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속풀이 - 박종인]

성작. (이미지 출처 = ko.wikipedia.org)

수도회 공동체에서는 보통 공동체 구성원이 모두 모여 미사를 봉헌합니다. 하지만 사목활동에 무게를 싣다 보면 종종 개인적으로 혹은 같이 사목하는 이들끼리 소규모로 미사를 봉헌할 때가 있습니다. 

저는 함께 일하는 수사님과 미사를 봉헌하기도 하는데 이럴 때는 보통 수사님이 복사 역할을 합니다. 현재 신학생 단계의 신분이고 이미 “시종직"(라틴어 acolythatus, 영어 acolyte)을 받은 상태이니 당연한 일이기도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수사님이 성반이나 성작을 주례사제에게 건넬 때 어떤 방법이 있는지를 물어 왔습니다. 음…. 일단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주례사제가 받기 편하게 주는 게 상책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특별히 성작과 관련된 신학적 의미를 덧붙여 생각해 보는 게 좋겠습니다. 

성작을 주례사제에게 전달할 경우, 성작의 윗부분을 잡기보다 아래쪽을 잡아 주례사제가 성작의 중간 부분(bond)를 잡을 수 있게 배려합니다. 이유는, 성작의 구성과 관계 있습니다. 성작은 컵-마디-다리 세 요소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각 그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컵(cup)은 그리스도의 피로 변화될 포도주를 담고 있으며 하느님 왕국을 의미합니다. 마디(bond)는 컵과 다리 부분을 연결합니다. 다리(foot) 부분은 성작이 제대 위에 구조적으로 잘 서 있기 위해 사용되는 것이며, 인간 세상을 의미합니다. 이런 의미로 해서 마디는 하느님 왕국과 인간 세상을 가리키는 다리를 연결하는 도구로서, 중계의 역할을 담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구원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인간에게 온 것과 같이 성찬례가 거행되는 이 순간에도 사제는 하느님의 은총과 세상 구원을 연결하는 마디를 잡고서 하느님 왕국과 인간 세상을 연결시키면서 하느님의 구원은총이 세상에 도래하기를 기원하고 있는 것입니다.(조학균 신부,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미사 이야기 II”, 대전가톨릭대학교출판부, 2016, 54-55쪽 참조)

이렇게 의미를 새겨볼 때, 성작을 건네주는 사람은 주례사제가 성작을 가운데 부분을 잡을 수 있도록 더 아래 부분을 잡고 전달해 주어야 하겠습니다. 성작을 드는 사제도 마찬가지로 성작의 컵 부분을 잡지 않고 마디 부분을 잡도록 합니다. 

요즘엔 허리 부분을 마디로 처리하지 않은 성작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성작 각 부분의 의미를 무시할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대략의 위치를 정해 두고, 즉 적어도 컵 부분은 피해서 성작을 들어 올리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운영실무.
서강대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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