 등이 모두 탔다.

옥계 성당 주임 이홍근 신부는 “농사 준비를 하다 하우스, 경운기부터 볍씨까지 모든 게 다 타버렸는데, 이런 상황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며 “본당이 따로 여기저기 후원받아 전소된 집을 대상으로 지원금을 전달했지만 한계가 있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그는 “당장 쓸 돈만 지원했다. 먹고 자는 것은 마을회관에서 해결하고 면 단위에서 지원한다지만 모든 재산이 타버려 앞으로 먹고 사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관에서는 조사를 해야지만 피해를 파악하고 지원할 수 있다며 조사가 될 때까지는 손도 못 대게 해 지금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피해 신자들은 조사 때문에 낮에는 집을 지키느라 꼼짝 못한다”면서 “집이 완전히 다 타버렸는데, 지금 세간살이가 뭐 필요한가. 집 짓는 게 문제고, 여건이 된다면 지원금 형태로 직접 전달하는 게 가장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춘천교구 동명동 성당의 성모동산 묘지도 일부 탔다. (사진 제공 = 춘천교구 문화홍보국)
춘천교구 동명동 성당의 성모동산 묘지도 일부 탔다. (사진 제공 = 춘천교구 문화홍보국)

동해시 묵호 성당은 성요셉 묘지가 전소됐으며, 1가구의 농작물이 타고 요양원 거주자 4명이 다른 장소로 대피한 상태다.

이 밖에도 고성군 토성면에 있는 까리따스 노인복지센터는 직원들이 대피해 운영이 중단됐다. 근처 까리타스 마태오요양원의 시설물이 일부 타고, 주변 산과 집은 모두 전소됐다. 요양원 생활자들은 속초 시내 요양원으로 모두 대피해 있다.

한편 춘천교구는 피해본당 사목위원들과 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자원봉사자 모집과 활동, 복구비 지원을 논의하기로 했다. 또한 교구 사무처에 비상대책위를 두고 피해본당을 지원하며, 오는 14일 주일에는 피해본당과 교우를 위한 2차 헌금을 실시한다.

지난 5일 춘천교구 김운회 주교(교구장), 김광근 총대리 신부, 안수일 관리국장 신부, 이명호 사회복지회장 신부, 동명동 성당 조영수 주임신부 등이 피해현장을 방문해 상황을 살피고 피해주민들을 위로했다.

이날 화재현장을 방문한 김 주교는 “거의 평생 일구고 살아온 집들이 전소돼 망연자실한 모습을 보며 위로하는 내 마음도 너무 아팠다”며 “전쟁의 폐허 현장을 보는 듯했다”고 말했다. 

지난 5일, 김운회 주교와 교구 사제 등은 화재 현장을 방문해 피해 주민들을 위로했다. (사진 제공 = 춘천교구 문화홍보국)

카리타스 봉사단도 재해 복구 활동을 준비 중이다. 전주교구 카리타스 봉사단 변효석 단장은 8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현재 카리타스 봉사단 전국 네트워크 특히 전주, 광주, 춘천교구를 중심으로 복구 지원 활동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너무 안타까운 마음에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지만, 구체적인 요청이 와야 조직적으로 준비하고 갈 수 있어 기다리고 있다. 복구 지원을 주로 할 텐데, 사실 피해 가옥들이 전소된 곳이 많아 지금은 당장 손댈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날 변효석 단장이 추가로 전한 현지 소식에 따르면, 현재 피해조사가 이뤄지고 있고, 음식 및 상담 등의 자원봉사가 진행되고 있다. 아직 현장조사가 끝나지 않아 카리타스 자원봉사단의 인력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며, 맨몸으로 피신한 이들이 많아 긴급지원금이 가장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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