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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 개도국 지위 포기하면 농업 회복 불가능”

기사승인 2019.10.18  15:4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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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톨릭농민회 등 농민단체, 청와대에 공개서한

농업계가 WTO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라고 정부에 강력 촉구했다.

18일 가톨릭농민회를 비롯한 33개 농업, 농민단체로 구성된 ‘WTO 개도국 지위 유지 관철을 위한 농민공동행동’이 기자회견을 열고 “WTO 개도국 지위 포기 방침 철회”, “통상주권, 식량주권, 통일대비 농정을 통한 농업의 공익적 기능확대”를 촉구했다.

농업계의 이번 촉구는 지난 7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WTO에서 경제성장국이 개도국 지위를 이용해 특혜를 누리고 있다며 개도국 지위를 조정하라고 요구하고, 한국을 비롯한 35개국을 압박하면서 한국 정부가 이에 못 이겨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면 농업에 회복할 수 없는 타격을 줄 것이란 우려에서 나왔다. 

1995년 출범한 WTO는 회원국의 자체 판단으로 개도국 지위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으며, 한국은 농산물 무역적자수지 악화, 농업기반시설 낙후, 낮은 국제 경쟁력, 농가소득저하, 농산물 가격의 높은 변동성 등을 이유로 농업 분야에서 개도국 지위를 선택했다.

WTO의 각종 협정과 결정에서 개도국에 대한 우대조항은 150여 개로 관세, 보조금, 관세철폐 기간 등에서 선진국보다 완화된 기준이 적용된다.

이날 가톨릭농민회 정한길 전국회장은 정부가 WTO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면 “각종 농업, 농민 보조금과 지원금이 줄고, 관세율 급락으로 농산물 시장이 완전히 개방된다”며 “(이는) 농민 몫을 다 빼앗고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것으로 그 뒤로는 회복 불가능하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이어 그는 “30년 동안 우리밀 살리기 운동을 했지만 밀 자급률은 1퍼센트”라며 “식량 자급률 24퍼센트, 유전자조작농산물(GMO) 수입 900만 톤 등 농업을 희생시킨 수출지상주의 산업화로 대기업의 배만 불리고 국민의 건강을 좀먹는 나라는 미개국”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 회장은 “4-4.5 퍼센트 되는 농민이 마지막 보루고 더는 양보나 후퇴할 상황이 아니다. 경제논리가 아닌 생명의 가치로 국민의 먹거리, 식량주권을 지키는 것이 진정한 국익”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농민공동행동은 청와대 농업비서관실 장경호 행정관에게 공개서한을 전달했다. ⓒ김수나 기자

농민공동행동은 우르과이라운드 협상, WTO 출범과 FTA 체결 등 농산물 시장의 무분별한 개방으로 지난 30여 년 동안 농업, 농촌, 농민의 현실은 더욱 악화됐다면서 “농업소득 20년째 정체, 도시가구 대비 농가소득 60퍼센트, 65세 농가인구 45퍼센트, 농민의 60퍼센트가 소작농, 읍면동 지역 중 40퍼센트는 30년 안에 사라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농업의 공익적 기능인 “자연환경 보전 및 전통문화 계승”, “도농 간 균형 발전”, “식량주권이라는 국가적 목표 실현”을 들며, “개도국 지위 유지 문제는 당장의 피해 여부로 결정하지 말고 통상주권, 식량주권, 통일대비 농정 구현을 중심으로 결정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기자회견에 참석한 각 단체 대표들은 정부에 WTO 개도국 지위 포기 방침을 철회하라고 강력 촉구했다.

한국농축산연합회 임영호 회장은 “정부가 국익을 위한다며 개도국 지위 포기를 말하는데 국익이 무엇인가. 미국의 무역보복이 두려워 우리 농업을 상납하려는 것인가”라며,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확대해도 모자란 상황에 개도국 지위 포기는 우리 통상주권과 식량주권을 잃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농민의 길 박행덕 의장도 “역대 정권이 경제, 국민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추진한 무역협정과 농업정책이 농민에게 희생만을 강요했다”면서 “농민의 목숨이 위태로운 만큼 이번 개도국 지위만큼은 꼭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토종닭협회 문정진 회장은 “그동안 수입 농축산물 때문에 직업을 잃고 농민가정이 어렵게 돼 농업인구가 갈수록 줄고 있다”면서 “마지막 보루인 개도국 지위를 트럼프 말 한마디에 포기할 수는 없다. 농민들의 대표로서 우리의 입장을 분명히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김옥임 회장은 지금까지 “나라를 지키기 위해 양보하고 또 양보했다. 농민들은 포기할 수 없는 마지막 자존심이다. 대통령이 나서서 유지해 주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한편 정부는 오는 23일 WTO 개도국 지위 유지 여부에 대한 공식 결정을 앞둔 상태에서 지난 10일 관련 전문가와 농업단체를 불러 의견을 물었고, 이 자리에서 농업단체들은 모두 ‘개도국 지위 유지’ 입장을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 뒤 농민공동행동은 청와대 농업비서관실 장경호 행정관에게 “대통령이 직접 나서 WTO 개도국 지위 포기 방침 철회를 선언”하라는 공개서한을 전달했다.

가톨릭농민회를 비롯한 33개 농민단체로 구성된 'WTO 개도국 지위 유지관철을 위한 농민공동행동'이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이 직접 나설 것을 촉구했다. ⓒ김수나 기자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김수나 기자 ssuk316@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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