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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물지 않고 나아가는 사제 되겠습니다"

기사승인 2019.07.02  18:3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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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 현장에서, 서울대교구 신학생 사회사목 실습

서울대교구 4학년 신학생들이 사목현장을 찾아가 사회사목이 무엇인지 배우고 미래 사목자로서의 역할을 고민했다.

6월 24일부터 7월 1일까지, 8일 동안 진행된 서울대교구 신학생 사회사목 실습은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14개 위원회가 주관했으며, 1일 각 위원회로 나눠져 실습한 신학생들이 한자리에 모인 평가회가 열렸다. 

위원회별 참여 인원은 경찰사목 2명, 노동사목과 이주사목 3명, 노인복지 2명, 단중독사목과 한국중독연구재단 3명, 병원사목 2명, 빈민사목 3명, 사회교정사목 2명, 우리농, 정의평화, 환경 3명, 한마음한몸 3명으로 모두 23명이다. 

신학생들은 각자 경험한 사목현장의 특성과 담당 사제와 수녀, 활동가, 사목대상자 등을 만난 소감과 미래 사목자로서 필요한 것, 사목활동으로 이어지는 복음의 의미를 나눴다. 

한 신학생은 사회교정사목지에서 사형수를 만나 보니 그들에 대한 선입견이 자신 안에 있음을 발견했고, 수감자들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이 참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함께 실습한 다른 신학생은 수감자들의 삶에 연대하지 않는다면 용서와 화해를 쉽게 말할 수 없으며, 용서와 화해를 이뤘다 해도 이에 대해서는 평생을 고뇌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말했다.

1일 각 위원회에서 실습한 신학생들이 나와 활동에 대한 평가와 느낀 점을 나눴다. ⓒ김수나 기자

병원사목에 참여한 신학생들은 담당 사제한테 환자에게 다가가 공감하는 방법을 배웠지만 “막상 고통을 겪는 환자들에게 어떤 이야기와 위로가 필요한지 떠오르지 않았다”면서 “특별한 방법보다 그저 들어 주고 공감하고 기도해 주는 것이 중요함을 알게 됐고, 냉담하던 이들도 하느님께 다시 돌아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치료비가 없는 이들, 수술해도 나을 수 없는 이들처럼 평소 만날 수 없는 절박한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자연스럽게 성찰할 기회가 되었다고 말했다.

서울대 앞 고시촌, 금호동, 장위동, 구룡마을 등 빈민사목 현장을 다녀온 한 신학생은 “과연 어떤 사제가 돼야 하나. 본당에 머물면서 오는 사람만 맞이하는 사제의 삶이 이 시대에 우리 신자들이나 가난한 이들을 위한 모습인가 묻게 됐다”며 “하나하나 살피고 관심을 가지며 나아가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신학생은 “구룡마을에서 화장실에 가고 싶었지만 도저히 쓸 수 없었다”면서 “내가 얼마나 누리며 살아 왔나를 반성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겉으로 좋아 보이는 서울, 부자 동네라도 그 안에는 비닐하우스, 쪽방, 고시원, 판자집 등 우리가 외면하는 이들이 존재한다. 연대하라는 말은 많지만 우리는 이들을 외면하며 겉만 보려 하고 이들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다”면서 “외면받는 이들을 위한 사목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실습을 마치며 각 위원회로 흩어져 실습했던 신학생들과 담당 사제들과 실무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김수나 기자

노동사목과 이주사목을 실습한 신학생들은 구로공단, 전태일, 장기투쟁 사업장 노동자들과 대화 등을 통해 “내가 왜 사제가 돼야 하나, 무엇이 나를 사제로 만드는지를 고민하는 계기”였다고 말했다.

이들은 긴 시간 노동사목 현장을 지켜온 선배 사제들에 대해 “예수님을 닮은 신부님들”이라며 “자신들의 성소를 잘 지킬 수 있게 도와주셔서 감사하다. 이분들을 보며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되겠다. 적극적으로 찾아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우리농, 정의평화, 환경사목에서 실습한 신학생들은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외침이 그들의 일상이 돼버렸는데도 우리는 우리 일상을 지키는 데만 머물렀다”면서 “실상을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가톨릭에서 사회사목이 왜 필요한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실습 넷째 날에 방문했던 경남 합천 열매지기 마을 농민들이 기계를 쓰지 않고 유기농을 고집하는 삶을 보며 “누군가의 눈에는 이들의 모습이 바보처럼 보이겠지만, 이는 생명의 가치를 지키려는 노력으로 스스로 선택한 삶이며 여기서 예수의 모습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한편 한마음한몸 운동본부는 올해 처음으로 실습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한마음한몸 실습에 참여한 신학생들은 100퍼센트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생명운동으로 조혈모, 각막 등 장기기증의 가치와 자살예방교육, 국제봉사와 지구시민 교육, 본당 교육지원 등 미처 몰랐던 교회의 다양한 사업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평가회를 마무리하면서 병원사목위원장 김지형 신부는 “사회사목은 자발성이 가장 중요하며,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으로 많은 사제와 직원들이 일하지만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이제 사목은 현장으로 찾아가 현장에 맞춰야 하는 패러다임으로 가고 있다. 하느님 사랑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이들이 많다. 학사 시절부터 관심을 갖고, 하고자 하는 분야로 나아갈 수 있으면 좋겠고, 어떤 자리에서 어떤 모습의 사제로 살아갈지 고민해 보는 시간이었길 바란다”고 말했다.

