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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라데이지호, “가해자의 돈으로 덮지 말라”

기사승인 2019.04.26  18: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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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4개 단체 연명 서한, 외교부 장관에 전달

스텔라데이지호의 침몰 원인 규명과 유해 수습을 촉구하는 서한이 26일 외교부 장관에게 전달됐다.

스텔라데이지호 가족, 시민대책위는 이날 서울 외교부 청사 앞에서 시민사회, 노동, 종교계 등과 연대 기자회견을 열고 “조속한 장관 면담”, “침몰 원인 규명”, “유해수습 TF 설치”를 촉구하는 서한을 외교부에 전달했다.

이날 전달된 서한에는 스텔라데지이호 가족, 시민대책위 외에 재난참사, 산재피해 유가족 및 국내외 시민사회 단체와 종교계 등 94개 단체가 연명했다.

연명 참여 단체 중 종교계는 천주교에서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와 천주교 인권위원회, 정의구현전국사제단과 개신교 단체와 불교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가 함께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주무부처인 외교부에 심해수색 중단 뒤로 침몰 원인 규명과 유해 수습이 진전되지 않는 상태를 비판하며,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국가의 역할을 다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재난 참사 및 산재 피해 유가족들이 연대 발언을 통해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들을 지지했다. 

먼저 (사)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장훈 운영위원장은 “이분들(스텔라데이지호 선원 가족들)은 우리와 같은 피해자”라며 외교부는 가족의 생사안위와 침몰의 정확한 내용을 알고 싶어 하는 피해자의 마음을 헤아려 달라고 말했다.

그는 “생명의 존엄함은 보수와 진보, 돈을 떠나, 정말 보편타당함이다. 유해를 수습하고, 실종가족을 찾아 달라는 것은 당당한 요구인데도 이들은 외교부에 부탁하고 있다. 돈으로 해결하려는 마음을 버리고 가족들의 진정성을 알아줘 한을 풀어 달라”고 말했다.

이어 작년 12월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기계에 몸이 끼여 숨진 청년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도 발언했다.

김 씨는 국가가 책임지고 사고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해야 하는데도 오히려 피해 당사자인 유가족이 나서야 하는 상황은 절대로 용인돼서는 안 된다며, 기업이 사람의 목숨을 함부로 하지 못하도록 하는 중대재해기업 처벌법 도입을 강력 촉구했다.

그는 “유가족들은 너무나도 큰 상실감에 슬퍼하기도 힘든데, 우리나라는 유가족이 나서 사건의 진상을 밝혀야 한다는 것이 황망하고 어이없다. 이것이 대한민국 현주소라는 것이 참으로 암담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외교부는 직무 유기하지 말고 심해수색 과업을 완수하고 유해를 수습해서 가족들이 더 이상 슬픔과 고통에 시달리지 않도록 해야 마땅하며, 유해가 빨리 수습이 안 돼 죄송하다고, (가족들의) 마음이라도 어루만져 주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김 씨는 “나는 정치도 경제도 잘 모르지만, 진실로 원하는 것은 사람이 제일 우선순위가 돼야 한다는 것이며 이를 철칙으로 삼아야 한다”면서 “우리는 더 이상 이윤이 사람의 목숨을 집어삼키는 일을 절대로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지난해 12월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혼자 일하다 기계에 끼어 숨진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가 지지발언을 했다. ⓒ김수나 기자

지난 2017년 제주도 음료 공장에서 현장 실습을 하다 숨진 이민호 군의 아버지 이상영 씨도 사회적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중대재해기업 처벌법 도입을 촉구하고, 사회적 참사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비판했다.

