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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마을 작은 집 창가에

기사승인 2019.12.06  16: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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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아 있는 노래랑 아이들이랑 - 22]

도대체 뭔 바람일까? 작은 동물 농장이라도 만들려는 걸까? 산양 한번 키워 보지 않겠냐는 친구의 제안에 고심 끝에 수락을 한 상태에서, 새끼 고양이 두 마리까지 식구로 맞게 되었다. 갑자기 웬 고양이냐고? 그러게나 말이다. 장흥에 사는 지인이 수로에 빠진 고양이를 구했는데 누가 좀 데려갔으면 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만 해도, 고양이를 데려갈 누군가가 내가 될 줄은 몰랐다. 아이들이 그 소식을 들으면 분명히 고양이 키우고 싶다고 할 것 같아서 한동안 입을 꾹 다물고 있었으니까. 그랬는데 자꾸만 내 안에서 이상한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이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 키워 보겠어. 동물과 가까워질 절호의 기회야. 키울 때 키우는 거야.‘

내가 제정신이 아니었는지 그 말이 그럴듯하게 들렸다. 잘 키울 자신도 없고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예상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인데도 아이들 키울 때 고양이도 한번 키워 보기로 결심한 것이다.

내가 결심을 밝히자 아이들은 물론 열렬히 환호하며 반겼고, 다울 아빠도 크게 반대하지 않아서 그냥 술렁술렁 모든 일이 진행됐다. 장흥까지 가서 고양이 두 마리를 데리고 온 것이다.

고양이가 와서 난리 난 아이들. ⓒ정청라

고양이 두 마리를 데리고 오는 차 안에서 고양이 이름부터 지어 주기로 했다.

“하양이 검정이라고 할까? 한 명은 하얀 털이 많고 한 명을 검정 털이 많으니까.“(다랑)

“그건 너무 흔하잖아. 좀 더 특별한 걸로 해야지.”(다울)

“그럼 똥꼬로 할까? 야옹이 똥꼬, 야옹이 엉덩이....”(다나)

“뭔 소리야. 너 이름을 그렇게 지어 주면 좋겠냐? 다나 똥꼬!”

“아니야, 나 다나 똥꼬 아니라구! 엄마, 다울이 형아가 나한테 똥꼬라고 막 기래.”

아이들한테 맡겨 두니 투닥투닥 난리도 아니어서 할 수 없이 내가 나섰다.

“이 고양이들을 책방에서 키울 거니까 책 속 주인공 이름을 따서 지으면 어때? 한 마리는 잘 까불고 성격이 활달하니까 삐삐라고 하고, 한 마리는 조심스럽고 얌전하니까 아니카라고 하는 거야.”

내가 생각했지만 꽤 괜찮은 생각 같아서 으쓱했는데 다랑이와 다나는 별로 내켜 하지 않았다. 차라리 닐손씨가 좋다, 나비라고 부르자 의견이 분분하니 이름 하나 정하는 것만도 쉽지가 않았다. 하지만 다울이가 내 의견에 크게 호응을 해 주며 만약 새끼를 낳으면 그땐 다랑이 의견대로 닐손씨로 하자고 중재한 끝에 이름은 그렇게 결정되었다. 그렇다면 이제 두 녀석이 우리 집에 잘 적응하는 일만 남았는데 과연 괜찮을까?

아이들과 잘 놀고 있는 삐삐. ⓒ정청라

삐삐의 경우는 처음 본 낯선 장소임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여기저기 탐색에 들어갔다. 아이들에게도 쉽게 다가가 애교를 부리고 아랫목에 철푸덕 엎드려 까무룩 잠도 자고 말이다. 그런데 아니카는 가방 구석에서 한 발자국도 나오지 않았고 나와서도 구석진 데 숨어서는 나타나질 않았다. 저대로 두어도 괜찮을까 걱정스러울 정도였는데 삐삐가 활개를 펴고 다니니 마음이 놓였는지 이틀 째부터는 사람이 있어도 숨지 않았다, 그러더니 차츰차츰 사람 있는 데 가까이 와서 몸을 누이고 마침내는 만져 달라 신호까지 보내게 되었다, 지금은 뭐, 두 마리 모두 우리 식구와 함께 한 이부자리에서 자고 뒹굴고.... 그야말로 묘하게 어우러져 살고 있다. 동물에 대해 경계심 강한 내가 고양이와 동침하는 날이 올 줄이야!

그렇게 한 방 생활을 한 지 이제 열흘쯤 됐으려나? 물론 아직까지 나는 고양이에게 활짝 열린 마음은 아니다. 지들끼리 뒹굴고 싸우며 노는 모습, 머리를 맞대고 잠든 모습을 보면 귀엽고 사랑스럽다 느껴지긴 하지만 막상 내 품에 파고 들면 슬그머니 피한다. 어쩌다 고양이가 발톱을 세우고 내 다리 위로 올라오면 깜짝 놀라 소리를 버럭 지르며 쫓아 버리기도 한다. 그렇지만 확실히 전과는 다르다. 고양이를 품에 안았을 때의 그 온기, 그 따뜻한 뭉클함 같은 것을 느껴버린 이상 고양이를 먼 나라 괴생명체로만 바라볼 수는 없는 것이다.

나 같은 사람이 이 정도면 아이들이야 말할 것 있나. 아이들은 집에 아주 작은 아기가 있는 것과 비슷한 충만감을 느끼는 것 같다. 이 사람 저 사람 만나면 우리 집에 고양이가 있다고 자랑하고 싶어 하고, 밖에 외출해서도 고양이의 안부를 궁금해 한다. 까칠한 다울이도 고양이 앞에서는 순딩이 오빠가 되고, 안 그래도 생명 있는 것들과 쉽게 가까워지는 다랑이는 제 몸과 마음을 고양이 놀이터로 이미 다 내어 주었다. 아직까지 다나는 고양이 인형과 실제 고양이 사이에서 혼란스러워 하는 것 같긴 하지만, 조금씩 응징을 당해 가며 고양이에겐 자기 의지가 있다는 걸 배우고 있다.

아니카는 혼자 떨어져서 지켜본다. ⓒ정청라

그리하여 오늘의 노래는 ‘숲속 작은 집 창가에‘를 개사한 ‘산골마을 작은 집 창가에’다. 다나가 이 노래와 이 노래가 담긴 그림책을 좋아해서 자주 읽어 주며 다양한 내용으로 개사해 불러주고는 하는데, 오늘은 여기에 삐삐와 아니카를 담았다.

 

산골마을 작은 집 창가에

다나가 밖을 보는데

삐삐와 아니카가 뛰어와 문 두드리며 하는 말

“살려 주세요. 살려 주세요. 길을 잃어 갈 곳이 없어요.“

작은 야옹이들아 들어와 손을 잡으렴!

 

 

정청라
인생의 쓴맛 단맛 모르던 20대에 누가 꿈이 뭐냐고 물으면 '좋은 엄마가 되고 싶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막상 엄마가 되고 1년도 채 안 되어 좋은 엄마는커녕 그냥 엄마 되기도 몹시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고 '좋은 엄마'라는 허상을 내려놓았다. 그 뒤로 쭈욱 내려놓고, 내려놓고, 내려놓기의 연속.... 이제는 살아 있는 노래랑 아이들이랑 살아 있음을 만끽하며 아무런 꿈도 없이 그냥 산다. 아이를 기른다는 것은 '스스로 길이 된다는 것'임을 떠올리며 노래로 길을 내면서 말이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정청라 editor@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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