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여기 좌담회] 인종주의와 혐오 넘어서야

“환대, 보호, 증진, 통합”,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8년, 2019년 ‘세계 이민의 날’에 난민과 이주민에 대한 교회의 자세로 강조한 4가지다. 교황은 난민, 이주민의 고통은 단지 이들만의 문제가 아닌 모든 사람의 문제이며 두려움과 냉소를 버리고 이들과 동반하는 것이 교회의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또 교황은 2017년 교황청에 인간개발부를 만들고 여러 주교회의, 가톨릭 비정부 기구와 협의해 ‘난민과 이민을 위한 20가지 행동지침과 사목행동지침’을 승인했다. 

이에 반해 “가짜난민, 즉각 추방, 감성팔이, 범죄, 테러, 단일민족, 혼혈, 성폭력, 빼앗긴 일자리” 같은 표현에 드러나는 난민, 이주민에 대한 인식은 과연 한국 사회가 난민, 이주민 문제를 풀 의지가 있는지, 준비는 돼 있는지 묻게 한다.

혐오와 냉소, 근거 없는 악의적 비난을 쏟아내며 난민, 이주민을 위협 세력으로 모는 여론에 대한 성찰과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또 교회는 무슨 역할을 해야 할까?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는 난민, 이주민을 만나며 살아온 이들과 이 물음을 나눴다.

이 좌담회에는 김지영 대표(비영리민간단체 더불어신나는 이담공부방), 박진균 사무국장(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심유환 신부(기쁨나눔재단 난민 담당), 이은옥 책임교사(의정부교구 지역아동사목위원회 떼꿈)가 함께했다. 

미등록 체류자 자녀, 지역사회 돌봄 못 받아 
언어 문제로 가정 내 소통 어려움 및 학습 부진
한국에서 난민 자격 얻기 너무 어려워....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 그동안 난민, 이주민을 만나고 함께했던 경험이 있다면?

김지영 : 10년 전쯤 필리핀 이주노동자 자녀인 로이드를 지역아동센터로 데려와 돌봤다. 아빠는 근로기간이 끝나 필리핀으로 돌아갔고 로이드는 엄마와 한국에 남았다. 미등록 상태라 아무 데서도 아이를 받지 않았고, 급식비 등도 지원받지 못했지만 열린 마음이라면 아이 하나 먹이고 교육하기에는 충분했다. 교육권은 기본권인데도 문제가 생길까 봐 다른 센터에서는 받질 않았다. 결국 나중에 로이드도 필리핀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부모가 난민이거나 미등록 체류자면 그 자녀는 센터에 들어올 수 없다. 길 밖에 있는 아이들이 많아도 정부가 책임지지 않는다. 지역아동센터에는 많은 정부 지원금이 들어오는 만큼 돌봄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서도 쓰이면 좋겠다.

박진균 : 2006년부터 약 6년 정도 구리 엑소더스(천주교 의정부교구 이주민지원센터)에서 노동, 체류에 대해 이주민과 상담했고, 이주인권연대 사무국장과 2010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지역 외국인보호소 실태조사에 참여했다. 한국에는 난민이 되고 싶은 이는 많지만, 난민 지위를 얻기는 어렵다. 오랜 기간 난민신청자, 이주민을 만났지만 실제로 난민 자격을 얻은 사례를 직접 본 일은 거의 없다. 약 10여 년 전 국가인권기본계획을 만들 때 참여했는데 거의 바뀐 것이 없고 오히려 예멘 난민 때를 보면 난민에 대해 좀 더 사나워진 모습이다.

이은옥 : 공부방과 대안학교에서 이주배경 아동, 청소년을 만났는데, 교육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언어가 안 되니 이들 대부분은 학습부진 상태고, 주 양육자와 의사소통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교육권 자체가 무너진다고 생각한다. 교사들과 많이 논의했지만 쉽지 않은 문제다.

심유환 : 1998년 잠비아에 봉사하러 갔다 처음 난민을 만났을 때 무서웠다. 충혈된 눈, 찢어진 옷차림, 영화에서 보던 것과 비슷하기도 했고, 당시 난민의 개념을 몰라 두려웠다. 예수회 입회 뒤 캄보디아에서 베트남 난민을 만나면서 난민에 대해 구체적으로 고민하게 됐고, 2007년 아프리카로 파견돼 케냐, 르완다, 남수단 캠프에서 난민과 같이 지냈다.

