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속풀이 - 박종인]

성광. (이미지 출처 = Pixabay)

뜬금없는 질문 같지만 성체를 대하는 태도에 관한 것이라 함께 생각해 보면 좋을 듯합니다.

영성체를 할 때 사제는 신자들의 손바닥에 성체를 올려 줍니다. 고전적 방법으로 입을 열고 혀를 내밀어 성체를 받아 모시고자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요즘은 신자 대부분이 손바닥에 놓여진 성체를 손으로 잡아 직접 성체를 모십니다. 따라서 성체를 신자들에게 분배하는 사제나 받아 모시는 신자나 모두 성체를 손으로 잡게 마련입니다. 

이렇게 성체를 받아 모실 때만 봤을 때는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 거룩한 성체를 이렇게 손으로 잡아도 되는지에 대해 의문이 생기는 지점은 성체강복을 할 때입니다. 즉, 성체강복에 참가해 본 사람이라면 오히려 성체를 손으로 직접 만지는 것과는 정반대로 보이는 태도를 목격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성체강복 할 때 사제는 거룩한 성체가 모셔 있는 성광을 들어 신자들을 강복합니다. 성광 안에 들어 있으니 당연히 손으로 직접 성체를 만질 수도 없습니다. 거기에 덧붙여 성광마저도 어깨보라는 천으로 감싸서 들어 올립니다. 이때 성광은 어깨보에 싸여 있기에 성광에도 손이 직접 닿지 않습니다. 성체성사를 할 때와는 극단적으로 다른 모습이죠?

어깨보라는 전례복에 대해서는 "어깨보는 무엇에 쓰는 전례복입니까?”를 읽어 보시면 좋겠습니다. 성체는 우리가 그리스도의 몸을 직접 손으로 만지고 모심으로써 그리스도 예수님과 실제적 일치감을 가능하게 합니다. 하지만, 성체강복 때나 성체를 성합에 담아 다른 장소에 옮길 때는 어깨보를 통해 성광이나 성합마저도 직접 손으로 잡지 않습니다. 

이것은 우선 성체에 대한 깊은 존경의 표시입니다. 더 중요한 점은, 성광을 들어 주님의 백성을 강복하는 이가 사제가 아니라 바로 그리스도 자신이시라는 뜻입니다. 이처럼 영성체를 할 때와 성체강복을 할 때, 성체에 대한 태도는 서로 다른 의미를 담고 있음을 확인해 볼 수 있겠습니다.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센터장, 인성교육원장,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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