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노인 (이미지 출처 = Pexels)

왕따당하신 하느님

- 닐숨 박춘식

 

 

? 노인은 뭐하기에 꺼칠꺼칠하오

- 어쩌다 시에 미쳐서 ....

? 어떤 시를 짓는데요

- 하느님에 대한 시를 쓰느라고 ....

? 허억, 왕따당하는 하느님을 시로 위로하나요

- 그래서 오늘도 하느님을 찾아 뵈오려고 ....

 

저어 꺼칠한 노인은 곱빼기 밥이요,

라고 봉사자에게 고함칩니다

 

경로잔치 마당을 두루 살펴보니

손가락으로 동그라미 그리며 안내하는 아저씨에게

하느님은 등을 어루만지며 빙긋빙긋 웃으십니다

휘휘 젓는 국자로 건더기를 올리는 아줌마 뒤에서

하느님은 수호천사와 손뼉 맞장구를 치신 다음

두 팔로 아줌마를 고이 안아 주십니다

그분 눈동자에 한 방울 사랑이 하얗게 반짝거립니다

 

<출처>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2019년 5월 20일 월요일)

 

아무리 생각하여도, 요즘은 하느님에 대한 시가 결코 큰 인기를 얻어 유명세를 치를 일이 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마을마다 고딕 성당을 세우던 중세기에는 하느님 시가 무척 인기가 높았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런데 요즘은, 하느님을 믿고 따르는 신앙인이 점점 성당을 떠나기 때문에, 하느님 詩가 날이 갈수록 외로움 속 깊이 빠져 구시렁거리며 왕따 골목으로 걸어가리라 여깁니다. 그러나 모든 시와 문학의 뿌리인 성경이 있기 때문에 전혀 실망하지 않습니다. 성경을 열심히 보시면서 하느님과의 친분을 깊게 만드시기 원합니다. 성경을 자주 보시는 분은, 성경 안에 있는 여러 가지 노래를 잘 아실 뿐 아니라 시편의 시구절에도 감동을 많이 받으시리라 여깁니다. 성경을 깊이 읽는 분은 하느님은 가장 위대한 시인이시면서 동시에 하느님 존재와 하느님의 모든 업적이 위대한 詩임을 느끼시리라 여깁니다.

닐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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