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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하는 신자에서 ‘가톨릭 시민’으로

기사승인 2019.05.10  17:3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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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김남희 교수 - “가톨릭 시민교육, 공적 교회와 시민됨을 위하여”

일주일에 5일은 일반인, 성당에 가는 이틀만 신자로 살아간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성당 밖의 생활 영역에서 신앙의 가르침과 사회의 요구가 다를 때, 그 괴리를 어떻게 극복할지 모르겠다는 하소연도 듣는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때론 신자들 삶의 문제이기도 한 많은 일에 대해 교회 안에서 함께 고민하고 나누는 모습도 찾기 어렵다.

시민이자 신앙인인 이들이 이 두 정체성을 삶 안에서 함께 실현하고 살아내기란 그렇게 어려운 것일까? 이 간극을 연결하기 위해 우리가 시도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가톨릭 시민교육은 사회 안에서 내가 누구인가 그리고 시민으로서 정체성을 먼저 확인하기 위한 것입니다. 교리가 교회 안의 문제라면, 시민교육은 사회와 교회 사이의 관계에 관한 것이죠.”

많은 이들이 품고 있는 의문과 아쉬움에 대해 평신도 신학자인 김남희 교수(가톨릭대)가 내놓은 답은 ‘가톨릭 시민교육’이다.

김 교수는 종교 교육, 가톨릭 성인 교육을 연구해 왔다. 2011년 서울대교구 사목국 제안으로 독일 가톨릭 성인교육 연수에 다녀온 뒤, 줄곧 이 문제를 연구하며 제안해오고 있다.

그가 경험한 독일 교회의 성인교육은 신자만을 위한 교육이나 교리 교육에 머무르지 않는다. 1950년대부터 가톨릭 정신과 성인교육(평생교육)의 정신을 동시에 구현하기 위해 설립된 독일 교회의 ‘가톨릭 성인교육’은 각 지역교회에서 진행되는 평신도 중심의 자발적 교육운동이다.

독일 가톨릭 성인교육은 국가 공교육, 개신교 성인 교육과 함께 평생교육의 세 축을 이룬다.각 교구별로 진행되며, 독일 가톨릭 성인교육연합이라는 상위 기관으로 통합된다. 또 “교육을 통해 신자들이 교회 안으로만 향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향하게 함으로써 가톨릭 시민으로 양성한다”는 목적에 따라, 지역 사회와 맺는 관계도 놓치지 않는다.

사회 참여와 실천을 전제로 한 신앙의 내면화, 종교와 사회,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의 긴밀한 연계를 위해 교육 내용도 절반은 정치, 사회, 예술 등 종교 외 주제로 구성된다. 내용의 다양성과 함께 중요한 것은 교회 공간의 개방이다.

뿐만 아니라 교육 프로그램 운영에 참여하는 평신도의 비율도 절대적으로 높다. 다양한 분야의 경험과 지식을 가진 평범한 신자 누구나 강사가 될 수 있다.

김남희 교수는 “시민으로서 갖춰야 할 다양한 내용을 담는 동시에, 교회가 지역사회에 공간을 열었다는 것도 중요한 의미”라고 본다. “신자 이전에 시민으로 살아가면서 필요한 내용, 고민하는 문제를 교회가 함께 고민하고 이들이 누구나 참여하고 말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다는 것에서 사람들은 교회가 신자들의 실존적 고민에 동참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본다는 것이다.

지난 2월, 춘천교구에서 가톨릭 시민을 주제로 김남희 교수의 특강이 진행됐다. (사진 제공 = 춘천교구 정의평화위원회)

가톨릭 성인교육의 우선적 대상은 침묵하는 ‘중간 신자층’

독일의 가톨릭 성인교육 프로그램을 한국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를 하면서 김 교수는 이른바 ‘중간 신자층’을 우선 대상으로 주목했다.

김 교수가 말하는 ‘중간 신자층’이란 열심히 교회나 성당 일에 참여하는 이들과 냉담자 사이에 있는 이들이다. 이들은 교회에 대한 관심도 있고, 미사도 참례하지만 교회 안에서 침묵하는 신자들이다.

김 교수는 “이 중간층의 신자들에게 시민의 정체성과 가톨릭 신자의 정체성을 같이 심어주는 것이 교육의 목적”이라며, “사회인으로 살아가야 할 현실적 책임이 크고 강한 사람들에게 교회 안의 이야기를 먼저 하면 공감하기 어렵다. 먼저 그들 삶의 터전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 자연스럽게 교회 안으로 들어오도록 하는 것이 가톨릭만이 할 수 있는 시민교육”이라고 설명했다.

