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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을 향한 종교의 "무지, 불찰, 비겁"

기사승인 2019.10.01  18: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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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대 종단 성직자 차별을 말하다

4대 종단 인권단체 성직자들이 차별은 안 된다는 핵심교리와 달리 종단 운영이나 사회적 실천에서는 부족함이 많다며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한 종교 간 대화와 역할을 강조했다.

천주교인권위원회 이사 박동호 신부(서울대교구), NCCK 인권센터 임보라 목사, 실천불교전국승가회 퇴휴 스님, 원불교 인권위원회 강현욱 교무가 모여 성 평등과 성소수자 문제를 중심으로 차별에 대한 각 종단의 입장과 활동을 나눴다.

30일 7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열린 ‘차별 없는 세상을 꿈꾸는 이야기 마당’은 NCCK 인권센터가 마련했으며 숙명여대 홍성수 교수의 사회로 진행됐다.

이들은 여성과 성소수자 차별 문제를 중심으로 차별과 혐오를 보이는 종교의 모습을 반성하는 것부터 핵심교리와 현실의 차이를 지적하며 나아갈 방향을 짚었다. 

원불교는 창시 때부터 남녀평등이 첫 번째 과제였고, 최고의결기구가 남녀동수 위원으로 구성되는 등 제도적 장치가 있지만 각 교당에서는 남녀교우의 역할이 고정되는 등 한계가 있다. 개신교도 의사결정기구에 여성 참여 비율이 낮고 일부 종단은 여성 목사 안수가 허용되지 않는 등 가부장적 남성중심주의가 여전하다고 지적됐다.

천주교는 성사 담당자가 교회운영 전반을 관장하는 전통 때문에 남녀평등 원칙과 달리 조직 의사결정의 대부분을 남성이 맡고, 불교는 교구본사 주지를 맡은 비구니(여자 승려)가 아직 없다.

물론 각 종교는 고정된 남녀 성역할을 바꾸고 여성 성직자의 역할 확대를 위해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등 노력도 한다.

(왼쪽부터) 퇴휴 스님, 강현욱 교무, 임보라 목사, 박동호 신부, 홍성수 교수. ⓒ김수나 기자

최근 원불교에서는 여학생이 교무과정에 입학할 때 결혼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정녀지원서’ 제출이 사라졌다. 교무의 혼인금지가 교리가 아닌데도 1996년 교무양성 과정상 필요에 따라 생긴 이 제도를 없애는 데 20여 년이 걸렸고, 이는 끊임없이 교무들이 목소리를 냈기 때문이란 것이 강현욱 교무의 설명이다.

가톨릭 교회가 여성 사제가 없는 부분에 대해서, 박동호 신부는 여성 사제의 문제 이전에 먼저 가톨릭 교회의 현재 상태가 과연 교회 본래의 모습인가, 과연 예수처럼 살고자 하는 이들이 성직을 맡고 있는지 우선 성찰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박 신부는 성평등의 문제와 성직 권력 배분의 문제, 그 권력을 어디에 어떻게 쓰는가의 문제는 모두 다르게 봐야 한다면서, “남성 사제 역시 빈손으로 아래로 내려가서 살기 위해 사제가 된 것인가 반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이 세 가지 문제는 각각 그리고 통합해서 깊이 성찰해야 한다며, “예수의 삶의 양식과 철학에 따라 살고 싶은 것인지, 종교가 마련한 장치의 매력 때문인지 살피고, 성평등과 여성사제 문제, 교회 제도와 운영, 그 역할과 권력 문제를 함께 봐야 한다”고 말했다.

홍성수 교수는 종교가 사회변화에 못 미친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불교계는 매년 봉축표어와 신년 메시지로 차별 없는 세상과 평등을 말한다면서 특히 성소수자에 대한 각 종교계의 입장을 물었다.

퇴휴 스님은 평등과 존엄이 불교의 첫 출발점이라면서 초기 경전인 “탈리율장”에서 (성 정체성에) 갈등을 느껴 남자가 된 비구니에게 부처가 비구계를 다시 줘서 비구가 됐다는 내용을 들며 “부처 스스로 성 전환을 차별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개신교가 반난민, 반동성애, 반이슬람을 외치는 것을 어떻게 이해할까에 대해 임보라 목사는 “개신교가 성평등이나 인권 의제에서 입장이 나뉘는 것이 마음 아프다. 다변화된 사회에서 개인의 존엄성에 세심하게 다가설 준비가 없어 특히 성소수자 인권은 상당히 예민한 과제로 남았다”고 지적했다.

참가자들이 노래로 복음을 전하는 이정기 목사의 공연을 보며 환하게 웃고 있다. ⓒ김수나 기자

천주교, 성소수자 문제 말하는 것 자체 꺼려

홍성수 교수는 난민 등 다른 사회적 약자와는 달리 성소수자에 소극적인 가톨릭 교회의 입장을 물었다.

