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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진상조사위 권고 외면으로 다시 인권침해

기사승인 2019.06.27  17: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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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의 인권침해 사건 피해자들, 진상조사위 권고 이행 촉구

경찰의 인권침해 사건 피해자들이 경찰에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의 권고 이행을 촉구했다.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가 지난 2년간 조사한 8개 사건 피해자 단체는 27일 서울 서대문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 구속력 있는 진상규명, 이에 따른 책임 등을 요구했다.

해당 사건은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사건, 용산 참사, 쌍용차 사건, 밀양과 청도 송전탑 건설 사건,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 염호석 삼성서비스 노동자 사건, KBS 공권력 투입 사건 등 8개 사건이다.

2017년 8월 25일 발족한 진상조사위는 6월 13일 밀양과 청도 송전탑 건설 사건 조사 결과 발표를 끝으로 8개 사건에 대한 조사와 결과 발표를 마쳤으며, 7월 말로 활동을 마무리한다.

진상조사위는 지난해 8월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 조사 결과 발표를 시작으로 쌍용차 사건, 용산 참사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올해 5월부터 염호석 씨 사건, 강정 해군기지 사건, 밀양과 청도 송전탑 건설 사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모든 사건 조사 결과 진상조사위는 과잉 진압, 정부와 기업, 국정원 등과 모의, 안전의무 불이행 등으로 심각하게 인권을 침해했다고 보고, 경찰에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책 마련, 피해 보상 등을 권고했다. 그러나 권고안이 나온 지 10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경찰은 권고 이행을 위한 절차도 마련하지 않고 있다.

기자회견 뒤, 피해자 단체 대표자들은 경찰청장 면담을 요청했다. ⓒ정현진 기자

이에 대해 피해자 단체들은 경찰청장이 사과는 물론 손배 철회나 정보경찰 개혁 등 핵심적 권고 이행 의지가 전혀 없다고 비판하고, “경찰 수뇌부가 참여한 진상조사위의 조사 결과와 권고에도 이행에 나서지 않는 것은 매우 실망스럽다. 특히 민갑룡 경찰청장이 임명 전까지 진상조사위 위원이었던 사실에 더욱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이들은 특히 1차 결과가 발표된 쌍용차와 용산 참사의 경우, 10개월째 사과조차 미루면서 조사 결과에 반발하는 경찰 내부 여론을 조성하는 것에 전념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이런 태도는 오히려 국가폭력과 살인진압 책임자인 전임 경찰 지도부들이 조사 결과를 부정하고 비난하며, 피해자들의 상처가 다시 파헤쳐지도록 부추기거나 방치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들은 진상조사위의 조사로 모든 것이 밝혀지지 못했으며, 책임자 처벌까지 이어지지 못한 점도 지적했다.

이들은, “인권침해 피해가 명백하게 드러난 피해자들임에도 조사결과에 대한 설명을 직접 듣지 못하고 언론보도 등으로 접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잘못”이라며, “이는 진상조사위가 균형을 이유로 피해자들의 권리를 충분히 보장하지 못한 것이며, 스스로 설립 취지를 잘못 이해한다고 보일 만큼 유감”이라고 말했다.

또 이들은 사과 방식과 권고 이행 절차에 대해서도, “일방적으로 경찰의 입장만을 고려한 권고 이행 계획을 발표하거나 피해자들의 의사는 무시된 채 사과당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며, 사과의 수준과 방식 및 권고이행 절차, 시기, 방법에 대해 피해자들에게 사전에 설명하고 협의하라고 요구했다.

27일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피해자들이 경찰청장의 사과와 재발방지 등 진상조사위 권고 이행을 촉구했다. ⓒ정현진 기자

기자회견에는 용산 참사, 쌍용차, 제주 해군기지, 밀양과 청도 송전탑, 백남기 사건 당사자들이 참석했다.

