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여성성소수자 공동체, 평신도 함께 행진

이날 퀴어 축제에는 천주교 여성 성소수자 공동체 알파오메가도 참가했다. ⓒ김수나 기자

“모임이 만들어지고 여기까지 오는데 12년이 넘게 걸렸다. 그동안 회원 수도 많이 늘었고, 여성 인권과 성소수자의 영적 돌봄에 관심이 있다는 수녀님들에게 연락도 받았다. 자매들이 하느님 사랑 속에서 힘을 합치고 용기를 내자 세상이 손을 내밀어 주기 시작해 기쁘다”

6월 1일 열린 제20회 서울퀴어문화축제에 가톨릭 여성 성소수자 공동체 알파오메가도 참여했다

무지개예수 회원이 수도복을 입고 무지개 리본을 매단 십자고상을 든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김수나 기자

이들은 공동체를 돕고 싶어 하는 사제, 수도자들이 자신들과 함께 행진하지 못해 미안해하고 아쉬워했다면서 가톨릭이 교회 차원에서 성소수자를 지원할 수 있도록 주교들이 앞장서 주기를 간곡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퀴어문화축제는 매년 열리는 성소수자들의 축제로, 성소수자 관련 단체와 인권, 사회, 정당, 종교 등 다양한 연대자들이 함께한다.

이날 축제가 열린 서울시청 광장 주변에는 반대단체나 개인들이 축제 규탄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찬송가를 틀어 놓고 축제 참가자들을 지옥에서 구해 달라며 기도하는 사람들을 봤다. 저주의 말을 퍼붓는 그들이 이미 지옥 속에 있는 것 아닌가 싶었다.”

이날 성소수자들과 연대하고 싶어 축제에 참여했다는 고동주 씨(비오)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한 말이다.

그는 “서울광장에 있는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의 차이점에 대해 눈을 흘기지 않고, 스스로 당당한 모습이 보기 좋았다”며 “하느님은 우리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신다고 하는데, 바로 이곳에 함께 계신 것 같았고, 그 순간 혐오세력의 목소리도 아득해지면서 충만한 행복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고 씨는 평소에 주위 사람들이 성소수자에 대해 함부로 말하는 모습이 안타깝다면서 표현하지 않았을 뿐 주변에 성소수자가 있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는 이날 행진 대열에는 모두 11개의 트럭이 중간 중간에 배치됐으며, 이는 축제 사상 최대라고 밝혔다. 축제가 열린 서울광장 바로 옆 도로에서는 "동성애의 죄악을 회개하라"는 보수 개신교 단체의 시위가 있었다. ⓒ김수나 기자
1일 서울시청 앞 광장과 그 일대에서 열린 2019 서울퀴어문화축제에는 모두 15만 명이 참여했다. ⓒ김수나 기자

독서모임인 가톨릭리딩포럼(CRF)에서 왔다는 강석주 씨(카타리나)는 “다른 종교들인 성공회, 개신교, 불교도 부스가 있는데 가톨릭은 부스가 없다. 내년에는 꼭 가톨릭 부스가 마련되면 좋겠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그는 이어 “사랑과 자비라는 가톨릭의 가치가 성소수자 이슈에 적용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하지만 오늘 ‘무지개예수’ 트럭과 함께 행진하게 돼 역사적으로 참 중요한 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리스도인 성소수자를 위한 연대단체인 무지개예수는 16개 교회와 관련 단체로 구성됐으며, 천주교에서는 여성 성소수자 공동체 알파오메가가 참여했다. 

퀴어축제에 참여한 단체들은 부스를 만들어, 성소수자에 대한 정보를 알리고, 성소수자를 지지하고 이들과 연대하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행진 시작 전, 무지개예수 팀 트럭 위에서 퍼포먼스 진행자가 "평등세상 가까이 왔으니, 혐오를 멈추고 회개하라"는 피켓을 들고 있다. ⓒ김수나 기자
(왼쪽) 참가자들에게 성소수자에 대한 지지와 연대를 의미하는 오색 실팔찌를 채워 주는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스님들. (오른쪽) 이날 성공회 부스에서는 묵주, 연꽃십자가 배지 등을 나눴고 사제들의 축복식도 있었다. ⓒ김수나 기자

이날 축제에는 성공회, 개신교, 불교가 각자 부스를 두고, 연대와 지지를 상징하는 배지, 묵주, 팔찌 등을 나눠 주었다. 성공회 신부들과 개신교 목사들, 불교 스님들이 참가자들에게 기념품을 나눠 주거나 사진을 찍고, 함께 행진했다.

한편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참가인원은 서울시청 앞 광장 행사는 8만 명, 행진은 7만 명으로 모두 15만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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