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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합의성 논의, 한국의 위기부터 물어야

기사승인 2019.10.21  17:3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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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평협 평신도사도직연구소 열린 세미나

공동합의성이 무엇인지, 이를 교회 안에서 실현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를 묻는 자리가 마련됐다.

19일 서울대교구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 평신도사도직연구소가 ‘누구를 위한 누구의 교회인가, 하느님 백성의 공동합의성 실현’을 주제로 진행한 세미나에는 광주, 수원, 춘천 평협 회장단과 회원, 수도자, 신자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서울 평협이 공동합의성을 주제로 진행한 공개 세미나는 이번이 처음이지만, 지난 한국 평협 연수회와 평협 내부에서는 두 차례 공부와 논의의 자리를 진행했고, 광주, 부산, 의정부, 전주교구 평협 등에서도 공동합의성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이날 손병선 회장(서울 평협)은 “함께 가는 사목으로 전환이 필요한 시대에 협력, 관계, 통합사목을 통해 공동합의성을 일상적으로 구현하는 것이 답”이며 “그러기 위해서 소통의 핵심인 열린 마음과 경청,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가 공동식별과 공동책임을 통해 성찰하고 반성하며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자”고 말했다.

서울대교구 총대리 손희송 주교는 축사에서 “소통의 첫 번째는 남의 말에 귀 기울이는 것”이며 “교회 안 다양한 주체의 존재를 서로 존중하고, 그리스도의 목소리에 가장 먼저 귀 기울이며 의식과 말, 행동부터 변화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날 서강대 최현순 교수가 공동합의성에 대해 주제발표를 했다. ⓒ김수나 기자

공동합의성, 결정방식 아닌 “교회의 생활방식이자 활동방식”
교회 지체로서 모두 동등한 품위 지녀.... 
하느님 말씀에 대한 공동식별과 공동책임, 사목자와 평신도 긴밀한 대화와 협조 필수

이날 먼저 최현순 교수(서강대 전인교육원)가 공동합의성의 개념과 구성요소를 삼위일체, 말씀과 성령, 성찬례 등 신학적으로 설명하고, 공동합의성의 제도적 실현인 평의회와 교회 구성원이 지녀야 할 태도를 짚었다.

‘공동합의성’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정신을 바탕으로 2010년 이후 만들어진 개념으로, 2015년 프란치스코 교황의 ‘세계주교시노드 설립 50주년 기념 담화’를 통해 전 세계 가톨릭 교회에서 시대적 징표로 논의되고 있다.

공동합의성에 대해 한국 교회가 논의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 개념을 두고 혼란이 많다. 최 교수는 ‘합의’라는 표현 때문에 이를 민주주의나 다수결 같은 의사결정 방식이나 권한으로 이해하면 안 된다면서 “공동합의성은 단지 결정만이 아니라 교회의 생활방식과 활동방식을 가리킨다”고 설명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공동합의성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하느님의 말씀을 듣는 것으로 교회 구성원이 함께 결정했어도 그 결과가 하느님의 말씀에 바탕한 것이 아니면 공동합의성이 아니며, 성찬례인 빵의 나눔과 말씀 선포가 공동합의적 교회의 구성 요소이자 기둥이다.

또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는 모두 세례성사를 통해 하느님 자녀로서 동등한 품위를 지니지만 각자 다양하고 고유한 직무를 맡게 되면서 교회의 권위, 질서, 교계제도가 생겨났지만 이는 현실 세계의 권력과는 다르며, 성경과 교회헌장은 각 구성원의 동등성과 상호섬김의 자세를 강조한다.

최 교수는 공동합의적 교회를 실현하기 위한 제도가 평의회며 평의회를 통해 교회의 사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목자와 평신도 간의 긴밀한 협조가 필수적이라면서, “평의회를 조언이나 제안으로만 받아들이고 결정권이 없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은 공의회의 교회론적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각 지체의 책임과 권한이 동일하지 않다는 것이 가톨릭 교회의 교리이지만 직무자가 고유의 권위와 권한을 가졌다는 것이 백성의 소리를 충분한 이유 없이 소홀히 해도 된다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공동합의성을 실현하기 위한 제도와 더불어 최 교수는 “교회가 그간 강조해 온 대화와 협력, 상호 경청과 존중, 환대의 태도와 평의회에 위원들의 장기적, 체계적, 지속적 준비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명동 가톨릭 회관에서 19일 열린 세미나에는 약 200여 명이 참가했다. ⓒ김수나 기자

“한국 상황에 대한 진단과 분석 없으면 공동합의성 이상주의에 머물 위험”

발표에 대한 논평으로 수원 가톨릭대 한민택 신부는 “공동합의적 교회를 논의하기 전에 우리는 어떤 위기에 있는가, 교회의 위기, 인류의 위기의 본질은 무엇인가. 불투명한 미래를 신앙이 어떻게 밝혀 줄 수 있는가를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신부는 “공동합의성을 수용할 때 한국 상황에 대한 진단과 분석이 부족하면 이상주의에 머물 위험 있다”면서 “논의과정에서 개인적 체험에 한정된 의견이나 불만만 나열하면 명확한 진단이나 해결책에 이르지 못하고 흐지부지된다. 공동합의적 생활양식과 존재방식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서 그는 “하느님나라에 집중하기 위해 지금 여기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하느님나라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를 납득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제시하고 삶으로 증언하기 위해 함께 토론하고 식별하자”고 당부했다.

