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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지는 않고 그리스도의 흉내만 내고 있었다

기사승인 2019.06.11  12: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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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원한 생명을 주는 진리의 길 - 김용대]

"영원한 생명을 주는 진리의 길", 요한 타울러, (김용대), 사회와연대, 2017, 448-450쪽.

“그 뒤에 사도들은 올리브 산이라고 하는 그곳을 떠나 예루살렘으로 돌아갔다.
그 산은 안식일에도 걸어갈 수 있을 만큼 예루살렘에 가까이 있었다.”
(사도 1,12)

하느님 아버지께서 당신의 영원한 아드님을 보내시어 하라고 하신 일을 아드님께서 모두 끝내시고 제자들로부터 아드님의 몸을 데려가시게 되었을 때, 제자들은 올리브 산에서 예루살렘으로 돌아갔습니다.

제자들은 예루살렘으로 돌아가서 여섯 가지 일을 했습니다.

첫 번째로 자신들이 온 세상 사람들로부터 버림을 받고 하늘나라의 기쁨과 위로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을 알고 내면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그리하여 외적인 일을 전혀 생각하지 않게 되었는데 온 세상 사람들은 헛된 것들에서 기쁨을 찾으며 모두 죽은 사람들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로 자기(自己)를 버리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리하여 예전처럼 사느니 죽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고 하느님의 영광을 지킬 수만 있으면 어떤 일이 생겨도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제자들은 원수들이 가득 찬 예루살렘으로 가게 되었는데 주님의 명령을 받아 거기로 가서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 알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예전과는 달리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세 번째로 예수님께서 말씀이나 본보기로 가르쳐 주셨던 거룩한 가르치심을 기억하며, 자신들이 어리석어 전혀 깨닫지도 못하고 자신들이 주님의 말씀을 듣고 주님을 바라볼 자격도 없다고 생각하며, 주님의 사랑스런 돌보심을 너무나 몰랐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제자들은 이 모든 것을 알고는 몹시 슬픈 마음으로 하느님 앞에서 고백하고 심하게 자책하게 된 것입니다.

네 번째로는 제자들이 사랑하는 스승님께서 모든 일에서 자기희생을 하셨다는 것을 기억하게 되었습니다. 주님께서는 평생 동안 당신의 이익을 생각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리고 제자들은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는 주님의 말씀도 떠올렸습니다.(마태 16,24)

그리하여 제자들은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고는 자신들이 자기를 버리지 못하고 그리스도의 흉내만 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두려워하기만 하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제자들은 이 모든 것을 고백하고 자신들을 몹시 탓하고 진심으로 경멸했습니다.

다섯 번째로 제자들은 이 어리석고 무절제하여 비롯된 비참한 마음을 떨치고 일어나 진심으로 사랑하는 스승님을 그리워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진심으로 자신들의 부덕함을 용서해 주시고 비겁함을 없애 주시고 이기심을 없애게 해 주시고 참된 삶을 살지 못하게 하는 모든 것을 떨쳐버리게 해 주시어 주님처럼 살 수 있게 해 달라고 간청했습니다. 제자들은 이 모든 것을 진심으로 간청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성령을 받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섯 번째로 믿음이 생기게 되어 자신들을 도우시고 위로해 주실 것이라는 스승님의 말씀을 기억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제자들은 모든 사람들로부터 버림을 받고 미움을 받고 몹시 어려운 처지에 있기는 하지만 스승님이신 주님을 굳게 믿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자신들의 부덕함과 세상 것들을 버리지 못하여 불안해 하기는 했지만 주님께서 자신들을 결코 버리시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여러분은 “제자들이 세상 것들을 모두 버리고 하느님의 빛으로 자신들의 부덕함이 치유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주님 승천 후에 왜 바로 성령이 주어지지 않았습니까?” 하는 질문을 할지 모릅니다. 나는 주님의 승천과 성령 강림 사이에 성령께서 떠나갔다고 믿지 않으며 성령을 받고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었다고 믿습니다. 제자들은 성령 강림절에 충만하게 성령을 받았습니다. 누구나 자기를 알고 자기를 버릴수록 성령을 더 충만하게 받게 마련이지만, 제자들이 성령 강림절까지 성령을 충만하게 받지 못한 이유는 아직도 자기를 완전히 버리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자들이 아직도 버리지 못한 것이 있어서 성령을 받을 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을 버리자 성령을 맞이할 준비가 끝나게 된 것입니다. 그리하여 성령께서는 영혼을 사로잡으신 것을 만족해 하셨습니다. 이에 대한 설명은 다음 강론 때에 보다 상세하게 하겠습니다. 그레고리오 성인(St. Gregory)은 제자들과 비슷한 영혼들에 대하여 “우리 안에서 성령의 힘이 더 커질수록 우리의 영혼은 힘을 잃게 되므로 우리가 자신 안에서 힘을 쓰지 않을수록 하느님 안에서 더 큰 힘을 쓰실 수 있게 됩니다.” 하고 말했습니다. 삼위(三位)시여 저희에게 이런 거룩한 힘을 주소서. 아멘. 