26일 우리농,정의평화, 환경사목 실습지인 경북 성주 소성리 천주교상황실에서 실습생들과 함께한 한반도평화미사. ⓒ김수나 기자

한편 우리농, 정의평화, 환경사목은 세 위원회가 모인 만큼 영광, 성주, 합천, 영주, 공주 등 전국에 걸친 현장에서 실습이 이뤄졌다.

지난 26일 우리농 본부장 백광진 신부는 우리농, 정의평화, 환경사목 실습지 중 하나인 성주 소성리를 찾아 신학생 3명과 함께 한반도 평화미사를 봉헌했다.

백 신부는 “신학생들은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잘 모를 수 있다. 사목자가 돼 세상에서 함께 일하게 될 평신도들이 겪는 여러 상황, 국가와 교회 공동체의 문제를 더 깊이 들여다보면서 착한 목자로서의 삶이 어떤 삶인가를 생각해 보자”고 당부했다.

이날 신학생들은 소성리 마을회관에서 마을주민, 활동가, 부산지역대학생 농활단 등과 함께 제133차 수요평화집회에 참여해, 이석주 소성리 이장과 임순분 부녀회장 등의 발언을 통해 소성리의 현재 상황을 들었다.

수요집회 뒤 신학생들은 사드기지 정문 앞에서 소성리와 한반도의 평화와 주민들의 일상 회복을 빌며 발언했다. 사드기지 정문 앞 시위는 매일 2번 오전과 오후에 이뤄진다.

26일 소성리 마을회관에서 열린 수요평화집회에서 백광진 신부가 발언하고 있다. ⓒ김수나 기자
26일 우리농, 정의평화, 환경사목 실습 신학생들이 비가 오는 가운데 사드기지 정문 앞에서 오후 평화행동을 벌이고 있다. ⓒ김수나 기자
26일 신학생들은 소성리와 한반도의 평화, 주민들의 일상 회복을 빌며 발언했다. ⓒ김수나 기자

이 자리에서 신학생 이종욱 군은 “사드배치로 직접 피해를 입었음에도 주민들은 자신의 안전뿐만 아니라 한반도 전체의 평화를 위한다는 것에 무척 감동했다. 마음으로 늘 함께하며 사드에 대한 현실을 널리 알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장한별 군은 “어느 순간부터 사드가 뉴스나 신문에 나오지 않았다. 현장에 와 보니 이분들은 일상이 무너져 상처받고 사는데 나는 그동안 내 일상을 보내느라 관심을 못 가졌다는 생각에 많이 반성했다”며 “앞으로 사회문제나 약자들의 이야기가 들리지 않는 사회 속에서 어떻게 하면 이들에게 좀 더 귀 기울이고 같이 행동하고 기도할지 고민해야겠다”고 말했다.

이어 류호영 군은 “교과서에서 배운 정의가 이곳에서는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오늘 집회를 통해 알 수 있었다. 글로 쓰여진 정의가 아닌 여기에서 이뤄지는 하느님의 정의가 되기 바라며 기도하고 관심을 갖겠다”고 말했다.

이날 저녁 신학생들은 김천역 앞에서 열린 제783차 사드배치반대 시민촛불집회에 참여해 사드 반대에 대한 지역의 소리를 들었다.

신학생들과 함께한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정의평화환경 연대 담당 맹주형 팀장은 “사회사목국이 소성리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가장 약한 고리가 지역주민이며, 이들은 사드가 뭉개고 들어온 마을의 작은 할머니들”이라며 “소성리, 밀양 등 가장 약한 고리를 끊임없이 건드려 권력에 이용하는 행태를 잘 봐야 한다. 우리의 연대는 그들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26일 김천역 앞 사드배치반대 시민촛불집회에 참가한 신학생들. ⓒ김수나 기자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김수나 기자 ssuk316@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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