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비평 - 박병상]

최근 환경부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일본의 전 환경상의 발언을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퇴임 하루 전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하라다 요시아키 일본 전 환경상은 “눈 딱 감고 (바다로) 방출해 희석하는 것 말고는 선택지가 없다”는 의견을 밝혀 국제 논란을 일으켰고, “국제사회 우려를 도외시한 것으로, 환경을 가장 우선해야 할 환경성 장관의 발언이라고는 도저히 믿기 어렵다”고 피력한 것이다. 조명래 현 환경부장관은 탈핵에너지교수모임의 공동대표 출신이다.

무슨 의도로 일본 전 환경상은 하필 퇴임 하루 전에 개인 의견을 내놓았을까? 이후 젊은 나이에 취임해 주목을 받은 고이즈미 신지로 신임 환경상은 12일 업무를 시작한 날 바로 후쿠시마로 달려갔다고 한다. 또 어업협동조합에 사죄했다고 우리 언론은 전했다. “다시 사고가 나면 일본은 끝”이므로 “원자력발전 반대” 의견을 분명히 표명했다는데, 그의 의견이 일본 내각에서 어느 정도 힘을 발할 수 있을까?

여러 모로 보아 우리 환경부는 내각에서 발언권이 강하지 못한 게 틀림없다. 온실가스, 흑산도공항, 초미세먼지, 비닐폐기물과 같이 그간 표출된 우리 환경문제는 환경부보다 개발부서에서 더욱 책임질 사안인데 힘도 없는 환경부만이 전전긍긍할 뿐이다. 우리 눈에 그렇게 보이는데 일본은 어떨까? 일본 내각은 자국 환경상의 주장을 주의 깊게 경청할지 궁금한데, 신임 환경상은 도쿄올림픽의 후쿠시마 경기를 저지할 의지가 있을까? 환경부장관은 후쿠시마 선수단 파견을 만류할 의지가 있을까? 있다면, 양국은 자국 환경부 수장의 의견을 받아들일까?

대략 현재 110만 톤에 이른다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부지의 방사능 오염수는 정화를 거쳤지만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를 남기고 있다고 전문가는 전한다. 과연 반감기가 12년이 넘는 삼중수소뿐인가? 다른 방사성 물질은 모두 걸러 냈다고 믿어도 좋을까? 후케다 도요시 원자력규제위원회 위원장은 “충분히 희석해 해양방출을 하자는 것이 위원회의 견해”라고 밝히며 세계적으로 통용된다고 덧붙이던데, 그게 안전한 방법이라는 주장인가? 항간의 의혹처럼 가장 비용이 적게 들어가기 때문이 아닐까?

핵발전소 냉각탑. (이미지 출처 = Pixabay)

일본의 오염수 해양 방류 문제로 우리나라를 얼마 전에 방문한 그린피스 전문가는 일본의 태도를 비판하며 우리의 반대 행동 동참을 부탁했다. 언론 인터뷰에서 태평양에 오염수 100만 톤을 희석해 버리는데 깨끗한 물 7억 톤 이상과 17년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그런 방식으로 위험한 방사성 물질을 바다로 버리는 데 동의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혹처럼 낮은 비용을 먼저 고려한 일본이라면 17년의 시간을 감당하려 할까? 알 수 없는데, 그린피스 전문가는 사용할 수 없게 오염된 핵발전소 주변 부지에 영구히 보관하면서 처분하는 방법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내년에 열릴 도쿄올림픽 후쿠시마 경기는 불가능해야 옳을 것이다.

일본 당국은 2022년이면 오염수 저장탱크를 둘 공간이 가득 찰 것으로 추정한다지만, 그럴까? 관련 연구의 진전도 있다던데 현재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없는 걸까? 비용부담을 고려해야 한다고 믿는 전문가는 일본 측 고개를 흔드는데, 전문성이 부족한 우리는 걱정부터 커진다. 아무리 깨끗하고 안전해 보이더라도, 일단 폭발하면 어떤 대책도 세울 수 없는 방식이 바로 핵발전소라는 걸 현실에서 확인하게 되었다.

폭발한 핵발전소의 녹아 내린 핵연료는 안전하게 회수할 수 있을 때까지 물로 냉각해야 한다. 문제는 후쿠시마 발전소에서 핵연료가 현재 어떤 상태로 어디에 있는지 여전히 알지 못한다는 사실이고 일본은 그저 매주 250톤의 지하수를 막연하게 주입하며 냉각한다는 현실인데, 냉각한 지하수에 적어도 수십 가지 방사성 물질이 포함되었을 것이다. 치명적인 물질도 적지 않을 텐데, 냉각하고 나온 지하수를 완벽하게 거르며 거듭 정화하면 크기가 매우 작은 삼중수소만 남는다지만, 그걸 확인할 길이 없다는 사실이다. 한데, 걸러낸 방사성 물질은 어디에서 어떻게 보관하고 있을까? 우린 알 필요 없는 걸까?

후쿠시마 폭발사고는 현재 아무것도 해결된 게 없다. 오염수도 마찬가지다. 폭발 33년이 지난 구소련의 체르노빌과 40년 전 폭발한 미국의 드리마일이 그랬다. 올림픽 이전은 물론 이후에도 후쿠시마는 재건될 리 만무하다. 오염수가 문제의 전부가 아니다. 검은 비닐부대에 담아 산더미처럼 쌓아 놓은 오염토양도 한두 세대 안에 결코 안전하게 처리될 수 없다.

다른 발전 방식과 달리 핵발전은 일단 사고가 나면 돌이킬 수 없다. 그런 발전소는 거대하고 비밀에 둘러싸인다. 밀실에서 안전을 되뇔 뿐인데, 대부분 전문가의 자만이 사고를 불렀다. 지진대 위에 지어 놓고 설계수명을 연장한 후쿠시마 핵발전소도 마찬가지다. 그게 핵발전소다. 사고 여부와 관계없이 도저히 처리할 수 없는 핵폐기물을 토해 내는 핵발전소는 아예 없어야 할 괴물일 따름이다.

우리는 일본의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의 태평양 방류만 반대할 게 아니다. 우리 젊은 선수들의 후쿠시마 파견도 만류해야 당연하겠지만, 우리 핵발전소 자체를 돌아보아야 한다. 거짓과 부정이 문제의식을 가진 이의 눈을 가리는 우리 핵발전소는 과연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는가? 다음 세대가 안심할 어떤 합리적 근거 없이 안전을 장담하는 우리 핵발전 당국은 투명한 운영과 거리가 멀다. 그렇다면 여태 폭발이 없었던 건 행운이다. 이런 핵발전소를 폐쇄하지 않으면서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방류를 문제 삼는 건 모순 아닌가? 일본이 꿈쩍하지 않을 게 뻔하다.

 
 

박병상 

인천 도시생태, 환경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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