- 성령강림 대축일의 다섯 번째 강론

 

'그리스도의 승천'과 '성령강림'. (이미지 출처 = commons.wikimedia.org)

제자들이 어렵게 성령을 받은 후 죽고 난 뒤에는 성령을 받기 전처럼 사람들은 오랫동안 그리스도의 흉내만 내어 왔기 때문에 말세를 연상케 합니다. 그리하여 미사 중에 신자들이 주님의 기도를 한 뒤에 사제는 다음과 같이 ‘성령청원기도'(epiclesis)를 하고 있습니다. “주님, 저희를 모든 악에서 구하시고 한평생 평화롭게 하소서. 주님의 자비로 저희를 언제나 죄에서 구원하시고 모든 시련에서 보호하시어, 복된 희망을 품고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을 기다리게 하소서.”

성경은 하느님께서 우리들이 회개하고 의롭게 될 때까지 예수님을 다시 보내시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여태까지 끊임없이 수많은 죄를 지어 왔으나 그중 가장 큰 죄는 사랑하지 않은 죄입니다. 그런데도 사랑하지 않은 것을 고백하지도 않은 것입니다. 또한 전혀 의롭게 되지도 않았습니다. 사랑은 성령을 통해 얻을 수 있는데 성령을 받지 못해 사랑할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성모님께서 스테파노 곱비(Stefano Cobbi, 1930-2011) 신부를 통하여 메시지를 주셨던 "성모님께서 지극히 사랑하시는 아들 사제들에게"(가톨릭 출판사)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 있습니다.

두 번째 성령강림은 은총과 자비의 강물처럼 도래하여 교회를 정화시킬 것이며, 너희 ‘천상 엄마’를 본받아 가난하고 순결한 교회, 겸손하고 굳건한 교회, 흠도 주름도 없이(에페 5,27) 온전히 아름다운 교회가 되게 할 것이다. 온 교회가 성령의 신성한 불길에 의해 새롭게 되어 주님의 영광을 반영할 것이고, 그 천상 엄마를 본받아 흠도 주름도 없이 온전히 아름다운, 충실하고 순결한 신부가 될 것이다.”

“이 계획과 더불어 ‘성령’의 때가 오리라. 성부와 성자께서 너희에게 더욱 풍성하게 성령을 보내시어, 온 교회가 새로운 ‘성령 강림절’을 맞도록 인도하고 계신다.”

“너희는 지금 ‘두 번째 성령강림’이라는 위대한 기적이 성취될 순간을 향해 다가가고 있다. 오직 ‘사랑의 영’만이 온 세상을 새롭게 하실 수 있다. 오직 ‘사랑의 영’만이 새 하늘과 새 땅(묵시 21,1)을 이룩하실 수 있다. 오직 ‘사랑의 영’만이 인간의 마음과 영혼 교회와 온 인류를 준비시키시어, 영광에 싸여 너희에게 다시 오실 예수님을 영접하게 하실 수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말했습니다.

“지옥은 바로 하느님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고자 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더 이상 하느님의 사랑을 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지옥입니다.”

“지옥은 ‘고문실’이 아니며 우리를 지극히 사랑하시는 하느님으로부터 영원히 분리, 단절되는 끔찍한 상태가 곧 지옥입니다.”

1968년 스웨덴 웁살라에서 열린 세계교회협의회(WCC; the World Council of Churches, 1948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조직되었으며 세계 110개 국의 349개 개신교회 교단과 정교회, 성공회가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음)의 제3차 총회에서 시리아의 라오디케아의 이냐시오 정교회 대주교가 말했듯이, 우리는 오랫동안 지옥과도 같은 사랑이 없는 교회 안에서 살아 왔는지도 모릅니다.

