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봉화 석포역에서 '낙동강 살리기 참회미사'

"영풍제련소 오염 물질로 죽어 가는 낙동강, 봉화 석포 지역이 안동교구의 성지입니다"

안동교구가 16일 ‘낙동강 살리기 참회미사’를 봉헌했다.

봉화 석포역 광장에서 봉헌된 이날 미사는 석포 영풍제련소로 인한 낙동강 오염 문제와 이에 대한 안동교구 공동의 책임을 참회하는 자리로 진행됐다.

미사 주관은 안동교구 사회사목협의회가 맡았으며, 가톨릭농민회, 민족화해위원회, 생명환경연대, 정의평화위원회가 참여했다.

이들은 이날 미사에서 성명서를 내고, 영풍제련소 오염 물질로 죽어 가는 낙동강, 봉화 석포 지역이 “안동교구의 성지임을 깨닫는다”며, “오늘 청정지역 석포의 아름다운 산천과 영풍제련소를 마주하고, 우리의 잘못된 삶을 참회하며, 이 미사가 참회와 고백, 살 길을 청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또 이미 무서운 오염물질 방출로 퇴출된 동방아연의 기술을 영풍회사가 1970년 석포로 가져왔지만, 경제성장정책을 펼치는 가운데 중화학공업을 확장시켜 갔고, 필연적으로 환경오염 문제가 뒤따를 수밖에 없었지만 경제성장 앞에서 환경오염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들은 “영풍문고를 내세우고 뒤에는 영풍석포제련소로 부를 축적하는 동안 우리의 산과 들과 강이 죽어 가는 줄 몰랐으며 그동안 그렇게 살아온 우리의 무지함을 반성한다”며, “안동교구의 사명선언문 정신에 따라 소박하게 생명을 소중히 여기며, 기쁘고 떳떳하게 살기로 했지만 어느새 대량생산과 소비의 대열에 합류했고, 결국 낙동강 죽이기의 공범이 되었다”고 참회했다.

이어 이들은 “안동교구의 봉화 석포에서 낙동강을 죽이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지만 대구, 경남, 부산에서 문제를 삼고서야 알게 되었고, 환경운동을 하는 이들이 석포와 법정에서 외치는 소리를 듣고서야 뒤늦게 따라나섰다”며, “오늘 우리는 청정지역 석포의 아름다운 산천과 영풍제련소를 마주하는 우리의 잘못된 삶을 참회하며 하느님께 고백한다. 모든 안동교구민께 이 참회와 고백의 대열에 동참하기를 간절히 청한다”고 요청했다.

16일 안동교구는 사회사목협의회 주관으로 '낙동강 살리기 참회미사'를 봉헌했다. 이들은 석포 영풍제련소로 인한 낙동강의 오염에 공동의 책임이 있음을 깨달았다며, 이후 각 본당별 참회기도를 바치고, 내년 봄, 안동교구 공동 미사를 봉헌할 예정이다. (사진 제공 = 안동교구 정평위 김헌택 부위원장)

영풍석포제련소는 아연을 비롯한 금, 은, 동, 인듐, 카드뮴, 황산 등을 생산한다.

이 가운데 특히 납, 아연, 카드뮴, 황산을 생산하는 공정에서 먼지, 금속화합물이 섞인 배출수, 신경계 장애를 일으키는 발암물질, 악취, 이산화황, 기타 산성가스, 필터 분진, 슬러지 등의 오염물질이 방출된다. 또 제련 과정의 대량 화석연료 사용 역시 지구온난화의 주범이다.

환경부 낙동강 상류 환경관리협의회는 지난 3월부터 8개월간 안동댐 상류의 중금속 오염도를 조사해 11월 21일 그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공장 주변 중금속 오염도는 다른 지역보다 1600배 높게 검출됐고, 인근 하천 서식 어류에서는 11종의 중금속이 발견됐다.

환경부는 지난 4월 영풍석포제련소가 물환경보전법 등을 위반했다며 경북도에 4개월 조업 정지 처분을 요구했지만 “적발 사항은 위법이 아니”라며 지금까지 행정 처분을 미루고 있다.

안동교구는 앞으로 공동 참회를 위한 기도문을 작성해 각 성당에 보내 공동체 기도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 1차로 2020년 부활까지 회개의 기도를 바친 뒤, 권혁주 주교 주례로 모든 교구 신자들이 참여하는 ‘안동교구 참회미사’를 봉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가톨릭 교회 교리에 생태적 죄에 대한 부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기와 땅, 물이 대량으로 오염되고 삼림이 대규모로 파괴되는 현상과 그러한 일을 벌이는 행위를 생태 학살로 볼 수 있다.”(프란치스코 교황, 11월 15일 국제형법학회 총회 연설)

이날 미사 강론을 맡은 김시영 신부(안동교구 생명환경연대)는 현재 총체적 기후위기 상황에 대한 인간의 책임을 말하며, “제어할 줄 모르는 탐욕과 철강, 화학, 석탄, 석유 산업 중심의 중화학 공업의 결과, 박정희 정권의 ‘잘 살아 보세’라는 외침이 결국 지구 위기의 주범이 됐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지금의 환경오염과 기후 위기는 개인의 문제가 아닙니다. 지구와 지구에 사는 모든 생명체들과 인간의 생존을 위한 문제”라며, “기후위기 시대에 죽음의 길인 경제발전관을 버리고 생명의 길인 지속가능한 생태사관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강이 살고, 나무가 살고, 동물들이 살고, 바다가 살고, 내가 살고, 우리 후손들이 자자손손 살 수 있는 생명과 축복과 구원의 길을 늦었지만 여기 영풍석포제련소 앞에서부터 걷고자 한다”며, “어떻게 그럴 수 있나”라고 말하지 않으면 강의 돌맹이가 외칠 것이므로 지금 당장 말하고 행동하자. 악마가 되지 말고 한 명의 프란치스코 교황이 되고, 또 한 명의 그레타 툰베리가 되자“고 말했다.

이날 미사에는 사제, 수도자, 신자 100여 명이 참석했으며, 미사 뒤에는 모두 15번의 절을 하며, 참회 기도문을 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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