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 때 민간인 불법 사찰, 군정보기관 수사권 폐지해야

2016-17년 촛불집회 때 기무사(현 군사안보지원사령부)가 불법적 민간인 사찰로 조총련(재일본조선인총연합)과 연계된 간첩 사건을 기획했다고 16일 <한겨레21>이 보도했다.

<한겨레21>에 따르면, 2017년 기무사(당시 사령관, 조현천)는 함세웅 신부, 정치인, 단체활동가 등을 불법으로 감시하며 간첩 사건을 기획했다. 당시 헌재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기각될 경우 계엄령 선포와 함께 간첩 사건을 터뜨릴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기사는 “(간첩기획이) 조총련을 앞세워 레드콤플렉스를 자극해 진보 진영의 대오에 균열을 내고 보수 진영을 재결집하도록 만드는 시나리오”이자 “계엄령 선포 뒤 조 전 사령관이 합동수사본부를 맡아 공안정국을 만들어 갈 카드로 충분해 보였다”고 보도했다.

유력 종교인, 정치인 등을 간첩으로 발표해 촛불 민심의 흐름을 반전시키려 했다는 것이다.

간첩사건 기획의 주요 대상은 함세웅 신부이며, 함 신부가 상임대표였던 민주주의국민행동(국민행동)의 실무자도 포함됐다. 국민행동은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하고, 2017년 대선에 민주정권 수립을 목표로 2015년 만들어진 단체다.

<한겨레21>에 따르면, 기무사는 사찰결과를 청와대에 보고하고 국정원에도 보내 정보기관이 공조를 이루는 모양새도 취했다. 무리한 간첩기획에 대한 조직 내 반대도 있었지만 무시됐다.

또한 “2017년 2월, 기무사는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을 앞두고 정국의 전면에 등장할 채비를 마쳤다. 군 통수권자가 복귀해 계엄령 카드를 던지면 불법수사로 수집한 자료 등을 바탕으로 한 간첩사건 기획과 리스트로 단번에 정국의 중심에 설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세월호 가족 사찰, 계엄령 검토 사건 등 기무사 수사에 참가했던 민간, 군의 수사기관을 포함해 현재 공안을 담당하는 수사기관 어디에서도 간첩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천주교인권위원회 김덕진 활동가는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해서는 안 될 일이다. 기무사가 해체됐지만, 과거에 있었던 잘못된 일에 대해서는 철저히 조사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계엄문건이나 다른 조작사건 등에 대해서 책임이 있고, 현재 미국에 도피해 있는 당시 기무사령관을 소환해서 조사해야 하고, 다시는 군이 민간에 개입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함세웅 신부. ⓒ지금여기 자료사진

한편, 이번 간첩기획 사건에 대해 17일 군인권센터는 명백한 진상규명과 조현천 전 사령관 국내 송환, 대공수사권 분리, 강도 높은 인적청산을 촉구했다.

군인권센터는 “(기무사가 이름이 바뀌었지만) 기무사의 대공수사권 등 실질적 권한도 그대로”이며, “기무사 계엄령 문건, 세월호 민간인 사찰사건에서는 윗선 몇 명만 재판받고 있고, 실무진은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간첩조작, 계엄령 기획, 민간인 사찰 전반을 진두지휘한 소강원 당시 참모장, 기우진 3처장은 재판 중임에도 기소휴직도 되지 않아 월급을 받고 있다. 

군인권센터는 “강도 높은 인적청산, 불법 행위 책임자 엄벌, 조직에 대한 통제 체계 마련 어느 하나도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을 정부는 직시하라”고 촉구했다. 

18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도 성명을 내고, 이번 간첩기획 사건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기무사의 근본적 개혁을 촉구했다.

민변은 “기무사는 함세웅 신부나 사회단체 관계자,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 정치인 등 그 누구라도 민간인의 ‘동태를 파악할’ 그 어떤 권한도 없으며, 이는 그 자체로 범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은 “군내 정보기관인 기무사가 수사권을 남용해 민주주의를 파괴하려 한 시도”로 “정보기관이 수사기능을 함께 가질 때 얼마나 위험한 상황이 일어날지 보여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들은 “간첩 조작을 통해 국가적 공포 분위기를 만들어 당시 박근혜 정부를 반대하는 국민의 의사를 억누르려 한 것으로 국군의 정치적 중립의무와 본연의 사명을 저버린 불법적 행태”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국방부가 지난해 9월 개혁의 일환으로 기무사를 해체하고 군사안보지원사령부를 창설한 것만으로는 기무사의 실질적 개혁이 가능하지 않다”면서 “군사법원법 개정 등으로 군 정보기관의 수사권을 폐지하는 등 기무사의 제도적 개혁이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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