“성령을 받지 못하면, 하느님은 멀리 계시게 되고,
그리스도는 단지 역사적 인물이 되고,
복음은 죽은 문서에 지나지 않으며,
교회는 한 조직에 지나지 않으며, 권위로만 지배하게 되고,
선교는 선전에 불과하게 되고, 전례는 향수(鄕愁)에 지나지 않게 되고,
그리스도인들이 하는 일들은 노예의 노동에 지나지 않게 됩니다.
그러나 성령을 받으면,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시어 현존해 계시게 되고,
복음은 살아 힘차게 움직이게 되고,
교회는 삼위일체 생활의 공동체가 되며,
권위는 사람들을 자유롭게 하는 데 쓰이게 되며,
선교는 결실을 맺게 되고, 전례를 기억하고 기다리게 되며,
그리스도인들의 사역은 신성하게 됩니다.”

1919년 예이츠의 "재림"이 출판되었을 때, 아일랜드는 격렬한 내전에 휩싸여 있었고 유럽은 세계 1차대전의 처절함을 경험했습니다. 또한 1917년 러시아는 혁명 뒤 내란을 치르고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국내외적으로 많은 사람이 죽고 정치사회적 혼란이 극에 달했습니다. 예이츠는 이러한 모든 역사적 사건이 그리스도교 시대의 종말에 접근하고 있다고 보았습니다. 역사적 순환이 2000년마다 도래한다고 믿은 예이츠는 2000년 전에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이 20세기의 세계에 와서 성경의 예언이 역사적으로 현실화될 것으로 믿었던 것입니다. 시는 예수님의 탄생으로 비롯된 그리스도교가 지배해 왔던 서구사회가 끊임없이 타락해 온 지난 역사의 반복을 사냥 매의 선회로, 그리스도를 주인으로 묘사하며 시작하고 있습니다.

 

'재림'(The Second Coming)

예이츠(William Butler Yeats, 1865-1939)/ 후고(後考) 옮김

 

점점 더 크게 나선형을 그리며 멀어져 가고 있는

사냥 매는 주인의 소리를 듣지 못하고 있다.

한몸을 이루고 있던 것들이 제 마음대로 떨어져 나갔기에 제 정신이 아니었다.

그리하여 세상에는 무질서가 판을 치고 있다.

핏빛 어두운 조수(潮水)가 퍼지고,

도처에서 순결한 의식(儀式)이 그 속에 파묻혀 버린다.

가장 선한 자마저도 믿음을 잃어버리고,

가장 악한 자는 육욕으로 가득 차 있다.

 

확실히 어떤 계시가 가까이 왔다.

분명히 재림이 가까이 왔다.

재림!

그러나 재림을 외치는 사람은 드물고

돌처럼 완고하기만 한 거대한 스핑크스들이 내 시야를 어지럽히고 있다.

사막의 모래밭 어딘가에서

사자의 몸과 인간의 머리를 하고

태양처럼 공허하고 무정한 눈을 가진 스핑크스가

넓적다리를 천천히 움직이면

그 주변에는 죽음이 임박한 것을 눈치채고

분노에 찬 사막의 독수리들의 그림자만 어른거린다.

어둠이 다시 내리고 있다.

그러나 지금 나는 스핑크스들이

이천 년의 세월 동안

흔들리는 바위 요람에 누워 깊이 잠들어서도

악몽에 시달렸음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사나운 짐승’과 같은

새로운 세대를 태어나게 하려고

베들레헴을 향해 어슬렁거리며 걸어가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김용대(후고)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박사.
본명은 후고입니다만 호도 후고(後考)입니다. 항상 뒷북을 친다는 뜻입니다.
20년 동안 새벽에 일어나서 묵상을 하고 글을 써 왔습니다.
컴퓨터 전공 서적을 여러 권, 묵상집 "그대 음성에 내 마음 열리고", "징검다리"를 쓰고, 요한 타울러 신부의 강론집을 번역하여 "영원한 생명을 주는 진리의 길"이라는 제목으로 출판했습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김용대 editor@catholicnews.co.kr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의 기사는 영리 목적이 아니라면 누구나 출처를 밝히고 무료로 가져다 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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