처음에는 무서웠지만, 같이 살면서 애정이 갔고 우리 중에도 좋은 사람, 나쁜 사람 다 있듯이 똑같은 사람이라고 느꼈다. 한국에 오기 전 스위스와 영국에서 유학했는데, 그때 유럽교회가 난민을 어떻게 대하는지 봤다. 작년 7월 한국에 돌아왔을 때 마침 제주도에 예멘 난민이 들어와 제주도를 오가며 일했고, 난민 문제도 나라마다 매우 다양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박진균 사무국장(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은 "그들은 도움이 필요한 존재이지만 그들을 불쌍한 존재로만 대할 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전인적 친교와 만남이 가능할까"라고 물었다. ⓒ정현진 기자

난민, 이주민 고통의 근원은 불안정한 체류
대부분 난민 신청도 못하고 공항에서 쫓겨나 

<지금여기> : 난민, 이주민이 한국에서 어떻게 생활하고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사람들 대부분이 잘 모른다. 실제로 어떤가?

김지영 : 로이드네는 미등록이라 수급, 의료보험 등 혜택을 전혀 못 받았다. 엄마는 친구들이 필리핀에서 사 온 물건을 받아 주변 필리핀인에게 팔아 생계를 유지했다. 미등록, 중도입국, 난민 아이들은 엄마와 언어 소통이 가장 어렵다. 로이드 엄마는 도망 다니다 결국 필리핀으로 돌아갔다. 동두천에는 미등록 체류자를 단속하는 차가 다닌다. 로이드 엄마도 낮에는 활동을 못 했다. 체류 기간에 따른 어려움, 생계문제는 모두 열악했다. 미등록 체류자였던 한 부모는 본국으로 돌아가면서 한국에서 낳은 아이를 한국 국적을 얻은 친구에게 맡기고 가야 했다. 다양한 이주 배경을 가진 아이들의 교육권이 가장 큰 문제다.

박진균 : 한국에서 활동할 수 있는 비자를 얻었다면 생활하는 데 크게 어렵지 않지만, 한국은 모든 국민에게 주민등록번호를 부여하고 그것으로 모든 것을 진행하기 때문에 자신의 신원을 증명할 수 없는 상태로 생활하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기 힘들 만큼 어렵다. 금융, 집 계약 등 수없이 많은 불합리한 상황을 겪는다.

난민과 관련된 대부분 비자로는 체류는 가능해도 아무 활동도 할 수 없다. 기본 생계가 해결되지 않기 때문에 일을 해야 하지만 일하면 그 자체로 불법이고 추방될 수 있다. 체류의 불안정이 모든 문제의 중심이고 이 때문에 작은 범죄에 노출되는 것도 많이 봤다.

난민신청 뒤 6개월 이전까지 생계비가 '선별적'으로 지원되지만, 의식주를 해결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고 가족이 없는 성인 남성은 받기 어렵다. 6개월이 지나도 심사가 끝나지 않는다면 취업은 가능하나 단순노무업에 한정된다. 생계지원은 2015년의 경우, 난민 신청자 가운데 3.6퍼센트만 지원할 수 있는 규모였다. 


이은옥 : 의정부교구 엑소더스 ‘1본당 1난민 가정 돌봄’ 활동가와 피드백차 5가구를 방문했는데, 상황이 모두 비슷했다. 부모는 아이디가 없고 출국기한 유예를 3달에 한 번씩 했다. 체류자격이 불안정하니까 안정된 직업을 가질 수 없어 가장들은 양주나 동두천 쪽 공장에서 연락이 오면 일용직으로 간다. 그마저도 일이 아예 없거나 많아야 주 3-5일 정도다.

이들은 근본적 질문을 했다. 자신은 난민신청 사유가 있어 신청했지만 기각됐다, 왜 여기서 태어난 우리 아이들도 그 사유로 난민신청을 해야 하는지 아느냐고 물으니 할 말이 없었다. 체류자격의 안정성을 보장해야 한다. 적어도 여기서 태어난 아이들이라도 보장받아야 한다.

