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환경회의 제주 제2공항, 골프장, 가리왕산 문제 살펴

종교환경회의가 4일 “개발, 생태계는 어떻게 붕괴되는가, 종교인의 눈으로 본 개발의 문제”를 주제로 연 대화마당에서 제주 제2공항의 최근 쟁점, 골프장 개발과 가리왕산 복원 현황과 문제를 짚었다.

이 자리에서는 제주공항의 관제시스템을 개선하고 시간당 운항횟수를 조절하면 제2공항을 짓지 않고도 장기예측 관광객 수요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먼저 제주 제2공항 검토위원회 박찬식 부위원장(제주 제2공항 반대범도민행동 공동대표) 부위원장이 제2공항 문제의 최근 쟁점과 대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관광객의 대규모 증가를 대비해 제주에 공항시설을 늘리기로 하고 지난 2014-15년 사전타당성 검토를 거쳐 공항확충 방안을 마련했다. 그 결과 기존공항을 유지하면서 제2공항을 새로 짓기로 하고 서귀포시 성산읍 5개 마을을 수용해 2025년까지 4조 87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제2공항, 절차적 정당성과 도민의 자기결정권, 지속가능성 빠져 

박 부위원장에 따르면, 지난 4년 동안 공항 규모 및 입지선정 등의 절차와 난개발 등을 둘러싸고 도민 사회가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원래 공사 일정보다 미뤄진 상태다.

그는 지역사회가 수용지역 주민의 이주와 생존권, 소음피해 등은 물론 토건자본으로 인한 자연 파괴가 과연 자연이 주 자산인 제주도의 미래를 위한 것인가를 묻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제2공항이 공군기지로 쓰일 가능성도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제2공항의 쟁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민주주의의 문제”라며, “공항문제가 제주도민의 삶에 큰 영향을 주는 사안임에도 현재 공항시설법상 국토부에 전권이 있어, 도민이 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장치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절차적, 갈등 해소 과정의 정당성은 도민의 자기결정권의 문제”로 “(이는) 공항확충의 필요성과 규모, 대안, 입지선정을 누가 결정하는가와 주민의 문제 제기와 갈등을 어떻게 해결하는가의 문제”라고 말했다.

제2공항 건설의 근거로 제시된 장기적 관광객 숫자 문제도 제기됐다. 정부는 2014-15년 사전타당성 검토에서 2045년 공항 이용객을 4560만 명으로 추정했다.

그는 “제주의 생태적 사회적 수용력, 지속가능성의 문제를 고려하지 않고 추정치에 맞는 공항을 지어야 한다는 것은 과연 타당한가? 만약 1억 명이 온다면 공항을 더 지어야 하는가란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4일 불교전법회관에서 열린 종교인 대화마당. 종교환경회의는 제주 제2공항, 골프장, 가리왕산 문제를 통해 종교적 관점에서 개발을 어떻게 볼 것인지 논의했다. ⓒ김수나 기자

몇 가지 시설 개선하면 제2공항 없어도 충분....국토부 ADPi 보고서 결과 은폐....도민 여론 역전

한편, 그는 국토부가 제주공항 활용방안에 대한 연구결과를 최근까지 은폐했다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지난 2015년 사전타당성 검토 용역을 위해 파리공항공단 엔지니어링(ADPi)에 연구를 맡겼다. 그 결과 현재 공항의 주 활주로 개선, 교차활주로 사용, 노후 관제 시스템 개선으로도 국토부의 장기 수요예측(연간 이용객 4560만 명)을 충당할 수 있다. 국토부는 이 사실을 지난 5월 10일에야 밝혔다.

ADPi는 공항 설계와 건축을 전문으로 하는 파리공항공단의 자회사로, 세계 주요 공항 건설에 참여했다.

그는 지난 5월 31일 JIBS(제주국제자유도시방송) 여론조사에서 제2공항 갈등 해소를 위해 공론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84퍼센트라고 말했다. 현재 다수의견은 기존 제주공항을 확충, 개선하는 것으로 불편해소와 안전확보, 관광객 확대 수용까지 가능하다면 제2공항이 필요 없다는 것이다.

그는 “처음에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70퍼센트 정도가 제2공항 건설을 지지했지만, 최근 여론조사 결과는 완전히 역전돼 현재 공항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이며, 이러한 여론변화는 ADPi 조사보고서의 결과가 공개됐기 때문으로 봤다.

이어 그는 제주공항의 관제장비 개선이 중요하다고 했다. 첨단 관제장비만 마련되면 교차활주로의 동선과 운항 간격을 조절해 새 공항 없이 현 공항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어 그는 “내부 연한이 지났거나 비나 태풍이 오면 교신이 끊겨버리는 장비를 쓰기 때문에 안전을 위해서라도 장비를 개선해야 함에도 2019년 관제시설 개선 예산으로 580억이 올라갔으나 시급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모두 삭감됐다”고 말했다.

