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대교구 남동성당에서 5.18 39주년 미사

광주대교구 남동성당에서 ‘5.18광주민주화운동’ 39주년을 기념하는 미사가 5월 13일 봉헌됐다.

김희중 대주교를 비롯한 사제단의 공동집전으로 봉헌된 미사에는 400여 명이 참석했으며, 미사 뒤에는 금남로까지 함께 행진하며, “5.18 역사왜곡 처벌법 제정”,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세월호참사 진실 규명” 등을 요구했다.

미사가 봉헌된 남동성당은 ‘5.18기념 성당’이다. 1980년 당시 금남로에서 가장 가까운 성당이었던 이곳은 시민들을 보호한 곳이기도 했으며, 1980년 7월 15일 시국미사가 봉헌되고, 1981년 2월부터 8월까지 매주 월요일, 1982년 12월 24일 광주민주화운동으로 구속된 이들이 석방될 때까지는 매월 시국미사가 봉헌됐다.

5월 13일 저녁, 5.18기념성당인 남동성당에서 광주민주화운동 39주년 기념미사가 봉헌됐다. ⓒ정현진 기자

“어줍잖게 살아남은 우리에게 진실 규명의 몫이 있다”

“우리는 서울 광화문과 광주 금남로, 각 지역의 차가운 아스팔트에서 작은 촛불로 평화를 향한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작은 촛불이 모여 횃불이 되고, 횃불은 불기둥이 되어 이스라엘 백성이 홍해를 건너는 길잡이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 안주해서는 안 될 상황이 우리 앞에 놓여 있습니다. 우리는 오늘까지 여전히 5.18의 진상규명과 발포 책임자의 사과를 듣지 못한 채 한 많은 세월을 보내고 있습니다.”

김희중 대주교는 강론에서 5.18광주민주화운동의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으면, 해방 뒤 지금까지 이어지는 적폐, 세월호참사와 같은 불의한 역사가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난 2월 5.18공청회에 참석한 자유한국당 김순례 의원이 5.18 유공자를 ‘괴물집단’이라고 말한 것에 대해서도, “그 말이 유가족들에게 상처와 대못이 될지 몰랐다는 정치인의 현실감각이 신비스러울 뿐”이라며, 5.18특별위원회 임명도 방해하는 집단을 보며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기다릴 것이 아니라 진상규명을 향한 발걸음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39년 전 불의에 맞서 의연히 일어선 광주 시민들의 정의로운 저항은 우리 사회 안에서 다양하게 이어진다. 거짓된 평화로는 참된 나라를 만들 수 없기 때문”이라며, “반민특위가 무산됐기에 그 잔존 세력이 우리를 괴롭히고 있듯이 1980년의 진상규명이 되지 않으면 불미스러운 역사가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남북 화해와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신앙인들의 노력도 강조하고, “남북 화해와 평화공동체 정착을 진심으로 바라는 주변국은 없다. 한미동맹 역시 동맹인지 주종관계인지 의심”이라며, “우리 스스로가 평화역량을 기르지 못한다면 외세의 힘으로 해방된 뒤 분단됐던 것처럼, 5.18의 해방 역시 같은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주교는 신앙인들이 5.18정신을 영성으로 승화시켜야 한다며, “5.18은 단지 정치투쟁이 아니라 인권과 평등의 가치를 위한 투쟁이었다. 이를 계승하기 위해 불행하고 소외된 이들을 위한 복음적 관심을 기울이고 할 수 있는 일에 적극 투신해야 5.18의 영성이 가능하다”고 당부했다.

이날 미사에는 사제단과 수도자, 신자 등 400여 명이 참석했다. ⓒ정현진 기자

이날 미사에는 1980년 당시 시민수습위원회 대변인을 맡기도 했던 김성용 신부가 참석했다. 김 신부는 광주 참상을 정확히 알리기 위해 자신의 체험을 적은 책 "분노보다는 슬픔이"를 쓰기도 했다.

김 신부는, “1980년 당시 비겁하게 살아남았다”며, 사실을 알리기 위한 산 자로서의 책임 역시 무겁게 지니고 살아왔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당시 상무대에서 만난 한 장군은 사람들의 죽음과 시신 훼손이 군인들이 한 일이 아니라고 변명함으로써 오히려 그들의 짓임을 고백했다면서, “당시 광주에 있었던 군인들은 국군이 아니라 살인자였다”고 말했다.

그는 “5.18 유공자와 유가족들을 괴물집단이라고 한 자들이야말로 괴물집단”이라며, “앞으로는 그런 말을 하는 이들이 스스로 괴물집단이라고 고백하는 것으로 알아듣자. 불쌍하고 인간답지 않은 그들이 회개하기를 바라자”고 말했다.

미사 뒤 촛불을 들고 금남로까지 행진한 참석자들은 5.18 당시 광주 시민공동체의 상징과 같은 주먹밥을 함께 나눴다.

미사 뒤, 참석자들은 모두 금남로를 향해 촛불 행진을 했다. ⓒ정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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