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속풀이 - 박종인]

묵주. (이미지 출처 = Pxhere)

묵주기도에는 전통에 따라 요일마다 그리고 해당하는 신비의 각 단마다 묵상해야 하는 주제들이 있습니다. 묵주기도가 아직 서툰 분들은 서툴다는 이유로, 익숙하신 분들은 너무 익숙한 까닭에 무심결에 묵상 주제의 순서를 앞뒤가 바뀐 채 하실 때가 있습니다.

만약 이처럼 묵상 주제의 차례가 바뀌었다면, 묵주기도를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과연 공동체 차원에서 함께 묵주기도를 바칠 때, 이런 일이 일어날까요? 엄밀히 묵상 주제 순서가 바뀌는 일은 혼자서 기도할 때 일어난다고 해야겠습니다. 공동체 차원에서는 집단 차원이 확인이 일어나기 때문에 어떤 주제를 건너뛰는 일이란 사실상 불가능해 보입니다.

반면, 혼자 묵주기도를 바칠 때는 잠시 혼동하거나 단수를 착각할 수 있겠습니다. 묵주기도만큼 마음의 혼란스러움을 잘 잠재우는 기도도 없습니다만, 어떤 기도든 딴 생각이 끼어들면 방향을 잃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각 신비의 묵상 주제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각 신비에 열심히 초점을 맞추고자 해도 순서가 바뀔 수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그렇게 순서가 바뀌는 것도 신비인 셈입니다. 본래는 각 신비를 1단부터 5단의 순서대로 진행해야 그리스도와 성모님의 생애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묵상하는 셈이지만, 우리가 복음서를 꼭 처음부터 끝까지 차례대로 읽어야만 그리스도를 묵상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하겠습니다.

묵상 주제를 헷갈리는 것같이 의도치 않게 벌어지는 일들을 하느님께서 탓하실 리 없습니다. 그럼에도 뭔가 성의 없이 기도했다는 기분이 들면, 또 다시 기도하면 됩니다. 바쁜 생활 탓을 하며 기도하지 않거나 시간이 있어도 열성이 부족하여 기도하지 않는 사람들은 오히려 그렇게 실수라도 할 수 있도록 고무되어야 합니다.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운영실무.
서강대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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