난개발과 과잉관광으로 지역공동체 해체 위기

박 부위원장은 2000년대 들어 시작된 대규모 국내 대형자본과 외국자본의 투자로 제2공항을 비롯해 골프장, 신화역사공원, 영어교육도시, 헬스케어타운, 영리병원, 리조트, 동물테마파크, 관광단지, 타운하우스 등 중산간과 해안가에서 난개발이 추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대규모 이주해 온 이들과 과잉관광으로 인해 농촌 중심의 지역공동체성이 무너지고 있다”며 “이주한 이들은 현지 주민과 교류하지 않으며, 개발이익을 보는 곳과 그렇지 못한 곳 등으로 나뉘고 범죄율도 높아지는 등 다양한 갈등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갈등으로 인해 “제주도민은 정체성의 혼란과 자기분열을 겪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이날 원주녹색연합 상임대표 박성율 목사는 골프장 개발의 현황과 문제점을 살폈다.

그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전국에는 골프장 527개가 있다. 지금 공사 중인 곳과 준공 전이라 잔류농약 검사를 하지 않은 곳까지 포함하면 약 560여 개 정도로 추정된다.

그는 현재 골프장 공급확대정책으로 골프장은 공급과잉상태이며, 각종 인허가 과정에서 금품제공, 사업자금 금융대출 로비, 결정, 승인고시 등 절차과정의 공정성 결여 및 부실하거나 허위로 작성되는 환경영향평가의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골프장 건설 과정의 토지강제수용에 대해 “약한 자들의 땅을 합법으로 수탈하고 결국 투기자본의 손에 바치는 나라, 사람들은 빼앗기고 쫓겨나고 죽어 가며 토지난민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골프장의 농약사용이 주민의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환경을 오염시키는 것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2014년 기준, 골프장의 총면적은 4만 6000헥타르로 국토의 0.5퍼센트라고 설명했다. 이는 국토의 1.2퍼센트인 국립공원 면적의 절반에 가깝다.

그는 골프장 면적의 60퍼센트에 농약이 뿌려지므로 국토의 0.3퍼센트가 농약으로 덮이는 실정이라며, 농약오염 및 지하수 고갈 등에 대한 데이터가 필요한데도 정부는 자본의 힘에 의해 데이터를 추적하지도 않았고, 추적하지도 못하게 한다고 말했다.

세 번째로 녹색연합 자연생태팀 배제선 팀장이 2018 평창동계올림픽 때 활강경기장으로 사용됐던 가리왕산 복원의 현황과 문제를 살폈다.

배 팀장은 가리왕산은 한국에서 9번째로 높은 산으로 거의 유일한 원시림이며 100여 종의 희귀식물과 멸종위기종 동물 수십 종이 서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올림픽 뒤 산 전체를 복원하겠다고 약속했으나 강원도가 마음을 바꾸면서 현재도 복원되지 않고 있다. 지난 1월 환경부는 강원도에 가리왕산 생태복원 이행명령을 내렸으나,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이를 따르지 않고 사회적 합의기구를 제안해 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현재 가리왕산은 활강경기장 공사 당시 불법적 벌목과 난개발이 이뤄진 상태 그대로 방치돼 있다. 지난해 산림청이 국민안전대진단을 해 산사태의 위험성을 강원도에 경고했고 실제 그해 5월, 시간당 35밀리미터의 비에도 산사태가 일어나 6가구가 침수됐다.

지역주민들이 산 정상에 곤돌라를 타고 올라가 둘러볼 수 있는 올림픽 기념관을 세워 달라고 요구했지만 강원도와 정선군은 그 경제성을 증명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시민사회단체는 기후변화와 고산침엽수 멸종에 대비하고 생태적 여행문화를 충족할 수 있는 방안으로 산림복원 센터를 제안하고 있다.

종교환경회의에는 개신교, 불교, 원불교, 천도교, 천주교 환경단체가 함께하고 있다. ⓒ김수나 기자

생명을 파괴하는 경제집단의 이익 앞서면 안 돼

한편, 각 종단별 개발에 대한 종교적 관점을 밝힌 자리에서는 천주교 창조보전연대 대표 양기석 신부가 “우리는 생태계의 부르짖음과 가난한 이들의 부르짖음 모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생명의 원천을 무분별하게 파괴하는 경제 집단들의 이익이 우선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날 종교환경회의는 공동성명을 내고, 생명의 조화와 가치를 지키기 위해 적극 행동하고 동참할 것을 당부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개발에서 소외됐던 사람들, 쓰러져간 생명, 생태계의 변화와 아픔을 개발이라는 신화 아래 간과해서는 안 된다”면서 “계속되는 개발은 허구임을 알고 자연이 받아들일 수 있는 안에서 개발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리스도교의 하느님 창조질서의 복원과 생태적 회계, 불교의 자비와 생명존중사상, 원불교의 만물과 마음개벽 정신, 천도교의 개벽정신은 생명의 소중함을 말해 주는 교리라며, “모두 자연을 파괴하는 인간의 모습을 반성하고 자연과 조화로운 삶을 추구하는 지향한다”고 말했다.

한편, 종교환경회의에는 기독교환경운동연대, 불교환경연대, 원불교환경연대, 천도교한울연대, 천주교창조보전연대가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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