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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참에 조금 더 불편한 삶을

기사승인 2019.08.19  15:4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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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사비평 - 박병상]

SNS는 종류도 많다. 그중 몇 가지를 참여하는데 더는 확대하지 않으려 한다. 한두 가지는 사회적 책임감 갖고 참여하려 노력하지만, 그러다 보니 책 읽는 시간이 꽤 줄었다. 그중 한 SNS가 귀찮게 했다. 평소 친하게 지내는 이가 ‘릴레이 인증샷 캠페인’의 다음 대상자로 지목한 것이다. 하필 나를. 의미 있는 캠페인이라 반갑기도 했지만 부담도 되는 일이다. 많은 사람 중 일부러 콕 집어 지목해 준 데 대한 고마운 마음도 들어서 참여했다. 텀블러 사용하는 사진을 올려야 했다.

SNS마다 다양한 릴레이 인증샷이 전개된다. SNS 특성상 확산 속도가 빠르다. 지목받은 이가 어떤 경우는 3명 이상 지목하니 연쇄반응이 기하급수로 확대되지 않나. 하지만 ‘행운의 편지’ 비슷한 압력을 받는다. 지목한 이에게 미안했지만 나는 내 인증샷을 SNS에 올리는 데에서 그쳤다. 과연 효과가 있었다. 인증샷 올린 이후 커피숍에 가면 일회용 컵에 담은 커피나 차는 요구하지 않게 된다. 텀블러 없으면 테이크아웃을 포기했다.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는 일은 번거롭다. 서류가방을 가지고 다니는 습관 때문이다. 억지로 가방에 집어넣고 집을 나섰다 어딘가에 놓고 잃어버린 게 도대체 몇 번이던가. 여러모로 불편한데, 그렇다고 커피를 못 마신 건 아니다. 집 밖에서 마시는 횟수가 다소 줄었을 따름이다. 장바구니를 들고 슈퍼마켓을 찾는 주부처럼, 생활습관을 조금 바꾸기로 하니 충분히 견딜 만한 일이다.

폭염에 가까운 여름날 일부러 만보를 걷는 일은 버겁다. 땀 흘리고 집에 들어오면 냉장고에 둔 어떤 상표의 음료수를 벌컥벌컥 마셨는데, 포기해야 했다. 새로 이사해 낯선 슈퍼마켓에 들어가니 그 음료수가 보이지 않았다. 광고도 많이 하는 유명한 상표의 음료인데, 다 팔린 걸까? 관리자에 물으니 일본 자본과 관련한 제품이라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는 대답이 왔다. 이해하기로 했다. 이후 참았고 아직까지 견딜 만하다. 비슷한 제품도 널렸지만 집에서 보리차를 끓여 미리 냉장고에 넣기로 했다.

'보이콧 재팬'과 텀블러 사용 인증샷 릴레이. ⓒ왕기리 기자

일본 제품 보이콧 운동이 성과를 보인다는 보도가 나온다. 대체할 국산도 있고 질에서 큰 차이가 없으니 불매운동에 동참하는 소비자들이 점점 늘어난다고 언론은 덧붙인다. 하지만 국산과 일본산을 엄밀하게 구별할 수 있을까? 해외 무역이 일반화되면서 상표의 국적과 달리 다양한 국가의 부품과 특허가 개입했을 것이다. 물론 그 사실을 알면서 불매운동을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번 불매운동의 의미는 크다. 소비자의 권리이기도 하다.

독립운동은 못했지만 그 정신으로 이번에 참여하는 불매운동의 대상인 물건이 다양하다. SNS가 소상하게 알려주는데, 일반 소비자의 경우, 다소 불편해도 견딜 수 있는 물건이 대부분이다. 이미 가지고 있는 물건도 많을 것이다. 자동차나 가전제품, 그리고 카메라가 그렇지만 옷과 신발도 마찬가지다. 한참 버틸 정도다. 일본 제품만이 아니다. 비슷한 국내 제품도 넘치게 가지고 있다. 다소 불편하더라도 아예 없애거나 줄여도 살아가는 데 별 지장이 없다.

이참에 집이나 사무실에서 차분하게 살펴보자. 일본산이든 국산이든, 그 이외 국가의 제품이든, 없어도 사는 데 지장이 없는 물건이 얼마나 많은가를. 물건을 만들며 소비되는 자원도 따져 보자. 석유의 소비와 지구온난화도 생각해 보며 조금 더 불편한 삶을 구상해 보면 어떨까? 흔쾌히 장바구니를 든 소비자라면 불편함을 기쁜 마음으로 확대할 수 있다. 집의 자동차 수를 줄이거나 없애면 많이 불편할까? 여러 해 전에 구입해 유행에 뒤떨어져도 외투는 여전히 따뜻하다. 입으면 부끄러울까? 오히려 당당할 수 있으면 좋겠다.

승용차 없애고 대중교통 이용하는 시민이 늘어나면 약속시간 지키기 수월해진다. 승용차가 줄어든 만큼 자전거가 늘어난다면 초미세먼지가 줄어들면서 시민들은 건강해진다. 없어도 그만인 물건들을 쌓아놓느라 집을 늘리고 아스팔트도로 늘리고 공항과 항만이 커졌다. 편리해졌을까? 운동이 부족한 몸이 전 같지 않고 후손의 삶은 위협받는다. 이번 불매운동을 계기로 몸이 불편해도 마음이 편해질 궁리를 의미 있게 확장했으면 좋겠다. 그런 릴레이 인증샷 캠페인이 전개되면 기꺼이 동참할 것이다.

 
 

박병상 

인천 도시생태, 환경연구소 소장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박병상 editor@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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