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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갈등, "서로 너무 모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사승인 2019.09.02  17:2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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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시아 평화를 위한 한일 청년 순례

“예수가 그러했듯, 용서하기와 용서를 청하기 또 화해를 통해 지금의 한일 관계를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요?”

한일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는 가운데, 한국과 일본의 가톨릭 청년들이 함께 역사 순례에 나섰다.

일본 나고야교구의 청년 역사 공부 모임 ‘브릿지’ 회원 13명과 한국 ‘예수살이공동체’ 회원 16명은 8월 30일부터 9월 1일까지 한국의 주요 근현대사와 민주화 역사 현장을 순례하는 ‘동아시아 평화를 위한 한일 청년 순례-청년, 역사를 마주하다’에 참여했다.

일본 가톨릭 청년들의 역사공무모임 ‘브릿지’는 지난해 일본 교회의 평화주간에 난징대학살에 대한 연극을 보게 된 두 청년이 나고야교구장 마쓰우라 고로 주교를 찾아와 아시아의 역사에 대해 물으면서 시작됐다. 마쓰우라 고로 주교는 오랫동안 일본 주교회의 정의평화협의회장을 맡았으며, ‘평화헌법’으로 알려진 일본 헌법 제9조 폐기를 반대하는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마쓰우라 주교는 이들의 질문에 함께 역사공부를 해 보자고 청했고, 3명으로 시작된 모임은 1년이 지난 현재 6명이 참여한다. 이들은 동아시아의 역사 가운데서도 가장 먼저 한국의 역사를 자발적으로 공부하며, “아시아와 일본을 이어 주는 가교 역할을 하고자 한다”는 바람을 담아 활동하고 있다.

‘예수살이공동체’는 1998년 시작된 공동체 운동으로 예수의 제자로서 소비사회의 논리를 벗어나 지상에서 하느님나라의 이상을 실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특히 안중근 의사를 신앙인의 모범으로 삼는다.

이번 모임은 ‘브릿지’의 회원들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이 모임을 이끄는 마쓰우라 고로 주교는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공부만 할 것이 아니라, 가장 가까운 한국의 역사적 장소를 찾아가 보자고 제안했다”며, “제안 당시에는 화이트리스트 등의 사태가 벌어지기 전이었지만 이후로 한일관계가 악화됐다. 그래서 더욱 이번 순례가 중요해졌고, 참가자들은 사명감을 갖고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30일,  민주인권기념관인 옛 남영동 대공분실을 찾았다. ⓒ정현진 기자

29일 도착한 참가자들은 탑골공원과 광화문 세월호 광장, 명동성당, 민주인권기념관,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천안 독립기념관 등을 순례하며, 전쟁과 식민지 역사, 한국의 민주주의 역사 등에 대해 보고, 듣고 체험했다. 또 순례 일정 뒤에는 의정부교구 토평동 성당에서 좌담회를 진행하고, 신자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했다.

마쓰우라 고로 주교는 이날 미사 강론에서 신자들에게 평화 메시지를 전했다.

마쓰우라 주교는, “우리 사이에는 언어, 문화, 역사 등으로 이뤄진 보이지 않는 벽이 있지만, 이 벽이 허물어지면 우리 사이의 화해로 연결되는 다리가 될 수 있다”며, “또 서로 존중하기 위해서는 다름을 인정해야 하고, 이는 곧 낮아짐이다. 낮아진다는 것은 겸손해지는 것이고 친구가 되고자 한다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뒤에도, 한반도의 장벽 한반도를 둘러싼 각국 사이의 냉전이 여전히 장벽으로 남아 있다면서, “그 외에도 우리들 사이에는 부와 가난 사이의 벽이 있는데, 이는 적대감이 아닌 배제와 소외라는 장벽이다. 배제와 소외된 이들을 인간적으로 받아들이고 하나가 되고자 할 때, 우리는 그 장벽에 구멍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모르고 있다는 것만큼 무서운 것은 없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순례를 마치는 좌담회에서 먼저 일본 참가자들은 그동안 일본의 역사는 물론, 한국의 역사도 제대로 배우지 못했고, 뉴스를 통해 위안부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또 그 이야기”라는 식으로 치부했다는 것을 고백했다.

그러면서도, “일본은 물론 다른 나라의 역사, 문화, 정치를 안다는 것은 소통하기 위해 피할 수 없는 분야이고, 더 공부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며, “앞으로도 계속 소통하고 이야기하고 싶다. 연결고리로서 ‘브릿지’라는 활동을 하고 있지만, 다리가 아니라 이웃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한 일본 참가자는, “어떤 사실에 대해 모르고 있다는 것처럼 무서운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몰랐던 것을 알게 되니, 문제가 무엇인지 보게 됐다. 알게 되고 흥미를 느끼는 것만으로도 내 안의 큰 변화가 시작됐다. 보다 많은 사람이 사실을 알게 되고, 문제가 무엇인지 생각하는 것 자체가 해결점으로 다가가는 과정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한일관계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예수가 우리에게 보여 준 길, 회개와 용서를 청함, 용서를 받아 줌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했다”며, “이 안에서 한일 간의 어려운 지점을 넘어설 수 있고, 또 평화의 다리를 이룰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31일, 의정부교구 토평동 성당에서 미사 전 좌담를 나누는 참가자들. ⓒ정현진 기자

예수살이공동체 김미애 사무국장은, “너무 익숙하고 가까워서 잊고 있었던 것들을 알게 되었다”며, “한 사람이 온전한 삶을 산다는 것은 뉴스를 통해 정보를 많이 듣고, 학교에서 많은 것을 배우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다. 그 사이 어딘가에서 이뤄지는 만남으로 통해 이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사람을 만나고, 어떤 경험을 하는지가 우리 자신의 삶에 훨씬 중요하다. 이번 순례가 그런 전환점, 변화의 작은 씨앗이 되기를 바란다”며, “역사 안에서 큰 사건이나 재앙은 힘 있는 이들이 자행한 것이고, 그것을 극복하는 것은 작은 사람들의 힘이었다. 우리 각자의 자각은 그래서 중요하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연대하며 힘을 키울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마쓰우라 고로 주교는 31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한일간 관계와 평화에 대한 교회 입장을 묻는 질문에, “아시아 각 교회의 대표들이 평화에 대한 명백한 자세를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며, 아시아 교회 안에서 큰 흐름을 함께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마쓰우라 주교는, 최근 한일 사태는 워낙 급작스럽기 때문에 일본 교회 전체의 입장을 한 사람이 정리할 수는 없다면서도, “다만 일본 주교단은 20년 이상 이 문제를 함께 공부해 왔고, 현재 한일 관계에 대해 깊이 숙고하고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가톨릭 교회 안에서도 평화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지만 지금 단언하기는 어려운 문제다. 다만, 가톨릭교회 안에 여전히 남아 있는 ‘정의로운 전쟁’ 교리라는 말 자체를 없애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30일, 참가자들은 천안 독립기념관을 찾아 일제강점기와 한국의 항일운동 역사를 보고 들었다. (사진 제공 = 예수살이공동체)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정현진 기자 regina@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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