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티에레스 신부] 10월 13일(연중 제28주일) 2열왕 5,14-17; 2티모 2,8-13; 루카 17,11-19

사람들을 기억한다는 것은 그들을 현존케 하는 것인데, 그들을 죽은 과거에 속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현재 우리에게 가까이 살아 있는 사람들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참다운 정화

다시 한번 우리는 루카 복음서에만 나타나는 구절을 대한다. 등장하는 지리적 위치에 관해서는 약간의 조작이 보이는데, 이야기 속에 사마리아인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복음사가는 예수님이 예루살렘으로 가는 길에 사마리아를 지나가고 있었다고 말한다. 예수님은 자비를 베풀어 달라고 외치는 나환자들 열 명을 만난다.(루카 17,12) 그들은 예수님을 “스승님”이라고 부르는데, 이 칭호는 루카가 제자들의 입에만 올렸던 칭호다.(17,13) 이 사실은 우리로 하여금, 나환자들이 그들의 병 때문에 아무리 소외된 위치에 있다 하더라도 주님을 따르는 사람들로 여겨지고 있음을 생각하게 해 준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나환자들은 신체적 치유를 바랄 뿐만 아니라 고통 때문에 격리되었던 사회에 다시 합류하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나병은 소위 그들을 불결하게 만들고 있었으며, 그래서 그들은 예수님과 동반자들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었던 것이다.(17,12) 당시의 율법대로, 예수님은 그들을 사제들에게 보내어 그분이 그들 안에서 이루려고 하는 치유를 증언하도록 한다.(17,14)

복음서들에는 이와 비슷한 다른 이야기들도 있지만, 여기에서 우리는 루카 사도가 강조하려는 어떤 것을 발견하게 된다. 때때로 간과되는 한 부분이 있는데, 그것은 나환자들 중의 한 사람이 사마리아인이라는 사실이며,(루카 17,16) 그는 유대인들에게 멸시를 받고 있었으나 예수님은 전혀 차별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와 반대로, 예수님은 소외되고 무시되는 사람들을 더 선호한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매우 강한 민감함을 보이는 루카 사도 역시 사마리아인들에 대하여 예수님과 똑같은 태도를 취한다.(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 참조) 나환자들은 이 사마리아인을 그들 가운데 받아들였다. 고통이 그들을 한데 묶어 준 것이다. 하지만, 병이 나은 뒤 돌아와 감사를 드린 사람은 그 사마리아인뿐이다. 열등한 취급을 받고 반(半)이교도로 대우받는 그가 주님께 마음을 연 유일한 사람이며,(17,15) 그래서 정화의 참다운 내용을 표현하고 있다.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이란 규칙을 잘 지키고 나무랄 데 없는 사람들로 보여지는 것이 아니라 받은 은혜로운 사랑에 따라 한결같이 겸손하게 행동하는 사람들을 뜻한다.

'예수와 나병환자 열 명', 제임스 티소. (이미지 출처 = commons.wikimedia.org)

예수 그리스도를 기억하기

이 구절에서 사마리아인은 예수님을 기억하는 사람으로 그려진다. - 그는 나환자요 “외국인”이라는 이중의 소외를 받고 있는 사람이나,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다.(루카 17,18을 보면 그는 문자 그대로 다른 종족에 속한 사람이다) 이처럼, 형식적 정화를 수호하는 자들의 손에 죽기 위하여 예루살렘으로 가는 도중에 예수님은 생명을 주고 있다;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감사를 드리는 사마리아인은 일어나 그의 길을 가야 한다.(17,19) 하느님의 사랑을 깨닫게 됐으므로, 그 순간부터 그는 무상으로 받았던 것을 무상으로 주어야 하는 것이다.

바오로가 우리에게 요청하는 것처럼 예수 그리스도를 기억하는 것은 어떤 법적이고 종교적인 경계선들을 벗어나 예수님의 사랑의 증언을 우리가 그대로 끌어안는 것을 뜻한다.(예수님 시대의 나환자들과 똑같은 상황에 있는 사람들이 오늘날 누구인지 생각해 보자) 또한 우리는 가난하고 무시되는 사람들에 대한 예수님의 우선적 사랑을 받아들여야 한다. 오늘의 말씀은 우리가 그리스도인으로서 사회나 교회에서 우리가 차지하는 중요한 위치 때문에 안락하게 산다면 이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 사랑을 실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해 준다. 이 착한 사마리아인처럼 감사를 드린다는 것은 마음이 순수하다는 의미이며 “주님 이외에 다른 하느님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에 먼저 요구되는 조건이다.(2열왕 5,17)

 

구스타보 구티에레스 신부
1928년 페루 리마 출생. 의대를 졸업한 뒤에 사제로 살기로 결단했다. 사제가 된 뒤에는 리마 가톨릭대학에서 신학과 사회과학을 가르치면서 리마 빈민지역에서 가난한 이들을 위한 사목을 했다. 대표적인 해방신학자로 빈민의 관점에서 복음을 증거해 왔다. 주요 저술로는 "해방신학"(1971)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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