먼저 인권재단 사람 박래군 소장은 중립과 독립성을 지켜야 할 경찰이 권력과 자본의 시녀가 되어 너무 쉽게 지켜야 할 것을 걷어찼으며, 권력과 자본을 위한 경찰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을 봐 왔다며, “권고를 외면한다는 것은 정권이 바뀌면 권력의 하수인이었던 시절로 돌아가겠다는 것인가.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는 것은 하소연이 아닌 당당한 요구”라고 말했다.

그는 수사권에만 혈안이 되어 과거 잘못은 인정하지도, 반성하지도 않는 경찰은 자격이 없다는 결론이라며, “국민의 분노를 사는 조직이 아니라 신뢰와 지지를 받는 조직으로 수사권을 갖는 경찰이기 위해, 잘못을 인정하고 부족한 진상규명 또한 스스로 재조사하라”고 요구했다.

용산 참사 유가족 김영덕 씨는 6월 23일 용산 참사 당시 4구역 철거민이었던 생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을 언급하며, “왜 억울한 사람이 죽어야 하는지 알 수 없고, 참담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검찰과 경찰의 진상조사 모두 피해자들에게 고통만 더했을 뿐 의미 없었다며, “재수사해서 확실하게 밝혀야 이 억울함이 조금이라도 풀릴 것이다. 더 많은 사람이 죽지 않기 위해서 경찰청장은 분명히 사과하고 재조사하라. 책임자 처벌 없는 사과는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김득중 지부장은 진상조사위의 권고 가운데 하나인 경찰의 손배가압류 철회를 촉구했다.

쌍용차 노조원들은 손배가압류 철회를 요구하며 24일부터 경찰청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정부와 경찰은 2009년 파업이 끝난 3일 뒤 24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며, 1심 법원은 약 17억, 2심 법원은 약 11억 원을 인정했고, 현재 대법원 계류 중이다.

진상조사위가 지난해 8월부터 8개 사건에 대한 조사결과와 권고안을 발표했지만 경찰은 10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어떤 절차도 마련하지 않고 있다. ⓒ정현진 기자

김득중 지부장은 진상조사위가 손배 청구는 국가와 사측이 공모해서 기획한 것임을 확인하고, 소송과 청구를 취하하라고 권고했는데도, 경찰은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고 답했다며, “그동안 우리가 기다린 것은 면죄부를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권고를 이행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경찰은 기다리라면서 뒤로는 대법 판결을 말한다. 손배가압류는 반드시 철회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이어 강동균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주민회장은 “경찰청장은 조사위 결과를 면피용으로 생각하는 것이냐”며, “진상조사위 조사는 경찰 훈령에 따른 자체 조사이며, 스스로 잘못을 국민에게 알리고 사과하기 위한 조사다. 강정 주민들은 사과를 받을 생각이 없다. 사과는 국민들에게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밀양 주민 김영자 씨는 “이 나라는 내 생명을 지키려고 나서면 경찰에게 짓밟히고 폭력을 당해도 되는 나라인가”라고 물으며, “사과와 제도 개선을 요구했을 뿐인데, 그 많은 폭력에 대해 경찰은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다. 주민들이 일상으로 돌아가고, 상처를 잊고 남은 생을 보낼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말했다.

청도 주민 이은주 씨는 “경찰은 스스로 인권 침해를 자인하고도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달라는 요구도 거절했다”며, “경찰은 조사 결과와 권고를 묻어 둠으로써 다시 우리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 지기가 있어야 사과하겠다는 경찰이 아니라 누구든 앞장서서 책임지는 경찰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백남기투쟁본부 최석환 사무국장은, 다른 사건과 달리 전, 현직 경찰청장은 백남기 농민 가족에게 사과하겠다고 나섰지만, 가족들이 이를 거부했다며, “거부한 이유는 다른 사건들에 대해서는 여전히 사과하지 않는 경찰이 변하지 않았다는 판단 때문이다. 1년 전에 권고 이행을 촉구했지만 다시 이 자리에서 요구하고 있다. 백남기 가족들은 경찰이 제대로 사과할 때까지 함께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정현진 기자 regina@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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