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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정, 도의회는 관광 회사가 아닙니다”

기사승인 2019.05.23  15: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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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주교 제주 ‘지속가능’ 심포지엄...“제2공항 근거 4500만명? 수용 가능성 먼저 따져야”

“20명 정원의 음식점에 2000명이 들이닥쳤습니다. 300명 정원의 영화관에 5000명이 들어와 영화를 관람합니다. 우리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요?”

이용객 4500만명을 가정하고 정부가 추진하는 제주 제2공항. 그러나 엄청난 숫자의 관광객을 제주도 환경·사회·공동체가 과연 수용할 수 있는지 꼭 수용해야 하는지, 결정하기에 앞서 도민 전체가 먼저 고민하고 결정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21일 오후 2시 김기량 성당에서 열린 ‘지속가능한 제주를 위한 성찰과 모색’ 심포지엄은 제2공항을 넘어 ‘관광 중심’ 제주 개발이 왜 한계에 다다랐는지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천주교 제주교구 생태환경위원회(위원장 허찬란 신부)가 개최한 심포지엄은 ▲기조 강연(송재호 위원장) ▲주제 발표(정영신 박사, 임영신 대표) ▲토론(이영웅 사무처장, 권상철 교수, 고제량 대표, 박찬식 대표, 박원철 위원장) 순으로 진행했다.

21일 오후 2시 김기량 성당에서 열린 ‘지속가능한 제주를 위한 성찰과 모색’ 심포지엄 현장. ⓒ제주의소리

임영신 대표(이매진피스)는 암스테르담, 베니스, 베를린, 보라카이, 마요르카, 바르셀로나 등 세계 유수의 관광도시 사례를 들며, 주민 삶을 고려하지 않은 관광(Tourist)은 테러(Terrorist)나 다름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은 한 해 관광객 1700만명이 찾는다. 인구 110만명의 10배가 넘는다. 보다 못한 정부는 최근 들어 자연 훼손, 주민 일상 위협 등을 이유로 강력한 관광 억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상징적인 사례가 ‘I am sterdam’이란 대표 상징물을 철거했다. 

주민 17만명이 5만명으로 급감하며 도시 존폐 위기에 처한 베니스는 “주민들이 빠르게 관광 난민이 돼 가고 있다. 관광과 개발을 위해 터전에서 내몰리는 삶”이라는 외침까지 등장했다.

시민운동과 주민투표를 통해 정부의 개발 계획을 막고, 도시 안 공항(템펠호프 공항)을 시민 공원으로 변환한 베를린, 음주·흡연·쓰레기 투기 금지, 오수 정화 시설을 갖춘 호텔만 허가 등 강력한 규제 정책을 내세운 보라카이, 일반 주택을 관광객에게 대여하는 에어비엔비 서비스를 강력히 규제·반대하는 마요르카도 마찬가지.

임영신 이매진피스 대표. ⓒ제주의소리
심포지엄이 열린 김기량 성당 내부 전경. ⓒ제주의소리

바르셀로나는 관광이 지역의 핵심 화두로 떠오르며, 시장 선거까지 영향을 끼쳤다. 진보적인 시민운동가 출신 젊은 여성(아다 콜라우, Ada Colau)을 시민들이 시장으로 선출한 것이다. 

이후 바르셀로나 시 행정은 관광에 대한 방향을 홍보(Promotion)가 아닌 관리(Management)로 전환했다. 숙박업소 승인을 멈추고, 명소 입장을 예약제로 전환할 뿐만 아니라, 주민 이용을 배려하기 위해 전통시장의 관광객 입장 시간을 제한했다.

주민, 관광업, 레스토랑, 노동조합, 사회단체, 지역대표, 전문가, 기술관리자, 행정 등 지역 구성원을 고르게 대변하는 60명 규모의 ‘관광 및 도시위원회’를 공개 운영하기 시작했다.

임영신 대표는 “제주도정과 제주도의회는 공공기관이지 관광 회사가 아니다. 관광으로 돈 버는 일도 중요하지만, 숲과 바다를 지키면서 우리의 미래인 자녀 세대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제주를 만드는 책임도 있다”고 도정과 의회를 겨냥했다.

또 아다 콜라우 시장의 말을 인용하면서 “제주도의 어떤 개발 이익도 제주 안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의 삶을 대신하지 못한다. 답을 찾지 못한다면 멈추고 다 함께 고민하자”고 밝혔다.

4500만명 몰리는 제주도, 과연 행복한 섬일까?

