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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참사 앞에 부끄러움을 고백하자"

기사승인 2019.04.16  15:2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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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 각 교구 세월호참사 5주기 미사 봉헌

세월호참사 5주기 추모와 기억 미사가 15일 서울 광화문, 대전, 마산, 부산, 인천, 춘천교구 등에서 봉헌됐다.

먼저 서울 광화문에서는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천주교 남자수도회 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정의평화가톨릭행동이 주관하는 미사가 봉헌됐다.

세월호 희생자들의 아픔을 기억하고 가족들을 위로하며 안전하고 정의로운 세상을 위한 노력을 다짐하는 이 미사는 사제 110여 명이 공동집전하고 수도자, 평신도, 시민 등 1000여 명이 함께했다.

1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봉헌된 세월호참사 5주기 추모미사에 함께한 서울, 의정부교구와 수도회 사제들이 미사 시작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김수나 기자

“특별수사단 설치를 통해 책임자들이 바로 살 수 있도록 기도하자”

주례를 맡은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장 나승구 신부는 “이번 5주기의 핵심주제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사를 시작하며, “416가족협의회와 416연대는 오늘 오전 이 자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당시 국가책임자 17명의 실명을 공개하고 재조사와 처벌을 요구했다. 이에 대한 공소시효가 7년인데, 앞으로 2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배가 어떻게 침몰했는지 아무도 정확하게 모르지만, 알 수 있는 것은 침몰된 배에서 100분이나 되는 시간이 있었는데도 아무도 그들을 구하려 하지 않았다는 것”이라면서 “이 미사 중에 책임을 져야 할 이들이 특별수사단 설치를 통해 마음을 잡아 바로 살 수 있도록 기도하자. 그것이 살아 있는 우리들이 조그마한 할 일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론을 맡은 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장 상지종 신부는 자신이 2014년부터 매년 써 온 세월호에 대한 글과 시를 읽었다.

그의 글은 2014년 5월 1일 “보잘것없는 사제가 세월호와 함께 스러져 간 꽃다운 아이들의 부모님께 드리는 편지”로 시작해서 한 해 한 해를 거쳐 2019년 “바래지지 않을 다섯 해의 다짐”으로 마무리됐다.

상 신부의 글에는 희생된 이들을 지켜 주지 못한 미안함과 안타까움, 아무도 구하지 않았고, 구하지 못하게 했던 이들에 대한 분노, 유가족의 고통을 지켜보며 함께 울었던 시간과 더 이상 억울한 죽음이 없는 세상을 위한 다짐이 담겼다.

이날 미사에는 세월호 희생자의 영혼을 위로하고, 5주기를 추모하는 뜻으로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수녀들과 배우 강우재 씨(시몬)가 노래를, 예수회 박상훈 신부가 추모발언을 했다.

3월 18일 세월호 분향소와 기억저장소 등 천막 14개 동이 철거된 뒤 설치된 ‘기억, 안전 전시공간’. ⓒ김수나 기자
이날 미사에 있었던 추모행사에서 여장연 수녀들의 노래에 맞춰 휴대폰 불빛을 흔드는 모습. ⓒ김수나 기자
이날 미사에는 서울, 의정부교구와 각 수도회 사제 110여 명이 함께했다. ⓒ김수나 기자

“무엇을 그만해야 합니까? 무엇을 잊어야 합니까?”

대전교구는 정의평화위원회 주관으로 도마동 성당에서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세월호참사 추모미사를 봉헌했다.

강론을 맡은 최승범 신부는 세월호 침몰 당시 배 안의 학생들에게 끊임없이 들려 왔던 “가만히 있으라”는 소리는 세월호 안뿐 아니라 우리 안과 주변에서도 끊임없이 들려 오는 소리라며, “이는 (세월호참사를) 다 잊으라는 세상의 목소리, 유혹의 소리”라고 말했다.

최 신부는 “우리 또한 온갖 유혹과 자신의 이익과 욕심으로 가득 차, 돈이라는 맘몬 앞에 무릎 꿇은 ‘이 세상이라는 세월호’ 안에서 자신들의 이익만 챙기며 살겠다고 떠나간 사람들의 말을 들으며 가만히 있을지 모른다”며, 그러나 아직 하느님의 양들이 어떻게 도살되었는지 진실이 드러나지 않았고, 우리의 슬픔은 가라앉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세월호참사의 죽음뿐 아니라 숫자만 다른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의 죽음, 비정규직의 죽음은 계속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다며, “결국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라는 세월호 또한 권력 앞에, 돈과 욕심 앞에 가라앉게 될 것이다. 세월호참사는 남의 일이 아니라 나의 일, 내 가족의 일, 우리나라와 이 세상의 일이며, 우리 모두가 욕심과 온갖 죄로 가득 찬 ‘한배’를 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교구 도마동 성당에서 봉헌된 세월호참사 5주기 추모 미사. ⓒ정현진 기자

“표현할 길이 없는 우리들의 미안함을 표현하고자 합니다”

마산교구는 교구장 배기현 주교의 주례와 강론으로 사파동 성당에서 5주기 추모 미사를 봉헌했다. 미사에는 사제 30여 명을 비롯해 300여 명이 참석했다.