박동호 신부는 동성애의 원인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고 이들에 대한 어떤 차별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교회의 교리지만 “사제생활 30년 동안 이 문제로 힘들다고 한 사람이 2명이었다. 천주교에 성소수자가 없어서가 아니라 천주교에는 이 문제를 말하는 것 자체를 전반적으로 금기시하는 분위기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캐나다나 독일 등 유럽 교회는 성소수자가 교회 내 사도직 단체를 만들어 활동하며 교회 당국이 이들을 차별할 수 없지만, 한국에서는 성소수자들이 회의를 위해 교회 공간을 빌렸을 때 일방적으로 막는 등 실무담당 사제들과 교회 당국의 불일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 신부는 “한국 교회가 성소수자 문제를 적극적 사목 과제로 삼지 않고, 세계 교회의 보편교리를 선택적으로 취하거나 불편한 것은 외면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현욱 교무는 2012년 원불교 교무과정 졸업을 앞두고 동창 교무가 성소수자임이 알려지며 학내에서 많은 상처를 받고 학교를 떠났던 기억을 떠올리며 그 뒤에도 이에 대한 담론은 교단 차원에서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수자를 위해 교무 개개인이 많이 헌신했지만 천주교, 불교처럼 교단 차원의 조직을 만들어 내지는 못했다”면서, “성소수자에 대한 원불교 안의 담론이 과거처럼 미숙하게 결정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퀴어축제 참여와 동성결혼, 가톨릭성소수자 공동체 공개 지지여부에 대한 물음에 박동호 신부는 “누군가 걸음을 떼야 할 것이다. 한동안은 함께하지 못한 불찰이나 무지함, 비겁함, 무관심도 있을 것”이라며 “어느 때가 되면 이를 자각하고 동력과 안내판을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30일 기독교회관에서 열린 대화자리에는 약 70여 명이 참여했다. ⓒ김수나 기자

동성애 반대 개신교단, 성소수자 옹호하면 성직자 되기도 어려워

이날 대화에는 성소수자 문제로 고충을 겪었던 장로회신학대학원 학생과 성소수자부모모임 대표도 함께했다.

장신대학원에 다니는 서총명 씨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측이 2018년 채플 때 "차별금지법 제정반대와 동성애 합법화를 막아 거룩한 백성이 되자"라는 제목으로 기도하게 했고, 2019년 목사고시에 "차별금지법 현황과 문제점을 서술하고 그에 대한 신학적, 목회적 대처방안을 논술하라"는 문제를 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사실 지금은 어떤 논의도 할 수 없는 상황”이며 “이곳에 온 것만으로도 징계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소수자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안전한 장이 늘어나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 씨 등은 2017년 예수회장로교 통합 교단의 결의에 따라 장신대가 동성애자와 동성애옹호자 입학을 불허하는 서약서를 받은 것에 문제를 제기하며, 2018년 5월 무지개 무늬 옷을 입고 채플을 드렸다가 동성애규칙 위반으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돼 정학, 근신 등 처분을 받고 학교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승소해 복학했다.

같은 학교 목사고시생 오세찬 씨는 “성소수자를 옹호한다는 이유로 신학교에 다니기도 성직자가 되기도 어렵다”면서 목사고시의 심층질문에 작년에는 '이단과 연관된 적이 있는가'였던 질문이 올해 '이단, 비윤리적 이성관계, 동성애와 연관된 적이 있는가’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예수의 몸이라는 교회가 2019년 한국에선 누군가 목숨을 끊어야 한다 고민하는 곳이라는 사실이 참담하다. 적어도 내가 있는 곳에서는 희망을 이야기하기가 어렵지만, 절망을 피하지 않고 마주하려고 노력하고 악을 고립시키고 선명하게 드러낼 수 있게 노력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임보라 목사는 일부 교단의 노력에도 대다수 교단이 반대로 일관하는 등 차별금지법에 대해 교단 차원의 입장을 내기 어렵지만 한국기독교협의회와 정의평화위원회는 대화의 장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교회가 차별과 배제의 길을 택한 것은 그리스도의 몸이기를 거부한 것.... 편향적 이데올로기인 동성애 혐오 프레임은 결국 한국교회의 치욕적 역사로 기록될 것이다”라는 최근 NCCK 인권센터 성명서를 들며 “해악에 대해 반드시 사죄할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날 성소수자부모모임 홍정선 대표(세실리아)도 참석해 가톨릭 신자이자 성소수자의 부모로서 겪었던 고충을 이야기했다.

홍 대표는 자녀의 커밍아웃 당시 그것이 죄인 줄 알고 하느님에게 바꿔 달라고 기도했지만 “오랜 고통과 기도 속에서 있는 존재를 바꿀 수는 없지만 있는 존재를 바라보는 눈을 바꿀 수는 있다는 답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부모의 고통보다 당사자인 자녀들의 고통이 더 크고 극단적 선택을 한 이들도 무척 많다면서 “우리 아이들은 하루하루가 삶과 죽음의 고통을 겪는다는 것을 종교인들이 뼛속까지 느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조혜인 공동집행위원장은 “차별금지법 반대는 반인권적 주장인데도 사회와 정치권이 이를 받아들여 법 제정을 미뤄 차별과 혐오가 퍼지는 데 크게 일조하는 상황을 멈춰야 한다”면서 “가장 기본적 합의이자 정의사회로 가는 출발점은 차별금지법 제정이고 인권과 평등의 가치를 앞에서 끌고 나가야 하는 것이 종교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2007년 법무부가 차별금지법안 입법예고 당시 혐오세력이 반대하자 차별금지사유 가운데 성적지향, 학력, 가족형태 등 7개 사유가 삭제된 채 발의됐고 2013년 19대 국회가 발의한 포괄적 차별금지법도 혐오세력의 반대를 이유로 2달 만에 철회됐다.

현 20대 국회에서는 발의되지 않은 상태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김수나 기자 ssuk316@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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