그는 “유가족들은 아픔에 허덕이고 괴로워하는데 정부는 나 몰라라 손 놓고 있다”면서, “정부의 이런 태도 자체가 국민의 안전권을 박탈한 것이고, 그 원인규명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유가족을 힘들게 하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행태”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내 자식이 죽고 나서야 그 아픔을 겪는 분들을 이해하게 됐고, 이 아픔이 또 반복되는 자체가 너무 힘들다. 내 자식이 차디찬 바닷물 속에서 죽지 않았으니까, 내 자식은 그런 일 안 하니까, 내 자식은 그런 배 안 타니까. 이런 말을 듣는 순간 오장육부가 다 찢어지는 고통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적 참사가 지금은 내 가족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주변에서도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막으려면 중대재해기업 처벌법이 바로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노동계에서는 민주노총 이상진 부위원장이 “인간의 생명은 인류 최고의 가치이고 헌법의 최고 가치”라며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이 정부의 가장 큰 역할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월호참사나 태안 화력발전소, 한화폭발사고 등 산재 사망 사고 때도 정부 해당부처는 똑같이 형식적으로만 대응해 늘 유가족들이 나서야만 했던 상황에 분노한다며, 이번만큼은 국가 스스로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해내고,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으라고 촉구했다.

이밖에도 종교계에서는 불교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인우 스님이 국민의 인권과 생명 존중을 위해 한목소리를 내자고 말했으며, 시민사회단체 대표로는 주권자전국회의 최병현 기획위원장이 정부의 대응을 끝까지 감시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가족대책위 허경주 공동대표는 “외교부는 심해수색이 어이없이 중단된 지 2달이 지나도록 여전히 고민 중, 협의 중이란 말만을 반복한다”고 지적했다.

허 대표는 “지난 2년 동안 외교부는 앞으로 모든 배가 침몰할 때마다 국가가 나서서 사고 원인을 해결해 줘야 하느냐면서 선례를 만드는 것을 굉장히 두려워했다. 하지만 이번에 국가가 끝까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 주고 폴라리스쉬핑에게 구상권을 청구해 잘못한 기업에게 국가가 끝까지 책임 묻는 좋은 선례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최근 외교부 이상진 재외동포영사실장이 스텔라데이지호의 선사인 폴라리스쉬핑에 추가 수색비용을 선의로 부담해 줄 것을 요청했다. 또한 인도주의적으로 선사가 비용을 내서 발견된 유해를 수습해 줄 것도 요구했다.

이에 대해 허 대표는 “폴라리스쉬핑은 최종 책임자며 가해자인데, 가해자의 돈으로 수색하면 사고원인이 명백하게 밝혀질 수 있겠나, 아니라고 본다”며 “외교부는 좋은 선례를 만들기는커녕 선사에게 돈을 내게 해서 이 사건을 무마하고 덮어버리려는 엉뚱한 선례를 만들려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책위는 정부가 먼저 심해수색을 통해 침몰 원인을 명확히 밝힌 뒤, 이후 폴라리스쉬핑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식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구상권은 책임자를 대신해 먼저 빚을 갚아 준 이가 나중에 그 금액을 돌려달라고 청구하는 권리다.

허 대표는 “길을 가다 사람 뼈를 발견하면 나와 전혀 상관없어도 수습을 해 주는 것이 사람의 도리”라면서 “우리의 요구는 딱 두 가지다. 침몰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심해수색을 다시 진행하고, 추가 증거자료를 확보해야 한다. 그리고 버려둔 선원들의 유해를 수습해 달라”고 말했다.

기자회견 뒤, 가족대책위가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보내는 서한을 전달했다. ⓒ김수나 기자

한편, 심해수색 7일 만인 지난 2월 21일 선원으로 추정되는 유해를 발견했으나 계약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유해를 수습하지 않았다. 외교부는 업체와 계약 당시 유해 발견 가능성을 알고도, 이를 계약에 넣지 않았다. 

또한 침몰 원인 규명에 핵심인 3차원 모자이크 영상 구현은 주요 계약이었으나 수색업체인 오션 인피니티사가 배가 72개로 쪼개져 있어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3월 17일 미국 우즈홀 해양연구소의 자문 결과는 기술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날 대책위는 외교부가 수색업체의 계약 내용 미이행에 관련해서는 국제소송을 진행한 뒤에 판단하겠고, 추가 심해수색과 유해 수습에는 새로운 재원이 필요해, 이 비용을 폴라리스쉬핑에 요구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책위는 외교부 장관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국제소송은 수년이 걸리는 것으로 이는 외교부가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며, 추가 수색 비용을 선사에 요청한 것 또한 가해자의 책임을 면해 주는 것이라며, 이것이 과연 외교부의 공식 입장인지를 밝히라고 요청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김수나 기자 ssuk316@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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