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하고 공평하게 처리하라

(존 앨런)

아주 오래전인 1998년에 나는 미국의 한 작은 보수적 가톨릭 감시단체의 회원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때 그 단체는 한 저명한 사제가 성학대를 저질렀다고 공개 고발한 직후였다. 나는 그 단체가 겨냥하는 사람들은 모두 다 자유주의자인 것으로 보이는데 왜 그러냐고 물었다. 주저없이 대답이 나왔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겠어요.”

그 말은 그 단체의 눈에 한 성직자가 교의적, 정치적으로 의심스러워 보이면, (당연히) 도덕적 문제도 있을 것이라는 뜻이었다.

달리 말하자면, 가톨릭교회 안 문화 전쟁의 한 무기로서 성직자 성학대 혐의를 고발하는 것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그런 고발장을 내거나 공개 고발한다는 결정은, 사람들이 그런 고발을 믿거나 믿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정치와 결부된 경우가 많고, 합리적 존재로서 노력하는 것은 여전히 목표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생각이 든 것은, 최근에 교황청 국무원 국무장관인 에드가르 페냐 파라 대주교를 둘러싼 논란을 보면서다. 베네수엘라 출신인 그는 지난해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교황청에서 제3인자 자리인 국무장관에 임명됐다. 국무장관은 바티칸의 일상 업무 흐름을 책임지며, (직속 상관인) 국무원 총리와 더불어 사전 알림 없이 교황과 만날 수 있는 사람이다.

1년 전에 페냐 파라 대주교가 국무장관에 임명됐을 때, 이탈리아의 뉴스잡지인 <레스프레소>는 그가 신학생 시절 베네수엘라에서 안 좋은 일들이 있었다는 한 편지를 실었지만, 그 혐의들은 대부분 그의 성적 지향과 관련된 것이었고 성학대가 있었다고 명확히 말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번 7월 초에 이탈리아 출신 카를로 마리아 비가노 대주교는 또 다른 비밀 인터뷰에서 교황청 안에는 “무시무시한” 사건기록 서류가 있는데 여기에는 페냐 파라 대주교가 베네수엘라에서 소신학생 2명을 성적으로 학대했으며 또한 2건의 의문사 사건에도 연루돼 있다는 보고들이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다. 비가노 대주교는 전 미국 주재 교황대사로서 (성학대 사건으로 추기경직과 사제직에서 쫓겨난) 미국의 시어도어 매캐릭의 혐의들을 프란치스코 교황이 알면서도 덮었다고 주장한 바 있는데, 마침 오늘이 그 폭탄 선언의 1주년이다.

이런 고발들은 원래는 비가노가 <워싱턴포스트>와 한 인터뷰에 들어 있었는데, <워싱턴포스트>는 그런 주장이 사실에 맞는지를 확인할 수 없었고 그래서 그 부분은 빼고 인터뷰를 내보냈다. 그러자 비가노는 그 정보를 미국의 우익 가톨릭이 내는 <라이프사이트>에 줘서 보도하게 했다.

그로부터 페냐 파라 대주교에 관한 소문들이 인터넷에 떠들썩하게 돌았고, 결국 베네수엘라 주교회의 지도부가 나서서 그를 옹호하기에 이르렀다.

8월 21일, 주교회의 의장과 부의장 주교들은 페냐 파라 대주교를 겨냥한 “일련의 중상 모략들”에 대응하는 성명을 내고, 그런 소문에 담긴 날짜와 장소들이 페냐 파라 대주교가 실제로 그 시점에 있던 장소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그런 공격들은 겉으로는 진실의 이름을 내걸고 있지만 실제로는 “다른 목적들”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 목표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가르침과 움직임은 (수하) 협력자들을 잘못 고른 가운데 이뤄진다고 암시하며 의구심을 퍼뜨림으로써 그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려는 데 있다고 주교들은 지적했다.