아프리카에서 온 한 엄마는 아이가 아프리카 사람이 싫고, 아프리카 음식도 싫어한다고 했다며 아이가 어리니까 이해한다고 했지만,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말을 잘하는 아이와 그렇지 못한 엄마 사이의 거리는 계속 커질 뿐이다. 갓 출산한 가정은 아이 때문에 체류자격을 계속 유예하는 매우 불안정한 상황에서 산다.

심유환 : 한국에 난민법이 있어도 공항에서 난민신청을 하면 난민심사 회부 여부를 결정한다. 회부되면 입국해서 난민심사를 신청할 수 있지만 거의 입국도 못 하고 이 단계에서 쫓겨난다. 우리와 만나기 전부터 걸러진다. 입국하면 난민신청자, 난민인정자, 인도적체류허가자, 거부자, 거부자 중 이의신청진행자로 신분이 나뉜다. 대부분 난민 자격이 거부되거나 신청 중인 상태다. 예멘 난민도 전체 500여 명 중 난민 인정은 2명이었고, 나머지는 인도적 체류자가 됐다.

한국은 2012년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난민법을 제정했지만, 법 취지와 달리 난민신청은 쉽지 않다. 출입국항에 도착해 난민신청을 하려면, 먼저 법무부 장관에게 난민심사를 받을 수 있을지를 허가받아야 한다. 대부분 이 단계에서 난민심사 회부를 거부당한다. 본국으로 돌아갈 수 없는 이들은 출입국항에 무기한 머물며 시민사회 단체로부터 법적 소송을 지원받기도 한다.


난민신청 중일 때는 취업할 수 없다. 예멘 난민은 특별한 경우로 정부가 허가한 것이다. 난민신청 중인데 취업했다 걸리면 강제송환 당할 수 있고, 이들은 교육권, 의료보험에서 피해를 보고 있다. 난민 인정 전까지는 전혀 지원받을 수 없다. 교육권도 지금은 좀 나아져서 초등학교장 재량에 따라 입학할 수 있지만, '우리 학교에는 외국 사람이 없다', '외국인을 받으면 학부모들이 데모할 것'이란 반응이 전반적이라 아이들 피해가 크다. 특히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전혀 지원이 안 돼 영유아가 있는 가난한 난민 가정은 유아교육을 할 수 없다.

김지영 대표(비영리민간단체 더불어신나는 이담공부방)는 "지역아동센터가 다양한 이주 배경의 아이들을 돌볼 수 있도록 법적, 행정적 기반이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현진 기자

난민, 이주민에 대한 편견 아닌 올바른 인식 필요 
우리도 난민이었던 역사적 경험 살려야 
두려움 내려놓고 다양한 대화 이어 가기

<지금여기> 난민, 이주민은 계속 늘어나고, 한국에도 계속 들어올 것이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혐오, 거부감, 위협적 존재로 보는 인식이 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김지영 : 언론에서도 난민이 우리에게 피해를 준다는 기사가 많다. 난민, 이주민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제공돼야 하고 이들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언론이 정확하게 전달하지 않는데도 사람들은 나온 그대로를 받아들인다. 난민이 테러집단인 것처럼 전달하기도 하지 않나.

또 한국에 있는 동안은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나중에 본국으로 가든 한국에 남든 정서적 안정과 정상적 교육을 제공하면서, 한국 사회에 거부감이 없는 사회 일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박진균 : ‘난민’ 하면 어떤 것이 떠오르나? 중동사람이 떠오르고 IS도 스쳐 간다. 사실 난민을 대하는 지금 모습은 우리 역사 경험과 배반된다. 우리는 난민을 만난 적이 많지 않지만, 우리가 난민이었던 적은 있다. 특히 올해 임시정부 100주년을 기념하는데 그 정부가 바로 난민정부였다. 우리가 일본을 피해 외국에서 정부를 만들었던 역사를 축하하는 자리에서 난민으로서의 경험을 성숙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난민을 혐오하는 것이 매우 안타깝다. 같은 경험을 살리면 다른 나라에서 하지 못한 것도 할 수 있는데 못 하고 있다. 역사적 경험에서 우리가 난민이었던 것을 이야기하면서 접점을 찾으면 좋겠다.

이은옥 : 제가 하고 싶은 질문이다. 과연 무엇이 필요할까? 실무자들과 논의해 지역주민과 아이들이 익숙해지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 자연스럽게 아이들과 지역주민이 익숙해지도록 만나는 것. 하지만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상황에서 자연스러운 만남이 가능할까 걱정이다. 설득은 대화를 기반으로 하는데 대화도 안 되는 상황이라면 쉽진 않을 것이다.

