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위 허영주 대표, "데이터 칩 훼손 원인 밝히고, 2차 수색해야"

스텔라데이지호에서 회수한 블랙박스 데이터 분석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데이터 추출 결과, 일부 항적 외에 사고 원인 규명에 가장 중요한 선원들의 음성 데이터 복구에 실패해 가족대책위와 시민대책위가 입장을 밝혔다.

26일 한국 정부는 블랙박스 데이터 추출을 의뢰한 영국 전문업체로부터 스텔라데이지호 블랙박스 캡슐에 있던 2개의 데이터 칩을 분석한 결과를 받았으며, 가족대책위 허영주 대표가 이를 확인했다.

가족대책위와 시민대책위는 블랙박스 회수 과정 문제와 이에 대한 정부의 관리감독 소홀을 지적하고,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2차 심해수색을 통해 배 안에 남아 있는 블랙박스 본체 회수, 스텔라데이지호 3차원 모자이크 영상 구현, 1차 수색 당시 발견한 유해 수습과 추가 유해 수색을 하라”고 요구했다.

한국 정부가 스텔라데이지호 심해 수색을 의뢰한 오션 인피니티사는 지난 2월 14일부터 수색을 시작해 3일 뒤인 17일 블랙박스 본체와 별도의 캡슐을 발견해 이 가운데 캡슐을 회수했다. 한국 정부는 이를 받아 3월 9일 영국의 블랙박스 데이터 분석 전문업체에 추출을 의뢰했고, 7월 26일 결과를 받았다.

그러나 가족대책위 허영주 공동대표가 확인한 자료에 따르면 분석한 결과는 블랙박스 캡슐에 있던 2개의 칩에 담긴 데이터 추출 결과로 하나의 칩은 0퍼센트, 다른 하나에서만 7퍼센트만 분석됐다. 이 7퍼센트 마저도 일부 항적뿐이다.

대책위는 그 원인에 대해, “블랙박스 캡슐에 있던 칩은 데이터 분석 업체가 받았을 때 이미 금이 가거나 데이터 추출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며, “칩이 훼손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데이터 분석 업체는 이 훼손 케이스를 국제 세미나 등에서 표본으로 삼고 원인을 밝혀야 한다고 말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가족대책위 허영주 대표는 29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확인할 수는 없지만 데이터 칩 훼손에 대한 합리적 추론은 가능하다”며, “오션 인피니티사가 블랙박스 캡슐을 회수할 당시의 영상을 보면, 캡슐에서 부속물을 떼어 내 고압의 물로 세척하는 장면이 있다. 이 과정에서 훼손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오션 인피니티사가 블랙박스 캡슐 하단 부속물을 제거하는 모습. (사진 제공 = 스텔라데이지호 시민대책위원회)
고압의 물로 세척되고 있는 블랙박스 캡슐. (사진 제공 = 스텔라데이지호 시민대책위원회)

대책위에 따르면 오션 인피니티사는 설립된 지 2년 정도 된 신생업체로 블랙박스 회수 경험이 처음이다. 대책위는 “하단이 분리된 블랙박스 캡슐은 훼손을 막기 위해서 극초순수액(DI워터)에 보관하며, 미국 교통안전국은 정기적으로 이 용액을 교체하도록 권장하지만, 오션 인피니티사는 한국 정부에 인계할 때까지 단 한번도 이 용액을 교체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허영주 대표는 “초점은 블랙박스 데이터 칩이 손상된 경우가 처음이라는 것이고, 데이터 분석 업체는 심지어 애초 블랙박스가 불량인 경우를 의심하고 있다”며, “그럴 정도라면 훼손 이유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 그리고 이런 합리적 의심에 대해 정부는 의혹을 풀고, 블랙박스 본체를 회수해서 제대로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 대표는 “블랙박스 회수와 데이터 분석은 침몰 원인을 밝히고 같은 사고를 막자는 목적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블랙박스 캡슐은 물론, 본체까지 회수할 것을 요구했었다”며, “그러나 해수부나 외교부는 이에 소극적으로 응했고, 과정과 결과를 밝히거나 해명하려는 적극적 태도를 취하지 않았고, 관리감독에도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책위는 한국 정부에, 스텔라데이지호의 블랙박스 데이터 칩 훼손 원인을 명확히 밝혀 달라며, “용역업체인 오션 인피니티사가 한국 정부의 지시 없이 일방적으로 블랙박스 캡슐 하단 부속물을 제거한 점, 고압의 물로 단자 부분을 세척한 점, 3주 동안 한 번도 극초순수액을 교체하지 않은 점 등이 훼손 원인이라면, 이는 (한국 정부 측)감독자가 없는 상황에서 용역업체가 벌인 또 하나의 참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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