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에코포럼, '한반도 평화와 창조질서 보전'

‘가톨릭 에코포럼’이 10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한반도 평화와 창조질서 보전’을 주제로 열렸다.

‘에코포럼’은 생태, 환경을 주제로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가 2009년부터 진행했으며, 이번에는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와 민족화해위원회가 공동주최했다.

이번 포럼에서는 ‘DMZ의 생태적 특징과 보존 방안’, ‘제주 제2공항 건설과 제주 생태계 문제’에 대한 주제발표가 이어졌다.

“DMZ 생태 보존과 가치 인정이 진정한 평화”

DMZ생태연구소 김승호 소장은 66년 만에 개방된 비무장지대가 보존이 아닌 개발의 대상이 되는 것을 지적하고, 약 70년간 보존되며 새롭게 형성된 생태계는 회복과 보존, 가치 인정의 대상이며 이것이 교류와 개발에 앞선 진정한 평화라고 강조했다.

한반도의 가운데 동서로 238킬로미터, 남북으로 4킬로미터인 비무장지대는 남북 생태계를 모두 담고 있다. 특히 멸종위기종 가운데 생태계의 가장 하위 기반인 조류와 양서파충류가 각각 70퍼센트, 85퍼센트가 발견되는 한반도 생태계의 그릇과 같은 보물창고다.

남북관계가 변화의 흐름을 타면서, 정부는 지난 5월 27일 고성 구간, 6월 1일 철원 구간을 민간에 개방했고, 이어 파주 구간을 8월에 개방할 계획이다.

김 소장은, 비무장지대는 하느님이 빚은 모상들이 살아 꿈틀대는 곳이라며, “그러나 엄청난 생태 가치를 품고 있는 이곳을 정부는 국가균형발전과 같은 투자사업을 진행하고, 이로 인해 원시림과 하천, 습지 등이 훼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비무장지대 생태 보존을 위해 “남북 공동 비무장지대 람사르 습지 등재”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접경지 생물권 보호와 연계한 종합적 접근으로 습지보호지구를 확대, 적용하고, 남북한 람사르 시범마을을 유엔이 운영하는 방안과 함께, (비무장지대의) 온대성 생물 유전자 보호와 바이오 기술 등 신성장 동력원을 보호하는 한편, 세계적 습지공원을 조성해 관광사업을 극대화하는 방법도 제시하면서, 이 모든 것은 개발이 아니라 복원과 지속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승호 소장과 박찬식 교수는 에코포럼에서 각각 비무장지대와 제주의 생태 환경 문제로 주제 발표했다. ⓒ정현진 기자

“제주는 개발지역과 미개발지역 갈등, 개발 지역 내의 주민 갈등, 이주민과 원주민, 관광객 사이의 다양한 갈등이 축적되고 있으며, 이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냐는 문제로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이어 제주 제2공항과 제주 생태계 문제를 주제로 발표한 박찬식 교수(제주제2공항반대 범도민행동 공동대표)는 제2공항 건설 문제와 관련된 문제는 “과연 공항 확충이 필요한가, 확충한다면 그 규모는 정확히 얼마인가, 입지평가와 타당성 평가는 타당한가, 주민간 갈등은 어떻게 할 것인가, 공항 부지 주민 생존권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등으로 헤아리기 어렵다면서, “제주 제2공항 문제는 우리나라 전체가 개발, 생태와 삶의 질 가운데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의 문제”라고 짚었다.

그는 특히 공항 건설 문제는 관련법상 결정 절차가 없어서 관련된 다양한 분야의 참여와 논의 과정이 없으며, 따라서 문제가 생기면 해결 절차도 없이 소모적 갈등이 이어지게 된다고 설명하며, “공항뿐 아니라 제주에서 이뤄지는 엄청난 속도의 개발에서 20-30년 뒤의 제주는 보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제2공항을 지어야 한다는 논리는 현재 제주공항이 인원수와 비행 횟수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이용객수와 비행수는 예측 최대 수요를 넘는 과장된 숫자이며, 이조차도 충분히 해결할 방법이 있다는 것이 조사 결과 드러났다. 

정부가 조사 용역을 맡긴 프랑스 공항공단 엔지니어링 업체는 기존 보조 활주로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방법”이라고 확인했다. 그러나 정부는 “조사 결과는 한국의 실정에 맞지 않는 것”이라고 묵살하고 있다.

박 교수는 제주 공항 문제 외에도 ‘과잉 관광’이 제주 주민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환경오염, 교통 체증, 지하수 오염, 땅값 상승, 공동체 유대 해체 등 다양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하고, “단순 공항뿐 아니라 공항 일대가 관련 시설 건설에 따른 개발 대상이 되는 것도 문제다. 이는 제주의 미래를 좌우하는 분기점”이라고 강조했다.

10일 에코포럼에 참석한 강우일 주교는 "지속가능하지 않은 발전은 파괴"라고 말했다. ⓒ정현진 기자

포럼에 참석한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장 강우일 주교는 “지난 몇년간 느낀 것은 제주의 개발이 한계 상황이라는 것이며, 더는 사람도 받아들일 수 없고 망가지는 것만 남은 상태”라고 걱정했다.

강 주교는 “공항을 늘려서 사람들을 더 끌어들이려는 생각 자체를 바꾸지 않으면 제주는 파괴될 수밖에 없다. 제주는 제주도민만의 것이 아니라, 한국사람 모두를 위한 보물섬”이라며, “정부, 대통령부터 사고의 전환을 해야 한다고 분명하게 의사전달을 한 바 있다”고 말했다.

그는 “비무장지대의 생태계 파괴 역시, 남북 통일과 평화를 위한 교류는 좋지만, 지난 70년간 하느님이 회복시키고 보존한 곳을 ‘평화’라는 이름으로 파괴하는 것”이라며, “지속가능하지 않은 발전은 파괴다. 어떻게 해서든 우리가 인식을 바꾸고 생태계를 보존하는 것이 국민의 행복이라는 것을 주변에도 널리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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