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국회의사당. (이미지 출처 = Flickr)

‘정치까’로 적는 까닭

- 닐숨 박춘식

 

 

정치에 관심이 씨겡이도 없는 제가, 십여 년 전

대통령 후보를 모시고 찾아온 엳아홉 국회의원들 앞에서

겁도 없이 국회의원(國會議員)을 國蛔議員이라고

학생들에게 강의한다니까 의원들이 한목소리로 놀라며

교육자가 그러면 절대 안 된다고 훈계조로 말합니다

 

그때, 극존(極尊)의 의원들에게 제가 말하기를

칠판에 國蛔議員이라고 크게 쓴 다음

‘저는 우리나라 국회의원을 이렇게 적습니다’ 말하니

한자를 모르는 학생들이 멍하니 쳐다보고 있기에

회충 회(蛔)자를 풀이하자, 창문이 깨어지듯 고함칩니다

올쏘 맞씸더 고쑤님짱 만만쎄, 여기까지는 좋았는데

서너 학생은 강의 의자를 주먹으로 탕탕탕 탕탕,

한 명은 벌떡 서서 운동화로 바닥을 꽝, 끼똥찬다 합니다

 

우째서, 그때 그 기억이 요즈음 생생하게 떠오르는지

우째서, 그 학생들의 함성을 당장 듣고 싶은지 그리고

물 건너 아이들과 저 동네는 머한다고 시끌벅적대는지

숨을 좀 돌린 다음, 하늘님에게 여쭈어볼 생각입니다

 

 

<출처>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2019년 7월 22일 월요일)

 

이 시기의 한반도에는, 막말하는 정치까들보다 진정 국민을 위하는 마음이 뜨거운 그리고 겸허한 정치가의 노력이 꼭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정치까는 선거 때에 ‘겸손한 자세로 국민을 섬기겠습니다’라는 말을 천 번 만 번 합니다. 당선되면, 45도 60도 말랑말랑하던 허리가 천하대장군처럼 금세 뻣뻣해집니다. 참 신통한 물건으로 변합니다. 그지없이 상냥하던 여자는 득표율이 조금 올라서면, 가만 있지 못하고 온몸이 후딱 천하여장군으로 변신하여, 거울을 들고 이 방 저 방 다니며 비싼 크림을 문지르다가 뚝뚝 치다가 깔깔 웃다가 ‘내가 누군데’ 하다가 주위 사람들에게 호령합니다. 국민은 백리 밖으로 던지고, 비서에게 몰랑몰랑한 돈 봉투 구멍을 작성하라고 명령합니다. 숨 쉬듯 막말을 하는 정치까들의 입을 쳐다보는 청소년들이, 그들을 따라 험악한 말을 어린 학생들이 배우지나 않을까 걱정이 태풍 같습니다. 어느 종교든, 정치까들을 정치가로 교화시키면서, 우리의 평화를 원하지 않는 국가나 사람들을 쳐다보지 말고, 한반도의 참 평화를 위하여, 찬송가 소리도 더 크게, 목탁 소리도 더 맑고 더 청아하게, 미사 드리는 기도와 성가도 우렁차게 바치신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하고 있습니다.

닐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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