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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적 영화 같은 볼리비아의 현재

기사승인 2019.11.26  15:3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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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기고 - 안태환]

2019년 10월과 11월은 라틴아메리카 현대 정치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 같다. 아르헨티나에서는 4년 전에 패배한 페론주의 좌파가 다시 집권하게 되었으며 칠레와 에콰도르에서는 반 신자유주의 대중운동이 격렬하게 일어나고 있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이 볼리비아 사태다. 많은 사람이 폭력에 희생되고 있다. 대부분은 가난한 사람들이다.

11월 10일 볼리비아에 쿠데타가 일어났다. 에보 모랄레스는 자신이 사퇴하지 않으면 친정부 인사 가족들에 대한 위협과 집을 불태우는 등의 폭력이 계속되는 것을 우려해 사임한다고 말했다. 물론 라틴아메리카의 우파정부들과 미디어에서는 ‘쿠데타’란 단어가 없다. 쿠데타인지 아닌지를 가르는 준거 기관(즉, 선거에 부정이 있었다고 결정)의 역할을 최근 미주기구(OEA)가 수행했는데 어느 좌파 학자는 에보가 이를 어떤 이유에선지 허용한 것이 큰 실수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제 과거 1973년 칠레 피노체트 방식의 쿠데타는 없다. 이제 새로운 방식이 적용된다. 군부가 직접 전면에 나서지 않는다. 루이스 페르난도 카마초가 중심인물이다. 40살의 부유한 극우파 변호사로 볼리비아의 동부 산타 끄루스 출신이다. 이곳은 우파의 아성인 지역이다. 그는 극우 시민단체(El Comite Civico)의 지도자다. 그의 가족은 많은 기업을 거느리고 있다. 멕시코의 유력 매체 <라 호르나나>에 의하면 그는 인종주의자로서 원주민들에 대해 강한 차별과 혐오감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현재 원주민의 상징 깃발인 위팔라(wiphala)가 불태워지고 있다. 그는 에보 모랄레스에게 사퇴서에 서명을 강요했다가 일단 실패했다. 그는 성경을 들고 다닌다. 볼리비아 시민들에 대한 헤게모니 전략으로 하느님을 강조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얼마 전 브라질의 볼소나로만 그런 것이 아니라 과거 스페인의 프랑코도 그랬음이 기억된다.

11월 10일 볼리비아에서 일어난 쿠데타의 중심인물인 루이스 페르난도 카마초가 기자의 물음에 답하고 있다. (이미지 출처 = YTN이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 갈무리)

언론 보도에 의하면 군부 사령관이 대통령에게 사퇴를 ‘암시했고’ 에보가 이를 받아들였다고 한다. 곧 길거리에서 반정부 시민들(주로 중간 계급과 대학생들)은 국기를 흔들며 환호했다. 그 뒤 에보가 멕시코 정부의 도움으로 멕시코에 망명했다는 소식은 이미 우리 매체들에서도 전해졌다. 현재 멕시코의 대통령인 오브라도르는 중도좌파로서 라틴아메리카에서 멕시코 외교가 오랫동안 행해 온 전통을 지키고 있다. 즉, 자주 독립 노선으로 외세의 영향력을 배제하는 강한 민족주의 성향을 말한다.

이 와중에 볼리비아 정치인 두 명이 주목된다. 최근 우리 매체 보도에 의하면 볼리비아의 상원 부의장인 제니네 아녜스가 공석인 대통령직을 승계하여 자신이 임시 대통령임을 발표했다고 한다. 그녀도 원주민을 무시하는데 야당 소속이다. 그러나 최근 라틴아메리카 매체의 보도에 의하면 여당(MAS) 소속의 상원의장인 30살의 아드리아나 살바띠에라가 윗도리가 찢어지고 얼굴이 멍든 채로 상원에 도착하여 “우리는 일하러 왔다”고 했으며 제니네 아녜스의 선언을 헌법에 위배된다고 거부하고 에보의 귀환을 주장하고 있다. 헌법상 아드리아나가 승계 순위라고 한다.

또 중요한 정치인 한 사람이 에보와 함께 멕시코로 망명한 부통령인 알바로 가르시아 리네라(Alvaro Garcia Linera)다. 그는 진보적 학자로 라틴아메리카 학계에서 매우 중요한 인물이다. 즉, 모랄레스 정부의 핵심 브레인이었다. 그런데 최근 브라질의 진보적 학자인 에미르 사데르에 의하면, 누군가 에보의 집과 함께 그의 집을 습격하였고 그의 저서 약 3만 권을 불태웠다고 한다. 대표 저서의 이름은 "하층대중의 힘"이다. 볼리비아의 원주민, 노동자, 대중 운동의 집단행동과 정체성을 분석한 책이다. 과거에서부터 2000년대까지 볼리비아의 역사를 재구성하고 있는데 마르크스주의를 넘어 신자유주의 시대에 국가를 재구성해야 함을 밝히고 있다. 핵심은 반 인종주의와 원주민, 농민 운동의 존중에 있다. 특히 신자유주의의 맥락에서는 노동자 대중과 지배계급의 사회적 타협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어느 의미에서 오늘의 위기를 예감하고 있었던 것 같다.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오늘날 전 세계가 불황이고 라틴아메리카 경제도 다시 위기에 휩싸여 있지만 볼리비아 경제는 '볼리비아 모델' 얘기가 나올 정도로 다른 어느 나라보다 성장, 재분배, 투자, 삶의 질 향상 등에서 모범적인 안정적 성장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2019년 10월의 대선에서 에보가 승리한 것도 경제적 성과 때문으로 전문가들이 분석했을 정도다. 대외 무역의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한 능력 때문으로 보고 있다. PIB 성장률도 지속적으로 연평균 5퍼센트를 기록 중이다. 극빈층도 도시에서는 과거 38퍼센트에서 오늘날 10퍼센트로 줄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런 파국이 일어난 것은 정치적 이유일 것이다. 퇴임한 부통령 알바로 가르시아에 의하면 물질적 성공이 오히려 인종적 혐오감의 파시즘을 부추겼다고 해석하고 있다.

안태환(토마스)
한국외대, 대학원 스페인어과 
스페인 국립마드리드대 사회학과
콜롬비아 하베리아나대 중남미 문학박사 
부산외대 중남미지역원 HK교수
성공회대학교 민주주의 연구소 연구원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안태환 editor@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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