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속풀이 - 박종인]

성경. (이미지 출처 = Pixnio)

사제들은 보통 사제품을 받을 때 선택한 서품성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서품성구는 하느님을 따르고자 하는 길에서 빛이 되어 줍니다. 서품성구에 대해 생각이 미치다 보니 신자분들은 좋아하는 성구를 가지고 계실까? 궁금해졌습니다.

6개월 동안 예비신자 교리반을 맡았던 적이 있습니다. 이때 예비자 교리 일정 안에는 마르코 복음 필사가 이행 과제로 있었습니다. 예비자들에게 성서 필사 노트를 나눠 드렸고, 거기에 정성껏 마르코 복음을 적어 오시라고 했습니다. 노트의 끝에는 성경 필사 후 소감문을 적는 페이지가 있었습니다.

적잖은 분들이 그 소감문 쪽에, 필사를 하다 보니 예수님을 조금은 더 이해하게 되었다고 경험을 이야기해 주셨고, 성경을 음미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조금은 맛볼 수 있었다고 적어 주셨습니다. 몇몇 분은 마르코 복음 안에서 왠지 마음을 건드리는 구절들이 있다고 고백해 주셨습니다.

날마다 조금씩이라도 성경을 읽으시다가 마음에 다가오는 성경구절은 정말 그때그때 다릅니다. 성경을 구약 처음부터 조금씩 읽어 보시는 것도 좋고, “매일미사”를 가지고 계시면 그날그날 미사의 독서와 복음을 음미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그런데 그냥 읽고 마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두드리는 구절에서 멈춰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첩에 간단히 기록해 두는 것도 좋은 일기가 될 수 있습니다.

좋아하는 성구가 꼭 하나만 있으란 법은 없습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기록을 하다 보면 구절은 여러 개일 수 있으나 전반적으로는 내가 어떤 분위기의 구절을 좋아하는지 성향 파악도 할 수 있습니다. 

제 서품성구는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시니….”(루카 10,21)입니다. 이 성구 덕에 어린이, 청소년, 청년들과 만나는 사목을 하게 된 듯합니다. 그런데 이 구절만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인가부터는 “그들이 너에게 보답할 수 없으니 너는 행복할 것이다”(루카 14,14)라는 구절도 마음에 들어왔습니다. 일하면서 대가를 셈하지 말게 해 달라고 했던 로욜라 이냐시오의 기도가 떠올랐던 모양입니다. 

이렇듯 성경을 읽다가 만나는 성구는 내 삶이 지향하고자 하는 가치들을 알려주고 하느님께서 성경을 통해 내게 전하시려는 말씀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이미 많은 독자분이 자신만의 성경구절을 가지고 계시리라 어림합니다. 그 구절을 마음에 품고 있다면 가끔씩 조금은 흔들리고 넘어진다고해도 가야 할 방향은 잃지 않을 것입니다.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운영실무.
서강대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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