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가장 연대적인 사람 - 맹주형]

지난 10월 말 5대 종단 종교인들의 제주 제2공항 건설 강행 중단을 촉구하는 기도회가 열렸다. 천도교 여는 예식으로 제주 섬 푸른 바다를 상징하는 맑은 물을 봉헌하고 한울님께 인간이 망령에 사로잡혀 천지만물을 파괴하는 일이 더 이상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기도했다. 천주교는 하느님 어머니의 딸 제주의 아픔이 온 나라의 아픔이며, 온 지구의 아픔이며, 온 우주의 아픔임을, 불교는 잠깐의 탐욕을 위해 제 삶의 터전을 망치는 어리석음을 부디 멈추기를 부처님께 간절히 기원했다.

이날 국토교통부가 환경부에 제출한 제주 제2공항의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해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이 “입지적 타당성이 매우 낮은 계획”이어서 다른 대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힌 사실이 정의당 이정미 의원실을 통해 확인됐다. 제2공항 예정지인 성산읍 지역은 생태보전 가치가 큰 철새도래지와 인접해 항공기와 조류의 충돌 위험성이 크고, 인근 주민들의 소음피해도 크다고 지적했다. 실제 KEI는 지난 7월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 의견서에서 “(공항)사업대상지 가까이 인접한 하도리, 종달리, 오조리, 성남-남원 해안 철새도래지는 제주도 동부권의 철새도래지 벨트이자 생태권역”임을 지적하며 “다른 입지 대안을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KEI는 평가서 초안이 나왔을 때부터 공항 입지에 문제가 있다고 밝혔는데도 환경부는 제2공항 건설계획에 부동의 하지 않았고 국토부는 이를 추진하고 있다.

이날 생태의 섬 제주를 팔아 자기 배를 불리는 아귀와 같은 짓을 하지 않도록 선도해 달라고 법신불 사은께 드리는 원불교 기도가 끝난 다음 성산읍 수산1리 마을 오창현 청년회장의 발언이 있었다. 그는 제2공항 예정지에 사는 주민인데 2015년 11월 예정지 발표가 날 때까지 한마디 말도 들은 적이 없었다. 4개 마을이 공항 예정지에 들어가고 10개의 오름이 깎인다. 한라산이 큰 화산이면 작은 화산 10개가 깎이는 것이다. 청년회장은 제주도에 관광 오면서 비행기가 없으면 배 타고 오고, 사람이 많으면 조금 일찍 표 끊어서 오면 되지 어떻게 사람이 많아졌다고 공항을 새로 짓냐고 물었다.

지난 10월 말 5대 종단 종교인들의 제주 제2공항 건설 강행 중단을 촉구하는 기도회가 열렸다. ⓒ맹주형

그랬다. 땅에 기대어 사는 이의 지혜였다. 개발에 찌들지 않은 이의 당연한 생각이었다. 비행기가 없으면 표를 일찍 끊던가, 배 타고 오면 되지 어떻게 10개 오름을 없애고, 세종대왕 때부터 왜구를 막기 위해 지은 마을 성을 없애고, 사람이 살고 철새가 날아드는 땅을 없앨 수 있는가.

이게 정상적인 생각이었다. 기존 제주공항을 확장하면 장기적으로 항공 수요 충족이 가능한데도 예정부지 반경 13킬로미터 내 4곳의 철새도래지가 있어 항공안전을 위협하는 제2공항 건설을 말하는 이들은 생명이 아닌 돈을 생각하는 이들이다. 4대강 토건 삽질 당시 이명박과 재벌 대기업들의 국민 혈세 낭비, 강 생태계 파괴처럼 제주 제2공항도 그러하다. 똑같다. 그래서 대안이 있음에도 무시하고 국민안전을 위협하고 생태계를 파괴하는 제주 제2공항은 촛불혁명으로 세워진 문재인의 정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종교인 기도회 날 밤 오창현 회장은 시 한 편을 읽었다.

“활주로 북쪽 나는 오래된 마을. 아이들의 노래가 골목들로 퍼져 가면 마을에는 봄이 오고 꽃들도 폈다. 운동장과 함께 아이들은 자랐다. 싱싱한 노랫소리 교실과 운동장 차오르면 마을에는 봄이 다시 돌아오곤 했다. 그렇게 살아온 것처럼 그렇게 살아갈 줄 알았다. 비행기 소음이 아이들 웃음소리 지우고 아이들을 하나둘 지워 갈 때 마을의 심장은 멈추고 아이들은 다시 돌아올 수 없었다.”

“수산초등학교는 제주 제2공항 활주로 북쪽에 있는 학교이고 수천 명의 아이를 길러낸 곳입니다. 저와 저희 아이들을 지킬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감귤같이 예쁜 아이들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수 있게 힘을 주세요.”

청년회장의 마지막 말이다.

맹주형(아우구스티노)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정의 평화 창조질서보전(JPIC) 연대 담당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