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속풀이 - 박종인]

거짓 증언이 뭘까요? (이미지 출처 = Pixabay)

“하얀 거짓말” 혹은 "선의의 거짓말”이 있는데, 그것도 거짓말은 거짓말이니 “거짓 증언을 하지 마라”라는 제 8계명을 위반하는 것 아닐까? 하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예를 들자면, 부모님은 불교 신자라 내가 성당 다니는 것을 원치 않으신데 나는 주일 미사에 가야 할 때 다른 핑계를 대고 성당에 가는 경우입니다. 부모님께는 명백한 거짓말일 수 있으나 교회는 그런 태도를 마다할 리 없습니다. 

과연 거짓 증언이란 것이 “선의의 거짓말”의 발목을 잡는 걸까요? 성경 본문을 잘 살펴보면 “거짓 증언”은 사실 이웃과의 관계와 밀접하게 연결된 말입니다. 십계명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신명기 5장 20절을 보면, “이웃에게 불리한 허위 증언을 해서는 안 된다”는 구절을 만나게 됩니다. 허위 증언이라 할 수 없는 선의의 거짓말은 이웃에게 도움이 되고자 하는 경우로 봐야 할 것입니다. 누군가의 자존심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도 도움을 준다거나 할 때, 나는 의도를 숨기거나 교묘히 포장해야 합니다. 따라서 선의의 거짓말을 규정하기란 종종 모호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기준을 정하자면, 내 말이 누군가에게 해를 끼치는 일인가 아닌가?를 엄정히 물어보는 것이 되겠습니다. 해악을 끼치는 일이 아니라면 사실상 거짓 증언이라 할 수 없습니다.

정말 거짓 증언은 오히려, 언뜻 별일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이웃에게 큰 상처를 주는 일로 드러납니다. 즉, 누군가에 대한 뒷담화 같은 것이 그렇습니다. 쉽게 빠져들 일이므로 매우 조심해야 합니다. 실제로 그가 그런 일을 한 것을 본 적도 없으면서, 그 사람이라면 충분히 그렇게 하고도 남을 거라는 둥. 누군가의 말에 의하면 그가 어떻다더라는 둥. 우리가 “씹고 있는” 그 누군가에 대해 근거 없는 사실을 가지고 마치 그것이 사실인 양 퍼뜨리는 행위가 거짓 증언에 해당합니다. 

나중에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함은 이미 그런 소문을 내서 피해를 입은 이웃에게 더 큰 상처를 남기게 됩니다. 익명의 가면 뒤에 숨어서 악성 댓글을 단다거나 하는 것도 현대인들이 저지를 수 있는 대표적인 거짓 증언의 한 종류라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심각한 경우에는 누군가의 목숨까지 앗아가 버리는 결과를 낳습니다.  

사실을 거스르거나 왜곡하는 말은 매우 조심해야 할 것입니다. 비록 내 말이 누군가에게 해를 입히는 것이 아니라고 하면서도 모호하게 말하거나 빙빙 둘러대는 말이 많다면 좀 더 솔직하게 표현하도록 말하는 습관을 바꾸는 것이 좋습니다. 오류 메시지 때문에 언젠가는 상처받을 사람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혹시 부모님 몰래 성당에 다니는 독자가 계시다면 우선 그 용기에 박수를 보내 드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언젠가 마음의 준비가 되었을 때, 좀 더 솔직하게 부모님과 대화를 나눌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런 기회를 통해 부모님께 그리스도교 신앙을 전해 드릴 수도 있겠습니다.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운영실무.
서강대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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