배 주교는 세월호 가족인 김영오 씨와 참사 당시 수십 명을 구했던 김용수 씨가 트라우마를 겪으며 힘들게 살아가는 이야기로 강론을 시작했다.

그는 “세월호참사의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고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은 채, 딸을 잃은 아버지와 사람을 구했던 이들이 비참하게 살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고 물으며, “구약의 구리뱀에 물린 사람들처럼, 돈이 되는 쪽으로만 한없이 달리다가 물린 자국이 결국 세월호지만, 이 문제마저도 우리들은 똑바로 보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세월호참사는) 습관된 자기중심주의, 이기주의, 죄악의 결과임을 똑바로 봐야 하고, 부끄럽다고, 용서해 달라고 청해야 한다”며, “용서는 하느님만 줄 수 있는 것이므로, 하느님께 용서를 구하고, 세월호와 함께 죽은 이들의 넋이 우리 속에 다시 살아남으로써 우리 자신이 다른 백성이 될 수 있도록 하자”고 말했다.

또 그는 “진리란 더도 덜도 아닌, 우리의 죄 때문에 느닷없이 죽어간 그 어린 영혼들을 아껴 주고 붙들어 주며 우리 속에 다시 살아가도록 하는 것”이라며, “우리가 변해야 한다. 진리 앞에 부끄럽지 않게 내면의 깊이와 진정성을 가지고 죽은 이들과 가족들 앞에 마음을 다해 용서를 구하자”고 말했다.

15일 마산교구 사파동 성당에서 교구장 배기현 주교가 세월호참사 5주기 추모미사를 집전했다. (사진 제공 = 마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신을 죽어 있는 상태로 만든 이들.... 세월호참사 일으킨 장본인들”

15일 부산교구 수정 성당에서 봉헌된 '세월호참사 진상규명과 기억미사'에서 이해인 수녀가 5주기 추모시 '그 슬픔이 하도 커서'를 낭송했다. (사진 제공 = 부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

부산교구는 정의평화위원회가 주관해 수정 성당에서 세월호참사 진상규명과 기억을 위한 미사를 봉헌했다. 이날 미사에는 사제단 20여 명과 신자, 수도자 400여 명이 참석했다.

강론을 맡은 박종민 신부는 자기 이익만 탐하고 자신의 안위만 먼저 생각하며, 자리 보전을 위해 희생자와 생존자, 가족들의 고통을 비웃은 이들, 사건의 진실을 덮고, 가족들에게 “그만하라”고 말한 이들이 바로 우리 사회에서 하느님을 죽어 있는 존재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박 신부는 “그러나 반면, 하느님이 살아 계시다는 것을 보여 준 이들은, 하느님이 희생자들과 함께 고통을 겪었다고 믿는 이들, 어렵고 힘든 길을 선택해 진상을 밝히려는 이들, 가족들의 고통에 동참한 이들”이라며, “이들에 의해 세월호는 인양됐고, 참사의 원인을 밝힐 기회를 얻게 됐다. 이들에게 하느님은 살아 계신 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활에 참여할 수 있는 사람은 편하고 쉽게 자신만 챙기는 사람이 아니라 힘들고 어려워도 이웃의 고통과 함께 머무는 사람”이라며, “나를 위해 내가 원하는 것만 들어주는 죽은 하느님이 아니라 하느님나라와 공동체를 위해 인간의 고통에 함께 하는 살아 있는 하느님을 믿는 사람이 부활에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15일 부산교구 수정 성당에서 세월호 5주기 미사에 참례한 신자들이 추모영상을 보고 있다. (사진 제공 = 부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
15일 부산교구 수정 성당에서 봉헌된 '세월호참사 진상규명과 기억미사'. (사진 제공 = 부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세월호참사의 피해자는 참사 장면을 목격한 모든 사람”

인천교구는 정의평화위원회 주관으로 답동 주교좌 성당에서 추모미사를 봉헌하고, 미사 중에 ‘4.16 기억토크’를 진행했다.