정영신 박사(도청 앞 천막촌 연구자 공방)는 새 공항을 짓기 전에 과연 그만한 거대한 변화를 제주도가 감당할 수 있는지 도민 전체 의견을 우선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영신 박사는 “국토부는 2045년이 되면 제주공항 이용객이 4500만명에 육박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래서 현재 제주공항은 그 인원을 감당하지 못하기에 새로 공항을 지어야 한다는 논리”라며 “그러나 중요한 질문이 빠졌다. 과연 그렇게 많은 관광객을 제주가 수용할 수 있까? 국토부의 제2공항 사전타당성 용역, 예비타당성 용역 어디에도 제주사회, 자연, 마을, 공동체가 수천 만 명의 관광객을 수용할 수 있다 없다에 대한 답이 없다. 그저 많이 올 것으로 예상되니 지어야 한다는 결론”이라고 국토부의 태도를 경고했다.

정영신 박사는 “이제 제2공항을 판단하는 시선이 바뀌어야 한다. 공항 수용력 문제가 아니라 자연, 사회, 공동체를 포함한 ‘제주 수용력’이 버틸 수 있느냐 여부가 관건이다. 제주 수용력을 먼저 논의한 다음에 제2공항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며 “제주 수용력의 핵심은 두 가지다. 제주 환경이 저 많은 사람을 버틸까, 그리고 개발 사업을 받아들일 때 도민들이 과연 행복할까로 나뉜다”고 제주 수용력을 핵심 기준으로 내세웠다.

정영신 박사. ⓒ제주의소리
문창우 주교, 강우일 주교, 김태석 의장 등이 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특히 “관광 개발이란 프레임은 1970년대부터 반세기 동안 제주도민들에게 절대적으로 옳다고 인식돼 왔다. 그러나 최근 한국은행 연구에서도 나타나듯, 주요 관광지 인근 주민들의 삶의 질은 낮은 상태”라며 “오수·하수, 쓰레기, 자동차, 주차난 등 이제 사회적 수용력에 대한 문제 징후는 곳곳에서 나타난다. 권력자나 몇몇 전문가, 고위직 공무원들에 의해 만들어진 제주미래비전이 아닌 도민 전체가 참여하는 미래비전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지속가능한 제주 미래, 도민 손에 달려

송재호 위원장(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은 기조 강연에서 "현재 제주도의 지속가능성은 상당히 위협받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송재호 위원장은 "1990년대 이전까지 제주에서 관광 개발은 무조건적인 선(善)이었다. 90년대 중반을 지나면서 장-단점이 부각되고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조정의 핵심은 지속가능성이다. 많이 벌고 더 많이 개발하는 것이 아닌 허용 가능한 수준, 지역 수용력 안에서 관광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는 뜻이다. 이건 관광 만이 아닌 개발 전체 측면에서도 적용된다"고 피력했다.

송재호 위원장. ⓒ제주의소리
신중하게 발표를 듣는 참가자들. ⓒ제주의소리

그러면서 "논쟁이 되는 사안을 결정 함에 있어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전문가 제안 방식과 주민들의 합의 방식이다. 두 개가 일치하면 최선이지만 충돌할 경우는 주민의 민주적인 합의 과정을 우선해야 한다. 왜냐면 주민들은 그곳에 살기 때문"이라면서 제2공항을 비롯한 갈등 문제에 도민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는 뜻을 내비쳤다.

박찬식 대표(육지사는 제주사름)는 "공항이 두 개가 되면 항공기를 더욱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을까. 대다수의 도민은 공항에서 뜨고 내리는 항공기가 줄어드니 불편하기 마련"이라고 예상했다.

또 "제2공항 영향을 받는 성산읍 일대 230만평(760만3305m²)은 소음에 시달릴 것이다. 제2공항 자체로 막대한 환경 피해를 발생시키는데 도로 확장 같은 연쇄 효과로 더 큰 피해를 일으킨다. 공항 인근에 숙박 업소를 비롯해 배후 시설이 들어서면 제주시 상권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토론 참가자들. ⓒ제주의소리

박원철 위원장(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은 "제2공항 문제는 이제 도민들이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박원철 위원장은 "제2공항은 지금 아무도 그 파급 효과에 대해 제대로 검증해주지 않는다. 반대 측에서 몇몇이 애쓸 뿐이다. 원희룡 도정은 제2공항을 사안 별로 나눠 검토하고 도민에게 묻고 결정하자는 의회 의견에 묵묵부답"이라며 "국토부도 청와대에서 움직여야 겨우 외국 자문 기관의 보고서를 내놓는 수준이다. 지속가능한 제주 미래는 도민들이 다시 한 번 역량을 모으지 않으면 어려울 수 있다"고 깨어있는 시민들의 참여를 당부했다.

<기사 제휴 / 제주의 소리>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한형진 기자 cooldead@naver.com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의 기사는 영리 목적이 아니라면 누구나 출처를 밝히고 무료로 가져다 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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