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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안 땅까지 40년이나 걸려요?

기사승인 2019.10.16  16: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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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회상식 속풀이 - 박종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순례를 준비하던 지인이 궁금한 듯 물어 왔습니다. 한국인들에게 많이 알려진 산티아고 길 코스도 길게 잡아 40일이면 다 걷는데, 히브리 사람들은 나일강 유역에서 가나안 땅까지 어떻게 40년이나 걸렸냐는 겁니다. 

거리가 좀 멀었나? 사람이 남녀노소 합쳐 수백만 명이었으니 느릴 만도 했겠지….라는 이유를 대 봐도 4년도 아닌 40년은 너무 과장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성경에는 40년이라 기록되어 있고, 교리반에서도 40년이라고 배워 왔습니다. 

지도를 보고 확인해 봤습니다. 세계전도를 펼쳐 놓을 필요도 없이 모니터에 구글지도를 불러 놓고 산티아고 길과 이집트 나일강 주변에서 홍해(수에즈 쪽의 해협)를 거쳐 이집트 시나이 광야를 지나 가나안 지방까지 대략 줄을 그어 비교를 해 보았습니다. 

이스라엘 민족이 이집트(왼쪽)에서 나와 가나안(오른쪽)으로 이동할 때 40년 동안 헤맨 광야. (이미지 출처 = Flickr)

지리적으로 별로 의식하지 않고 살았는데, 히브리인들의 이집트 탈출 경로를 최단 코스로 잡아 본 길과 산티아고 순례길 중에서 산티아고 길이 배는 더 길어 보였습니다.

탈출기와 신명기를 읽어 보신 분들은 설명하실 수 있을 겁니다. 아무리 사람이 많아도 40년이나 걸릴 이유가 없는 길을 그토록 오래 헤맸던 것은 짧게 갈 수 있는 길을 안 가고 “뺑뺑이”를 돌았기 때문입니다. 마땅한 지도가 없었다고 해도, 그 많은 사람 중에 홍해를 건너 지중해를 따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조상들의 고향 땅,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들어 본 사람은 적잖이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야웨께서 보여 주시는 징표에 의지해서 긴 여정을 했습니다. 

그러니까 약속된 땅 가나안에 하루빨리 가는 것이 목적이 아닌 여행이었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긴 여행이 되어 버린 것에 대해 한 가지 모범답안은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사람들을 단련시키시려 했다는 설명이 되겠습니다. 사람들이 이집트 종살이에서 해방시켜 줬는데 불평불만이 많았습니다. 자존감도 현저히 떨어지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래서 달리 설명하면, 노예 신분이 아니라 정작 노예근성에서 해방되는 데 그만큼의 세월이 걸렸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40년은 물리적 시간일 수도 있지만, 노예생활을 경험했던 세대가 다 사라져 버리는 시간을 의미합니다. 고대라는 점을 감안하여 한 세대를 스물 해로 본다면, 두 세대가 새로 생겨나도록 광야를 헤맨 것입니다. 

스스로 설 줄 모르고, 얻어 터져도 먹여 주기만 하면 주인에게 순종하도록 길들여진 사람들. 하느님께 기대는 것이 아니라 파라오와 그가 숭배하는 신에게 기대는 어리석은 이들. 그들이 스스로 설 때까지는 새로운 세대가 태어나고 또 한 번 새로운 세대가 태어나야 했던 것입니다. 

선각자요 지도자로서 그 노예들을 이끌어 낸 모세마저도 약속의 땅에 들어가지 못했으니 하느님도 히브리인들의 뼛속에 박혀 있는 그 몹쓸 근성을 없애는 데 그만큼 인내심을 발휘하셨어야 했다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일제에서 해방을 맞은 지 일흔 해가 지났고 이제 여든 해로 향해 가고 있습니다. 기술의 발달과 함께 사람들의 수명이 길어졌습니다. 요즘은 결혼도 늦게 하는 편이니 한 세대를 넉넉 잡고 마흔 해로 본다면, 두 세대인 여든 해는 족히 지나야 우리도 새로운 역사를 열게 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밀려듭니다. 쉽지 않을 것입니다. 히브리인들이 그랬듯이 삶의 터전을 떠나서 전혀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는 이상, 해방 직후에 해결하지 못한 친일 부역자들의 후손과 그들의 정신은 집요하게 새로운 역사를 여는 데 발목을 잡을 테니까요.

우리 민족이 진정 해방되기까지는 몇 년이 걸릴까요?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운영실무.
서강대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박종인 editor@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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