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신나무골 순교 성지. (사진 출처 = 칠곡군 문화관광 홈페이지)

은총의 폭포인 순교 성지

- 닐숨 박춘식

 

 

하느님의 은총은 물결처럼

어느때나 어디에나 내리흐릅니다

 

내리흐르는 물결은 가끔 뚝 끊어집니다

갑자기 가야 할 길이 안 보입니다

그때, 잠시도 당황하지 않고

물결은 그냥 곤두박질로 뛰어내립니다

사람들은 우와 폭포다, 라고 큰 소리로

환호하고 놀라워하고 사진 찍고

결국에는 이름까지 붙여 다시 또 찾아옵니다

 

가끔 우리는 폭포 은총의 순교성지를 찾아갑니다

물안개 날개로 하늘 높이 올라간 순교자들에게

찬미 노래를 합창하면, 순교성지는 곧

폭포 소에서 치솟는 은총의 수직 무지개임을 느낍니다

 

<출처>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2019년 5월 13일 월요일)

 

신나무골 성지 축복식(2019.5.2.목)을 멀리서 보며, 서정길 대주교를 생각합니다. 그리고 서 대주교는 영남지역 교회사 연구에 헌신한 마백락(클레멘스) 회장 등의 자문을 받아, 이곳 신나무골에서 살다가 한티로 피난 가서 순교한 이선이 엘리사벳의 묘소를 한티로부터 신나무골로 이장하였습니다. 순교하신 분의 유해를 서정길 대주교 입회 아래 직접 수습한 마티아 박상봉 회장이 보여 준 사진을 보고 너무 놀란 일이 있었습니다. 이선이 순교자의 이마에 커다란 십자가가 하얗게 새겨져 있는 사진을 두 손 모아 한참 바라보았습니다. 이장하던 날 제 기억에, 비가 많이 와서, 무슨 의미일까 곰곰 생각한 일이 있었습니다. 순교는 은총의 폭포이고 사랑의 용광로입니다. 그런데 용암이 흐르는 길이나 물결이 흐르는 방향은 낮은 곳입니다. 그러니까 거만한 사람이 순교하였다는 말은 들을 수 없습니다. 순교자의 달이 아니더라도 언제든 기회가 닿으면 순교성인의 성지를 자주 가시어 하느님의 은총에 대한 묵상도 하시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닐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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