“일반 인문학 강좌와 가톨릭 시민교육이 다른 점은 교육의 목표입니다. 가톨릭 시민교육의 첫 목표는 시민의식 고양, 그리고 가톨릭 정신으로 운영한다는 것입니다. 한국에서도 여러 교구에서 인문학 주제로 강의를 하고 있지만 ‘가톨릭 정신과 그것이 무슨 관계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하지 못한 상태에서 진행됩니다. 그 답을 하는 것과 하지 못하는 것, 그 자체가 목적이 되느냐, 수단화되느냐의 차이입니다.”

김 교수는 “먼저 사회인으로서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고 그것이 되었을 때, 신자로서 삶이 가능하다”며, “시민이라는 정체성과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지고 교회 안으로 들어와야 삶과 신앙을 연결시킬 수 있고 사회와 교회 관계도 역동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김 교수는 현재의 ‘사회교리’ 교육도 한계를 갖는다는 입장이다.

그는 “개념전달식 교육, 신앙과 교리 중심의 교육은 신앙인으로서 존재 변화를 유도하는 신앙 행위에 대해서는 간과하고 있다”며, “세상 속에서 신앙이 수행되는 방식을 먼저 깊이 고민하고 성찰해야 한다. 형식적이고 습관적인 신앙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신자 재교육의 교육 대상과 방법, 내용이 보다 확장되고 다양화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마을 의회. (이미지 출처 = commons.wikimedia.org)

“사회교리가 시민교육을 대신할 수는 없나?”

“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사회와 교회 사이의 연결 고리 역할입니다. 사회교리가 여러 사회적 가치를 교회 입장에서 가르치고 알려 주지만, 사회교리 역시 ‘교리’이고 교회 안의 가르침이죠. 그것을 적용하는 범위가 교회 안에만 머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김 교수는 시민교육과 사회교리의 차이는 교회와 사회 사이를 연결하는 관계가 구축되느냐의 여부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사회교리에서 가르치는 ‘인권’에 대해 각자 삶의 자리에서 스스로 느끼고 깨달아야만 신자로서 지켜야 할 인권의 문제는 무엇인지 찾아보게 되고, 이는 주체성이 달라지는 차원이라는 것이다. 또 정체성과 주체성이 확인될 때, 신자들은 굳이 교회가 밖에서 실천하라고 하지 않아도 스스로 길과 방법을 찾기 위해 교회로 들어오게 된다는 설명이다.

“교회는 신자들에게 우선 사회 현장에서 열심히 살고, 그 현장의 고민을 안고 교회로 들어오라고 요청해야 합니다. 방향성의 전환이죠. 교회가 현재 안고 있는 한계들, 이를테면 고령화, 중산층화, 신자 감소 등을 해결하려면 교회와 사회를 분리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가 시민사회 안에 속해있다는 것을 깨닫고 방향성을 전환해야 가능합니다.”

“교회가 신자들이 시민으로서 갖는 고민과 어려움에 함께 하고 있다고 확인시켜 주지 않는다면, 교회와 사회는 분리될 수밖에 없다”는 그는, 교회와 사회가 분리되지 않기 위해서는 교회 공간을 개방하고 확장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공간성의 의미는 두 가지다. 하나는 교회라는 공간 안에서 공론화가 되는 것, 그리고 지역의 사람들이 교회라는 공간 안에 모이는 것이다.

“교육이 아니라 말할 기회, 공론의 장으로서 시민교육”
“교회는 공적 존재다”

김남희 교수가 말하는 ‘중간 신자층’의 주요한 특성은 ‘침묵’이다.

그는 시민으로서 신자들이 각 삶의 터전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막연한 고민이 있지만, 시민들이 고민하고 겪는 일들에 대한 교회의 입장, 지침, 사목자의 성향, 정치적 성향의 영향 등 때문에 이들이 말할 수 있는 범위가 한정되어 있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가톨릭 시민교육’은 바로 신자들이 시민으로서 자신과 살아가는 삶의 현장에 대해 말할 수 있도록 만들고, 교회를 공론의 장으로 만든다는 의미다.