이어진 토론에는 본당 사목회, 여성, 수도자, 청년을 대표해 이병욱 전 회장(서울 대방동 성당 사목협의회), CLC 하유경 회원(서울 노량진 성당), 김세진 씨(인천 남촌동 성당), 손정명 수녀(선한 목자 수녀회)가 참여했다.

서울 대방동 성당에서 20여 간 단체장, 사목위원 및 회장 등을 한 이병욱 전 회장은 본당에서 공동합의성 실현의 어려움을 사목협의회를 중심으로 짚었다.

이 전 회장은 대방동 성당이 속한 서울대교구 15지구 소속 본당에는 거의 다 사목협의회가 있지만, 사목위원 대부분이 50-60대로 30-40대가 없고, 특정 아파트, 단체, 구역 중심으로 구성되는 등 계층이나 전문성에서 다양하지 못해 공동합의성 구현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사목협의회의 논의주제나 안건이 과연 하느님 말씀, 복음 선포에 대한 것인가, 사목위원들이 이를 식별하고 있는가 돌아볼 것을 제안했다.

5년마다 사제가 새로 부임했을 때 기존 사목협의회를 이어 가야 하는지 또는 새로 구성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이나 시스템이 없고, 사목협의회 논의과정에서 사제의 지나친 개입으로 위원이 떠나는 문제를 지적하며 사목위원뿐만 아니라 사제와 전 신자들에 대한 공동합의성 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공동합의성 실현을 위해서는 교회 안 여성 역할 확대, 평신도의 자발적 참여와 책임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국제 가톨릭 평신도 공동체 CLC 하유경 회원은 미국 코네티컷의 한 성당에서 주임사제가 갑자기 선종하자 평신도 여성들이 주도적으로 사목활동을 했던 것과 현재 진행 중인 아마존 시노드에서 여성 수도자에게도 투표권을 달라는 목소리가 나온 사례를 들었다. 그러면서 대부분 남성으로 이뤄진 한국 교회의 사목회에서 여성의 역할이 확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왼쪽부터) 이병욱 전 대방동 성당 사목회장, 김세진 씨, 최현순 교수, 한민택 신부, 하유경 씨, 손정명 수녀가 토론하고 있다. ⓒ김수나 기자

선한 목자수녀회 손정명 수녀는 사제, 수도자, 평신도가 “깊은 친교 속에서 서로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동반자로서의 노력과 하느님 중심에서 신자들의 요청에 집중하는 봉사자들의 겸손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청년을 대표한 김세진 씨(인천 남촌동 성당)는 왜 교회에 청년이 없는지에 대한 원인을 교회의 내부보다 인구절벽 같은 외부적 원인만 따지는 모습과 교회의 의사결정 구조에 청년이 목소리를 낼 장이 없는 문제를 지적하며 사목회의에도 청년 대표가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교회 다니는 청년은 달라야 한다”나 “청년은 미성숙하다”는 기성세대의 인식, 그나마 교회에 나오는 청년들의 재능만 이용하려 드는 태도, 일방적 교육프로그램 일색인 청년사목도 청년이 교회를 떠나게 만들고, 공동합의성의 정신에도 어긋난다는 것이 그의 평가다.

이날 많은 참가자가 공동합의성의 개념과 용어, 배경, 성격, 각자 입장과 경험에서 공동합의성의 구체적 실천 방향 등을 물었다.

또 성직주의가 강한 한국 교회의 쇄신을 위해 공동합의성이 논의돼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공동합의성 실현을 위한 제도로 사목평의회 설치로만 끝나서는 안 되며 확실한 교계제도 차원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청중 의견도 나왔다.

이밖에도 공동합의성을 실현하기 위해 평신도가 하느님의 뜻을 식별하는 눈을 키우고, 사제들이 공동합의성의 원리를 이해하고 인식할 수 있도록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세진 씨는 사목평의회에 기혼, 미혼, 여성, 청년 등 다양한 사람들이 들어가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하고 이러한 다양성의 보장은 사목평의회는 물론 본당의 모든 공동체, 교구에서도 의견을 내고 그 결과를 교회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손정명 수녀는 “사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단지 무언가를 주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존중하고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며 “특히 본당에 파견된 수도자들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그들의 삶을 존중하는 근본적 이해가 사제들에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민택 신부는 “낯설고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사제로 파견돼 본당의 책임을 맡으면서 어려움을 겪는다. 사제도 똑같이 나약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사목평의회 전에 소위원회나 작은 비공식 모임을 통해 사제에게 현실을 충분히 알리고 사목평의회에 들어간다면 소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토론을 마무리하며 최현순 교수는 “한국 신자들이 모여서 공동합의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공의회 정신을 이어 가는 것”이라며 “말 잔치로 끝난다 해도 이런 논의과정과 모임, 활동이 지속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김수나 기자 ssuk316@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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