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하느님의 손 잡기. (이미지 출처 = Pixabay)

하느님을 만나는 일

- 닐숨 박춘식

 

버벅거리는 마음을 다듬어 보려고

하느님 안에서

하느님을 만나는 분을 뵈오러 나섭니다

 

살피고 찾다가 상큼한 바람이 스칠 때

하느님 안에서, 하느님을 만나,

그분의 가칠가칠한 손을 비비며 아파하는

성자(聖者)의 모습을 보고 몸 숙여 인사 올립니다

그날은

모든 단어가 물밑에 잠긴 호수 가장자리에서

나직한 나무의 미소를 보리라는 기대를 가집니다

 

“여러분의 시인 가운데 몇 사람이

‘우리도 그분의 자녀다.’ 하고 말하였듯이,

우리는 그분 안에서 살고 움직이며 존재합니다.”(사도행전 17,28)

 

<출처>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2019년 5월 6일 월요일)

 

믿음을 가진 이는 누구나 하느님을 모시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하느님 안에 살고 있으면서, 하느님을 만나는 일은 달리 생각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신심이 약하거나 기도를 하지 않는다면, 하느님을 마주 보거나 만나지 않는다는 이치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 안에서 하느님을 만나는 일을 여러 각도에서 곰곰이 생각해 보시기 원합니다. 그런데 하느님 안에서 하느님을 만나 마주 보며 하느님의 손을 잡는 분은 그리 많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느님의 손이 왜 까칠까칠하실까, 하는 질문을 생각하는 일도 좋은 묵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집니다. 영혼의 상태를 투시하여 볼 수 있는 카메라가 있다면, 신자들 중에 하느님을 만나 하느님의 손을 비비며 울먹이는 분이 예상보다 많이 보이리라 여깁니다. 저는 그분들을 만나고 싶고, 이야기를 조용조용 나누면 령시가 쏟아지리라는 생각도 자주 합니다.

닐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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