김지영 : 지역에서 난민이라는 말을 전면에 내놓으면 갈등이 생기고 다문화라고 하면 거부감이 덜한 것이 지금 상황이다. 예전에 공부방을 할 때 한국 아이들이었는데도 시끄럽다는 이유로 일 년에 이사를 6번이나 했다. 난민 문제가 아닌데도 지역주민과의 관계가 쉽지 않았다. 음식을 나누거나 잔치를 벌이며 동네와 교류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심유환 : 지금 싫다는 이들을 설득하는 것도 욕심이다. 시간이 필요하지만 먼저 가톨릭 교회의 입장은 분명히 전달해야 한다. 난민, 이주민을 환대하는 것이 교회의 가르침이자 성경과 사회교리적 바탕이며, 난민을 배척하는 것은 그리스도인으로서는 옳지 않다는 것을 명확히 알려야 한다. 이를 알고 싫어하는 것과 혼돈과 두려움 속에서 싫어하는 것은 차이가 크다. 

반대하는 이들을 가르치려는 태도는 더 반발을 일으키기 때문에 조심하면서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 주고 이해한다, 그러나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난민은 계속 들어올 수밖에 없고, 우리가 회피, 반대, 두려워하고 혐오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어떻게 방법을 찾아볼 수 있을까를 끊임없이 이야기해야 한다.

독일에도 난민 반대세력이 많지만 메르켈 총리가 몇 년 동안 난민지지 정책을 펼 수 있었던 것은 매우 다양한 계층과 분야에서 난민에 대한 담론이 형성돼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은 현재 특정 인권, 변호사, 시민단체만 난민을 옹호하는데, 경제, 종교 등 다양하게 담론이 형성되면 사람들의 생각도 바뀐다. 두려움을 내려놓고 다양하게 대화하면서 인내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은옥 책임교사(의정부교구 지역아동사목위원회 떼꿈)는 난민과 친구가 되라는 교회의 가르침을 신자들이 실천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친구가 될 수 있는지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안내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현진 기자

불쌍한 존재로만 봐서는 전인적 관계 맺어지지 않아
물질적 지원에 치중.... 구체적 도움 안내서 필요
절제되지 않은 환대는 난민의 자립성 훼손

<지금 여기> : 현재 난민, 이주민 문제에 대응하는 교회 역할의 아쉬움과 좀 더 필요한 것은?

박진균 : 난민, 이주민만이 아니라 한국사회가 소수자에게 매우 가혹하다. 전체에서 경계에 있거나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이는 이들에게 관용적이지 않기 때문에 소수자 문제에서 함께 연대할 지점이 있다. 하지만 난민, 이주자는 국외 추방의 위협 때문에 자신이 문제 해결의 당사자로 나서지 못하는 한계가 있어 늘 대리전으로 갈 수밖에 없다.

한국 사회의 인권 상황과 도덕적 잣대의 최전선에 난민, 이주민 문제가 있다. 우리 사회가 어느 정도인지 판단할 수 있는 시금석일 것이고, 우리가 어떻게 움직이고 바꾸느냐에 따라 이 사회가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난민에 대한 관심이나 가톨릭 교회의 우호적 태도는 매우 좋지만, 난민을 불쌍한 존재로만 여기는 것은 아쉽다. 그들은 도움이 필요한 존재이지만 그들을 불쌍한 존재로만 대할 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전인적 친교와 만남이 가능할까? 이를 우리가 깊이 고민하며 교회 움직임과 난민에 대한 관심이 함께 가야 한다.

이은옥 : 현재 교회의 난민, 이주민 사목에서 물질적 지원이 중심인 것이 아쉽다. 물질적 지원이 겹치는 일도 많은데, 데이터베이스를 제대로 관리한다면 중복지원이나 기관의 권력화를 막을 수 있다. 물질을 배분하는 기관의 권력화를 막는 것이 활동가를 보호하는 길이기도 하다.

또 교회의 활동이나 교육, 홍보 등이 실질적 내용이 돼야 한다. 난민, 이주민 문제에 구호만 외치지 말고 정말 그들의 생활에 도움이 돼야 한다. 이를테면 분리수거 방법, 생활용품 사기 요령 등이다. 이를 위해 의정부교구가 ‘1본당 1난민 가정 돌봄’을 시작한 것은 좋은 출발점이다. 정책적인 부분, 예를 들면 ‘보편적 출생신고’도 교회가 목소리를 내야 할 것이다.