기억토크에는 단원고 희생자 김도언 학생의 어머니이자 ‘416기억저장소’ 소장 이지성 씨가 초대됐다.

먼저 이지성 씨는 ‘416기억저장소’에 대해, “단원고 희생 학생 한 명 한 명을 기억할 수 있는 기록물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고, 2014년 4월 16일에 정지된 생명존중의 공간이며 기억의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세월호참사의 피해자는 희생자와 그들의 가족, 친구, 교사와 이웃 나아가 모든 국민”이라며, “세월호 안에서 아이들이 살려 달라고 창문을 두드리는 뉴스 화면과 세월호를 밧줄에 묶어 끌어당기는 해경에 의해 서서히 수장되는 것을 목격한 우리 모두가 피해자”라고 말했다.

또 진상규명에 대해서는 “참사의 진실은 지금도 진도 맹골수도 찬 바닷속에 잠겨 떠오르지 않고 있고, 지금은 청와대 청원을 통해 진상규명 특별수사단 설치 국민서명을 받고 있다”며,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은 기억과의 싸움이며, 기억이 왜곡되면 기록도 역사도 왜곡된다. 세월호참사의 진실을 정확히 알고 기억해 달라. 봄꽃처럼 사라지는 우리 아이들을 매일매일 가슴으로 기억해 달라”고 당부했다.

15일 인천교구 답동 주교좌성당에서 봉헌된 세월호 추모미사에서 진행된 416기억토크. (사진 제공 = 인천교구 정의평화위원회)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춘천교구는 정의평화위원회 주관으로 거두리와 초당, 포천 성당에서 각각 추모미사를 봉헌했다. 이날 미사에는 사제 36명과 500여 명이 참석했다.

거두리 성당 미사 강론에서 오경택 신부는 “세월호 희생자들의 죽음 앞에 아무것도 못했다는 것, 그 긴 과정을 먼발치에서 지켜만 보고 있었다는 것, 죽어간 이들이 가장 나약하고 힘없는 아이들이었다는 것, 그리고 이들을 보호해야 할 국가의 책임자들이 너무 무능했다는 우리 공통의 기억은 예수의 죽음 앞에 있었던 제자들의 모습과 흡사했다”며,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세월호의 죽음 앞에서 기억하겠다고, 잊지 않겠다고 수없이 되뇌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루카 복음만 전하는 예수 옆자리 죄수의 고백, “선생님의 나라에 들어가실 때 저를 기억해 주십시오”, 그리고 이에 대한 예수의 대답, “너는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 것이다”를 통해, “죄수와 예수 사이의 먼 간극을 이어 주는 것은 기억이었고 결국 이 기억이 하느님나라에서 함께 살도록 이끈다”고 말했다.

그는 예수의 죽음을 기억하고 기념하는 가운데 이 시대의 약자들과 예수의 운명에 동참했던 수많은 이들을 함께 기억한다며, “약자를 대표하는 상징이 된 세월호의 희생자들, 그들과 나란히 서 있는 이 시대의 약자들, 고통 속에서 침묵으로 응답하는 수많은 작은 예수들을 기억하고, 기억을 행하며, 하느님나라의 연대를 살아 내자”고 말했다.

포천 성당 미사에 참석한 정평위원장 권오준 신부는 “이 사건도 언젠가는 잊혀질 것이고, 기억해 내려 애쓸 때가 올 테지만 지금은 아니”라며, “지금은 잊어서도 안 되고, 아프다고 회피해서도 안 되며 다만 궁금해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 많은 사람이 차가운 물속에서 어이없이 죽어간 이유를 알아야 한다. 그것은 사회적 이슈에 대한 관심이나 개인적 궁금함이 아니라 아파하고 힘들어 하는 이 사회에서 하느님의 평화를 다시 찾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한편, 세월호참사 5주기 당일인 16일에는 대구대교구와 수원신학교에서 추모미사가 봉헌된다. 광주대교구 일부 본당은 목포 신항에서, 제주와 전주, 청주교구 등은 각 본당별로 미사가 봉헌될 예정이다.

춘천교구 거두리 성당에서 봉헌된 세월호참사 추모미사. (사진 제공 = 춘천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춘천교구 거두리 성당 미사 초 봉헌. (사진 제공 = 춘천교구 정의평화위원회)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정현진 기자, 김수나 기자 regina@catholicnews.co.kr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의 기사는 영리 목적이 아니라면 누구나 출처를 밝히고 무료로 가져다 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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