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대교구 청소년, 청년 400여 명 세월호 기억 순례

광주대교구 20여 본당과 단체 등이 세월호참사 5주기를 맞아 청소년과 청년을 위한 '기억 순례'를 진행했다. 

이날 순례는 진도 팽목항에서 진도 성당, 세월호가 거치된 목포신항으로 이어졌으며, 진도 성당에서 기억미사를 봉헌했다.

“진실하시고 의로우신 주님, 어둠에 싸인 이 땅에 진리와 생명의 빛을 비추시어 세월호 참사의 진실이 밝히 드러나게 하시며, 다시는 이러한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는 안전한 나라, 생명이 우선되고 존중되는 나라를 건설하게 하소서.”

순례 참가자들은 팽목항 기억 등대와 목포 신항 세월호 앞에서 묵주기도 한 꾸러미와 추모기도를 정성껏 바쳤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날 당시 초등학생이거나 아직 어린아이였던 청소년들은 조형물과 전시물들을 찬찬히 들여다보며, 교사나 부모님에게 질문을 하기도 했다.

팽목항 기억 등대 앞에서 추모 기도를 드리는 순례 참가자들. ⓒ정현진 기자
진도 성당에서 봉헌된 기억 미사. ⓒ정현진 기자
기억 미사 봉헌 시간에는, 세월호 팔찌를 나눠 가지며 기억하겠다는 마음을 봉헌했다. ⓒ정현진 기자

이 순례는 정의평화위원회와 청소년사목국이 함께 준비했다. 

정평위원장 김민석 신부는 이번 순례에 대해, “세월호참사는 5.18에 버금가는 아픔인데, 그간 세월호 추모 미사가 평일에 있었기 때문에 청년이나 청소년들은 참석할 기회가 없었다는 아쉬움이 많았다”며, “올해는 청소년사목국과 함께 기획해서 아픔과 기억을 나누는 장을 만들었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김 신부는 진도성당에서 봉헌된 기억미사에서 “세월호참사의 아픔은 우리 모두의 아픔”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얼굴도 모르고 아무 상관없이 살던 이들의 죽음을 우리가 함께 아파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물으며, “아픔은 혼자 겪으면 더욱 큰 아픔이 되고 외로움과 두려움, 절망이 될 수 있지만, 곁에서 함께 아파하는 이들로 인해 희망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세월호참사뿐 아니라 제주4.3, 5.18, 한국전쟁의 민간인 학살 등 국가폭력으로 죽어간 수많은 이들도 함께 기억하며, “이런 사건들은 마치 없는 일처럼 묻혀 있지만, 수많은 이들이 그로 인한 아픔 속에서 살고 있다. 기억한다는 것은 아픔을 나누어 진다는 것이고, 그로 인해 아파하는 이들이 용기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광주대교구는 13일 순례에 이어, 5주기인 16일 각 본당별로 미사를 진행하며, 일부 본당은 목포신항 등을 찾아 미사를 봉헌하기로 했다.

세월호가 거치된 목포신항. 입구에는 아직도 가족에게 돌아오지 못한 5명의 이름과 사진이 순례객을 맞았다. ⓒ정현진 기자
어느새 녹이 슨 세월호 앞. 참가자들은 새삼 말을 잃었고, 어떤 이들은 눈물을 흘렸다. ⓒ정현진 기자
순례에 참여한 청소년들은 세월호참사는 어릴 때 일이라 당시에는 자세히 알지 못했다면서도, 희생자들과 가족들의 고통을 생각하며 간곡하게 손을 모았다. ⓒ정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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