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속풀이 - 박종인]

미사 드리고 있는 신자들. (이미지 출처 = Flickr)

어느 본당에서 순례자들을 맞아 미사를 드리고 나서 전대사가 가능하다는 공지를 했나 봅니다. 미사를 마치기 전 주례 사제는 미사 해설자에게 교황님의 미사 지향을 위해 기도하고 사도신경, 주님의 기도, 성모송 그리고 영광송을 신자들과 함께 바치라고 요청하고선 퇴장했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해설자께서 이것을 깜빡했던 겁니다. 신자들은 모두 떠났고 이렇게 된 상황에서 전대사가 유효한지에 대해 질문을 받았습니다.

대사(大赦)는 죄는 용서받았으나 저지른 죄에 대해 받아야 할 벌은 남아 있는데 이것을 사면받는 것을 의미합니다. 받아야 할 벌을 모두 사면받는 것을 전대사. 부분적으로 받는 것을 부분 대사 혹은 한대사(限大赦)라고 합니다. 대사를 주는 주체는 인간이 아니라 하느님입니다. 

하느님께서 죄는 용서했다면서 벌은 왜 주냐 하시는 분들이 계실 겁니다. 이웃에게 심각한 해를 입혀 놓고도 죄를 용서받았으니 그 이웃에게 아무런 책무가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그 이웃의 마음이 조금이나마 풀릴 때까지 그 집 앞마당을 쓸든, 밭에 김을 매 주든 화해를 위한 노력을 해야 할 것입니다. 즉, 하느님의 용서를 받았다고 해도 죄를 지은 이가 외적으로 보여 주는 뉘우침이 충분치 않을 때 남은 벌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전대사를 받기 위해서는 내적 조건과 외적 조건이 주어집니다. 내적 조건은 “소죄를 포함한 모든 죄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일”이고, 외적 조건은 고해성사, 영성체, 교황의 기도지향을 기도하는 것입니다. 내적 조건과 외적 조건 모두를 충족해야 전대사를 받을 수 있고, 만일 어느 하나라도 불충분하다면 부분 대사밖에 받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전대사는 하루에 한 번만 주어집니다.(가톨릭대사전, “대사”항 참조)

전대사를 받고 못 받는 일. 그러니까 쉽게 말해서 복역 기간을 일정 부분 단축하거나(부분 대사) 아니면 사면받아 석방되거나(전대사)는 일은 우리가 알 수 없는 영역에 있습니다. 단지, 인간은 조건에 맞춰 공덕을 쌓고 가능하면 그렇게 조건을 충족하여 받았다고 믿을 수 있는 전대사를 연옥에서 가장 불쌍한 영혼에게 양도해 주는 노력을 할 뿐입니다. 우리의 능력으로 할 수 있는 최선을 행하는 것이죠.

그래서 그날 깜빡하고 전대사를 받기 위해 필요한 외적 조건 중 하나인 기도를 하지 않았다면 연락망을 총동원하여 필요한 기도를 하라고 메시지를 보낼 수 있습니다. 하루에 한 번 주어지는 것이니 그날 안에 해결해야 할 것입니다.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부분 대사가 될 것입니다. 

설명은 이렇게 드렸으나 결국 이것은 우리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이해일 수밖에 없습니다. 조건의 충족 유무와는 상관없이 하느님의 자비는 헤아릴 길이 없습니다.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센터장, 인성교육원장,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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