또 교회에서 난민과 친구가 되라고 하는데 사실 어떻게 친구가 되라는 것인지 막막하다. 말도 통하지 않으니 그들을 가르치고 계몽해야 하는 존재로 인식하기 쉽다. 어떻게 친구가 될 수 있는지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안내서가 필요하다.

심유환 : 한국사회 난민 문제 핵심은 모른다는 것이다. 모르기 때문에 두려움이 크다. 또 근본적으로는 한국의 인종차별, 순혈주의, 민족주의가 난민 문제와 관통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공익법센터 어필' 이일 변호사는 2018년 12월 ‘4대종단 이주, 인권협의회 심포지엄’에서 한국 난민정책 문제의 하나로 “혐오와 차별 방지에 대한 정책 없음, 정부의 무대응”을 지적했다. 그는 “난민혐오가 한국사회의 인종주의를 배경으로 하며, 한국 사회가 지닌 고유 문제, 이를테면 취업불안, 여성안전 등이 난민에 투사된 것”이라면서, '차별금지법'과 '혐오선동금지법' 제정 및 시행을 검토하라고 제안했다.


예멘 난민에 대해 온 나라가 혼란, 혐오에 휩싸였을 때 교회는 각 본당에 두려움을 내려놓으라고 강조했다. 두려움에 휩싸이면 올바르게 선택할 수 없고, 혐오의 날을 세울 수밖에 없다. 먼저 두려움을 내려놓고 있는 그대로 봐야 한다.

절제되지 않은 환대도 경계해야 한다. 지금 난민 문제가 유행처럼 돼 버리는 움직임이 있다. 종교단체, 기관, 언론 등에서 하는 난민행사, 난민을 주제로 한 논문 등 환대가 유행처럼 돼 버리면 난민의 자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

아무리 좋은 지향이라도 물질적 도움만 강조하거나 무절제한 지원 방식으로는 난민 문제를 절대 해결할 수 없다. 난민에게 필요한 것은 자립이다. 일을 통해 스스로 먹고 살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그러려면 환대를 위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독일교회는 각 본당마다 난민을 어떻게 지원해야 하는지 안내서가 있는데 한국 교회도 이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난민 문제의 초점이 무엇인지도 정해야 한다. 유럽교회와 사회는 사회통합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정착이 잘 된다. 난민이 들어왔을 때 의무적으로 캐나다, 독일 등 각 나라 별로 보낼 비율이 정해져 있어 난민 인정 여부보다는 사회통합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초점이다.

한국은 사회통합과 함께 먼저 난민 인정을 늘리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난민 인정과 인도적 체류를 늘리기 위해 교회가 어떤 지원을 할지 구체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초기 난민을 상담해서 변호사와 연결하는 상담가 그룹이 아직 없기 때문에 교회가 도울 부분이 있을 것이고, 정착을 확대하는 정책이 추진될 때 교회가 통합적 지원을 하도록 준비가 필요하다.

-2018년 난민 신청 접수는 1만 6173건, 난민 인정은 144명, 난민 인정률 3퍼센트.
-2018년 12월 31일 기준, 국내 인도적체류자는 모두 1988명.
-1994-2018년까지 난민 신청 접수는 모두 4만 8906건, 난민 인정은 936명. (법무부, 2018년 3월 7일 기준)
-2018년 190개 나라 평균 난민 인정률은 30퍼센트, 난민보호율은 44퍼센트.

 

심유환 신부(기쁨나눔재단 난민 담당)는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난민은 계속 들어올 수밖에 없고, 우리가 회피, 반대, 두려워하고 혐오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어떻게 방법을 찾아볼 수 있을까를 끊임없이 이야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현진 기자

난민활동가 열악한 노동 환경, 스트레스와 비난 등에 소진
활동가 지원, 돌봄 프로그램 시급, 법률적 전문성도 키워야

박진균 : 교회의 난민, 이주사목 활동가는 일을 오래 하기 쉽지 않은 여건에 있다. 교회가 쉬운 사업만 하는 태도도 아쉽다. 어떤 교구는 이주 쪽에서도 지원이 쉬운 다문화 사업을 중심으로 하고, 상대적으로 이주노동자나 난민 쪽은 소홀히 하면서 기존의 인프라마저도 약화시켰던 상황을 보면서 고민이 됐다.