김 교수는 “교회에 여전히 머물고 있는 이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못한다는 것은, 교회가 시민사회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례로 교회가 어떤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 누구의 편을 들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은 한국의 고질적 이데올로기화가 교회 안에도 똑같이 작용하는 것”이라며, “교회는 공적인 역할을 하는 공적인 존재다. 공인으로서 시민사회의 소속감에 교회도 동참해야 하는데, 그동안은 공적 역할에 대한 인식이 낮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공적 역할에는 평신도의 몫도 중요하다며, “사제, 평신도, 수도자가 서로 동등한 시선에서 존중해야 하고, 유기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그러나 공적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할 때에는 지적과 비판도 필요하다. 그러자면 평신도들도 공부하고 성숙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교회의 공적 역할은 결국 교회가 시민사회와 함께 동시대를 살아간다는 의미”라며, “종교는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 가장 늦게 대처하고 그 다음에 교리가 만들어진다. 그러나 그런 보수적인 모습도 어느 한 켠에서는 유지되어야 한다. 다만 동시대성을 유지하기 위한 시민을 양성하는 것이고, 그것은 평신도들이 먼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가톨릭 성인교육의 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된 전시회 모습. (사진 자료 = 독일 성인교육연맹 페이스북)

“교회 쇄신과 냉담자를 돌아오도록 하기 위한 교리교육은 끝났다”

김남희 교수에 따르면 독일 교회는 신자들의 성향이나 생활환경 등을 상당히 자세하게 조사하고 있다. 수직, 수평적 층위, 정치적 성향에서 가톨릭 신자들이 어떤 분포를 이루는지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신자 유형 조사가 중요한 것은 그래야만 교회 내 신자들의 상황을 파악하고 ‘중산층화 된다’는 말을 정확하게 할 수 있다”며, “실태 파악이 중요한 것은 거꾸로 말이 현상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현실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그 특성이 표출되지 않는 중간 신자층을 가장 먼저 간과하게 되고 그들은 결국 교회 안에서 사라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간 신자층이 제대로 유지될 때, 그들이 신자 구성체 사이, 그리고 교회와 사회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며, “한국 교회는 극단만 보고 있는 경향이 있는데, 중간층을 들여다보게 되면, 중산층이나 보수에 있는 이들을 중화시킬 수 있다. 교회에서 쇄신을 위해서 냉담자를 교회에 데려오기 위해서 교리교육을 강조하지만 교리로 할 수 있는 것은 끝났다”고 말했다.

그는 “노령화, 보수화 등에 대한 모든 고민에서, 먹고 사는 현실 문제를 교회가 끌어안으면 그들 모두를 끌어안을 수 있다. 그리고 냉담자들도 자연스럽게 교회로 돌아올 수 있다”며, “교회 안에서 같이 고민해야 한다. 그러려면 건강한 보수가 필요하다. 이미 청년층은 이데올로기와 상관없는 세대이고 개인화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올바른 시민으로서 각자 살아갈 길을 보여 주는 것, 성숙한 신자들 만들어 내는 것이 교회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남희 교수는 떼제공동체와 지역 마을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 신한열 수사가 한 대답을 언급했다.

“(프랑스의 마을 자치 조직인) 코뮨 상부조직이 있는데, 거기에서 우리 수사 중 컴퓨터를 잘하는 수사들이 지역 쓰레기 문제를 책임지고 처리하기도 했습니다. 마을에서는 아예 유급직원으로 전담해 일해 주기를 바라기도 하지만, 저희는 그저 봉사로 하지요. 우리 수사들은 정당에 가입하지는 않지만 지역에서 많은 활동을 합니다. 그것은 아주 중요합니다. 마을의회에서는 수도자가 아니라 시민으로서 함께 활동합니다.” (떼제공동체 신한열 수사)

김 교수는 “마을의회에서는 수도자가 아니라 시민으로서 함께 활동한다”는 신 수사의 말에 공감한다며, “사회 안에서 살 때에는 평신도, 사제, 수도자의 이름을 벗고 시민으로서 동등하게 산다고 사고를 전환해야 한다. 좋은 태도를 갖추고 정신과 태도가 일치하는 시민일 때, 우리는 가장 가톨릭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 연수 이후에 가톨릭 성인교육에 대해 관심을 갖는 이들을 교회 안에서도 계속 만났지만 특히 평신도 중심의 조직과 운영 등의 조건이 한국 교회 제도 안에서 한계를 갖기 때문에 실현이 어렵다는 입장도 많다며, “하지만 완전하지 않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가톨릭 시민교육이 시도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정현진 기자 regina@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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