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직자 성범죄에 적용 안 되고, 사법당국과 협력 의무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성직자와 관련된 성적 비행에 관한 교황 비밀제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그간 성직자 성학대 피해자들은 가톨릭교회의 비밀주의가 진실을 밝히고 상처를 치유하는 데 큰 장애라면서 관련 문서들을 공개하라고 요구해 왔다.

“교황 비밀”은 가톨릭에서 절대 엄수하고 있는 고해 비밀과는 관련이 없고, 교회가 내부적으로 교회법에 따라 처리해 온 성직자 성학대를 비롯한 여러 중범죄의 기밀 유지에 관한 것이다. (기밀성이 유지되는 다른 영역으로는 추기경이나 주교 임명을 비롯한 여러 가지가 더 있다.) 그간 이런 기밀성 요구는 관련 사안들이 기밀이 엄격히 유지되는 가운데 처리되도록 하려는 것이었다. 교황청 전문가들은 이런 원칙은 피해자, 피고발자, 그들의 가족, 주변 공동체를 포함한, 사안과 관련된 모든 이의 존엄성을 보호하려는 의도였다고 말해 왔다.

그런데 2017년에 교황청 미성년자보호위원회 위원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그러한 범죄들을 교회가 사법적으로 처리함에 있어 “교황 비밀”을 엄수하도록 하는 교황청 규정들을 재고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번 12월 17일에 새 법을 공포함으로써 이를 받아들였다. 이 법은 “법적 절차들의 기밀성에 관한 훈령”(Instruction on the confidentiality of legal proceedings)이다.

교황청 신앙교리성 차관보 찰스 시클루나 대주교는 <아메리카>에 이 법이 성학대 추문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계속되는 대응에서 “투명성을 향한 중대한 전환”을 보여 준다고 설명했다.

마침 이날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83살 생일이기도 했다.

교황은 이날 또 다른 법 하나도 공포해, 아동 포르노의 정의를 고쳐서 18살까지의 피해자를 포괄하도록 했다. 또한 성적 비행 사건을 다루는 교회 법정에서는 자격을 갖춘 평신도들이 (교회나 법원의) 허락을 요청할 필요 없이 (피해자 등을) 대표하고 변호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지금까지는 성직자만 그렇게 할 수 있었다.

교황청은 이번의 두 새 법률이 “특별 답서”(rescriptum ex audientia)라고 했는데, 이에 대해 시클루나 대주교는 이는 “교황이 자신의 주요 협력자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서 의견을 듣고 내린 결정, 법이 되는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12월 12일, 과달루페 성모 축일에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사진 출처 = www.americamagazine.org)

익명을 요구한 로마의 소식통들은 <아메리카>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번 발표에 앞서 교황청 내부의 강한 반대를 이겨내야 했다고 말했다.

시클루나 대주교는 새 법은 지난 2월에 “미성년자 보호”에 관해 바티칸에서 열린 전 세계 주교회의의장회의의 “주요 열매들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그 회의의 셋째 날은 “투명성 주제만 토의했는데, 상당수 발언자들이 이러한 범죄들, 이러한 불법행위들에 대해서는 교황비밀 제도를 철폐할 것을 촉구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5월에 발표한 자의교서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Vos Estis Lux Mundi, VELM)가 있기 때문에 이에 따라서 성직자에 의한 미성년자 성학대 건은 여전히 신앙교리성이 직접 담당하지만, 이 자의교서에서 언급된 다른 (성인 대상) 건들은 그대로 지역 교구장 주교나 수도회 장상들이 처리하는데, 다만 (주교나 수도회 장상 같은) 지도적 지위의 인물이 관여될 때는 예외라고 설명했다.

교황청은 새 법이 즉시 발효된다고 밝혔다. 주요 5개항 가운데 첫 조문은 “교황 비밀은 언급된 범죄들과 관련한 고발, 재판, 결정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돼 있다.

시클루나 대주교는 이는 “당신들, 특히 정보 접근권을 가진 사람들에게 아무도 교황비밀 때문에 이 정보를 공유할 수 없다고 말할 수 없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이제 이런 건들이 (누구에게나 공개되는) 공공 정보 영역이라는 뜻은 아니고, 각 교구나 수도회가 (교황비밀이 더 이상 회피할 이유가 아니므로) 피해자나 정부 당국과 관련 정보를 공유할 권한과 의무를 갖게 됐다는 뜻”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요한 바오로 2세와 베네딕토 16세 밑에서 신앙교리성 검사로 일했던 시클루나 대주교는, 새 법의 또 하나 새로운 측면을 강조했다. “불법행위나 범죄를 공개하는 그 누구도, 그러한 범죄에 영향을 받는 그 누구도, 증인들도, 자신들이 알린 사실에 대해 침묵의 서약이나 약속을 해야 할 필요가 절대 없다”고 명시돼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새 법은 단지 교황비밀에 관한 것이 아니고, 교회법에서는 처음으로, VELM과 같은 선상에서, 정부 당국과 협력할 윤리적 의무가 있다고 서술하고 있다. 더 나아가서, 불법행위나 범죄를 공개하는 사람을 침묵의 약속이나 서약으로 묶지 않을 의무가 있다.”

이날 발표된 두 번째 법률은 2020년 1월 1일에 발효된다.

시클루나 대주교는 이 법은 “투명성을 향한 중대한 전환”이라면서, VELM과 새 법에서는 “기밀성은 교회법의 원칙들과 같은 선상에서 사람들의 안전과 통합성, 프라이버시를 보장하고, 수사, 재판, 절차에 관여된 이들의 명예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서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 새 법률에는 “교황이 VELM에서 선포했던 바가 이제는 우리 교회의 모든 절차에 적용되어야 한다는 강한 신호가 담겨 있다”면서 이는 “아주 중요한 발전”이라고 했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번 조치로) “VELM과 어긋나 있던 이전의 모든 법률을 정리했다”면서, 이에 따라 “이제 VELM은 그저 새로운 하나의 법률이 아니라 이러한 건들에 대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침을 보여 주고 대표하는 것이라는 데 전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했다.

시클루나 대주교는, 새 법이 발표됨에 따라, 신앙교리성은 각 교구와 본당에서 쓸 간편 지침서를 만들 수 있게 됐다면서, 내년 초에 발표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기사 원문: https://www.americamagazine.org/faith/2019/12/17/pope-francis-abolishes-pontifical-secret-sexual-misconduct-cases-involving-clerics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