교회가 해야 할 환대의 자세는 사람을 어떤 조건에 따라 판단하기 이전에 드러나는 태도다. 그러나 인권 가치가 위축됐던 정치 상황에서 교회가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해 아쉽다. 교회가 지닌, 사람을 중심으로 한 가치의 보화가 이주민, 난민은 물론 이들과 연대하는 이들 특히 실무자의 삶의 자리에서도 자라나야 한다. 아울러 교회는 적극적 목소리로 교회가 지향하는 타인을 향한 환대의 가치를 지금 말할 수 있는 용기와 준비가 필요하다.

이은옥 : 아이들을 만나는 것은 가정을 함께 보는 것이고, 그 가정이 난민신청을 어떻게 하는지 등 전반을 알아야 하는데 그와 관련된 교육이나 강의가 부족하고 일손도 많이 모자란다. 그러다 보니 실제로는 그 가정과 아이를 외부 기관과 연계하는 역할에 그친다. 법적인 것을 잘 알아야 중간 역할을 잘할 수 있는데 실무를 익힐 기회가 부족하다.

심유환 : 얼마 전 기쁨희망재단에서 난민활동가 교육을 준비하면서 활동가 돌봄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난민 지원은 생각하면서 활동가 지원은 전혀 없다. 지난해 예멘 난민 때 실무자가 번아웃 된 것을 봤다. 일도 많았지만 쏟아지는 비난과 악플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난민 캠프 활동가는 3달에 한 번씩 정신과 의사를 만나야 한다. 예전에 난민 캠프에서 일할 때 극단적 선택을 한 유엔 직원도 봤다. 활동가의 스트레스가 큰 만큼 어떻게 서로 돕고 지원할 수 있는지, 힘들 때 어디에 도움을 요청해야 할지가 난민활동가 교육에서 시급한 문제였다. 이들을 지원하는 네트워크를 빨리 만들어야 한다. 이와 함께 법률 상담 전문가 양성 같은 실무 훈련도 필요하다. 여기에는 돈이 드는데 교구별로 양성하기 힘들다면 주교회의 등 교회의 공식 기구가 기회를 마련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지금여기> 난민, 이주민에 대한 담론 형성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

김지영 : 법적 지위가 안정돼야 지역에서 지원 폭이 넓어질 것이다.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한 이들이나 법적으로 난민이 된 뒤라도 지역에서 함께 살기 위해서는 결국 민간단체의 지원이 필요하다. 지역아동센터가 다양한 이주 배경의 아이들을 돌볼 수 있도록 법적, 행정적 기반이 갖춰져야 한다.

박진균 : 한국사회의 혐오문제는 난민, 이주민을 우리가 공동체에서 같이 머물고 나눌 수 있는 존재로 보느냐 아니냐의 문제다. 가톨릭 교회가 한국에서 시작될 당시 반상이 분명히 구분됐던 사회에서 하인과 양반이 함께 한 식탁공동체를 형성했던 용기가 지금 교회 안에서도 필요하다. 당시는 지금보다 더 엄중한 도전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교회가 지향할 바는 분명하다. 가난한 자를 위한 우선적 선택이라는 교회의 당위적 선언이 아니라 가난 자체가 교회여야 한다. 여러 법적 차원도 중요하지만 교회가 가질 수 있는 순수한 열정, 당연히 선택해야 하는 노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이은옥 : 인간의 기본권에 대한 문제다. 얼마 전 제주 나오미센터에서 강우일 주교님을 만나 난민 활동의 어려움을 말씀드렸더니 공동의 선으로 하느님의 일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 이뤄질 것이다, 두려워하지 말고 기도하면서 천천히 가라고 조언하셨는데 이 말씀을 믿고 싶다.

심유환 : 가톨릭에서 가장 중심은 우리는 모두 하느님 모상대로 창조됐기 때문에 나 자신은 물론 남도 소중하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순혈주의, 백인과 흑인을 차별하는 인종주의를 깊이 논의하지 않으면 난민 문제도 해결될 수 없다. 거시적 차원에서 담론이 형성돼야 한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