주교들은, (그런 고발의 이름 아래) 실제 진행되고 있는 것은 “인간성을 결여한 채 제약 없이 날뛰는 (신자유주의) 경제에 뿌리를 둔 가난과, 우리의 공통의 집이 파괴됨을 분명히 밝히고 있는 교황의 권위를 떨어뜨리려는 노력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그런 주장들은 “교황의 교도권이 가진 도덕적 가치를 무시하고자 하는 특정 그룹에서 나오고 있으며, 이는 그들이 다른 의도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2018년 8월 17일, 프란치스코 교황과 교황청 국무원 국무장관인 에드가르 페냐 파라 대주교가 악수하고 있다. (사진 출처 = CRUX)

한편, 이탈리아에서, 많은 독자를 둔 가톨릭 사이트 <파로 디 로마>는 사설에서 이런 베네수엘라 주교들을 칭찬하면서도 그들이 문제를 충분히 지적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매체는 오랫동안 교황청에 대해 글을 써 온 살바도레 이초가 편집하고 있다.

사설은 “이것은 불행히도 가톨릭교회와 가까운 자본가들, 그리고 일부는 심지어 교회 내부에서, 현 교황을 공격하는 것이라 함이 당연하다”며, “베네수엘라 주교들이 이런 그룹들을 비난하면서도 결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들과 연계된 베네수엘라의 과두지배층(토호들)과 공동으로 만들어 낸 경제 블록을 왜 명확히 단죄하지 않았는지 물어야 한다.”고 썼다.

교회가 성학대 추문에서 회복하도록 돕고 피해자들이 진정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자신의 삶을 쏟아 온 활동가들과 개혁자들에게는, 성학대 논란이 정치적 다툼의 문제가 된 것을 지켜보기란 아주 힘든 일일 것이다.

의심할 여지없이, 이런 주장들은 그의 이념적 맹신이 널리 알려진 비가노에게서 나온 것이며 또 <라이프사이트>를 통해 알려졌다는 사실만 봐도 그 정치적 의도가 무엇인지 의심할 이유는 충분하다.

반면에, 짐작되는바 고발자들에게 이런 정치적 동기가 있다는 데 너무 무게를 두면, 페냐 파라 대주교를 옹호하는 이들 – 그리고 더 넓게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지지자들-은 혹시 잘못된 상황을 만들 위험이 있다. 즉 진짜 피해자들이 자기가 이념적인 비방중상을 한다고 비난받을 것이 두려워 앞으로 나서기를 주저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이번 경우처럼 공격 대상이 되는 이가 프란치스코 교황과 가까운 이로 인식되고 있다면 특히 더 그렇다.

이상적으로는, 교회가 성학대 문제에 대응하는 과정은 이러한 정치적 요인에서 벗어나야 한다. (현재, 또 다른 교황 측근인 아르헨티나의 구스타보 산체타 주교도 성학대 전력이 있다는 고발을 받고 있으며, 아래 문단은 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어떤 고발이 시작되면, 그 주장을 누가 했든 또는 왜 그 이야기가 나왔든 상관없이, 그 문제를 관할하는 당국은 예비 조사를 한다. (그 결과) 고발이 믿을 만한 것으로 보이면, 정해진 (조사와 처벌) 절차가 시작된다. 믿을 만하다고 보이지 않으면, 혐의가 없다고 끝난다. 어느 경우든, 투명하게 처리되어야 한다.

적어도 우리가 공개적으로 아는 한, 페냐 파라 대주교 건에 관해서는 아직 이러한 조사 절차가 없었다.

그리고 결말을 기다리는 또 다른 현안이 있다. 누군가 앞으로 교회적 징계를 받을 사람이 거짓 고발을 일삼거나 진실이 뭔지 제대로 고려함 없이 소문을 함부로 떠드는 것으로 보인다면 – 그 동기가 정치적이든, 개인적이든, 돈이 걸려 있든, 아니면 또 다른 어떤 이유든 간에 – 여기에도 합당한 결과가 있어야 하며, 마찬가지로 투명하고 객관적인 사법 절차를 통해 그 결과를 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우리가 아직까지 아는 한, 비가노 대주교에 대해 그런 절차는 전혀 시작되지 않았다.

정의는 진실로 맹목으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늘 조금은 몽상적이었다. 하지만, 성학대 문제에 관해서라면, 우리는 적어도 이 문제를 당파적 이해관계를 떠나 다룰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기사 원문: https://cruxnow.com/news-analysis/2019/08/25/case-of-papal-aide-captures-risks-of-weaponizing-sex-abuse-char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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